한 번 가면 아쉽고, 여러 번 가도 매번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나만의 홍콩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글 조은영 여행작가, 『당신이 모르는 그곳』 발행인 | 사진 홍콩관광청, 조은영
글 조은영 여행작가, 『당신이 모르는 그곳』 발행인 | 사진 홍콩관광청, 조은영
홍콩은 겨울철에 방문하기 좋은 해외 여행지다. 우리나라의 가을처럼 온화한 날씨와 낮은 습도로 외부
활동을 즐기기에 최적인 데다 잘 발달한 대중교통 덕분에 개별 여행자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신년의
홍콩은 축제와 이벤트로 활기가 넘치고, 메가 세일(mega sale) 기간으로 쇼핑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홍콩은 구룡반도(Kowloon Peninsula)와 24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라마(Lamma)섬은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자연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이 섬은 홍콩섬 센트럴피어에서 페리로 30~35분
거리에 있으며, 배우 주윤발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예술가 그리고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이곳으로 이주하고 있다.
라마섬은 홍콩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자동차 도로가 없고 교통수단이 도보와 자전거로 제한되는 점이
독특하다. 섬 북쪽 용수완(Yung Shue Wan)에서 남쪽 소쿠완(Sok Kwu Wan)까지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는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이킹 도중에는 평화로운 어촌 풍경, 황금빛 해변, 바나나나무와
야자수가 어우러진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용수완에서 남쪽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훙싱예(Hung Shing Yeh)와 로소싱(Lo So Shing) 해변은 수영과 낚시,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하이킹 도중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가미카제 보트를 숨겨두었던 동굴 등 역사적 흔적을 확인할 수도
있다. 종착지인 소쿠완 마을은 신선한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식당이 많아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붐빈다.
또 청동기시대 유적이 있는 라마섬 남쪽 샴완(Sham Wan) 해변은 초록바다거북 서식지로 보호되고 있다.
이곳은 도시적 이미지의 홍콩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많은 여행자가 ‘나만의 홍콩’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다.
라마섬
라마섬
‘아령섬’이라는 별명이 붙은 청차우(Cheung Chau)섬은 센트럴피어(Central Pier)에서 고속 페리를
이용하면 약 40분 걸린다. 라마섬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고층 빌딩이나 자동차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명나라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어업 전통 덕분에 고풍스럽고 소박한 풍경이 남아 있다. 매년
음력 4월 초에 열리는 유명한 ‘청차우 빵 축제(Cheung Chau Bun Festival)’ 때는 수만 명의 방문객이
몰려 섬 전체가 북적이지만, 평소에는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선착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산힝 스트리트(San Hing Street)에서 가까운 퉁완(Tung Wan)
해변은 홍콩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이어지는 해변과 그
뒤로 펼쳐진 낮은 산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다. 이곳에서는 수상 스포츠를 즐기거나
해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레트로풍 건물 사이를
걸으며 섬 여행의 낭만을 느껴보는 것도 추천한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미식 체험 역시 청차우의 매력이다. 이곳에서는 ‘평화빵(peace bun)’, 망고
모찌, 피시볼 같은 현지 음식을 꼭 맛보아야 한다. 특히 평화빵은 빵 축제와 연관된 청차우의 대표
음식으로 맛이 독특한 데다 상징성도 있다.
청차우 못지않게 옛 홍콩의 정취가 가득한 펭차우(Peng Chau)섬은 란타우(Lantau)섬의 북동쪽에 있다.
센트럴피어에서 고속 페리를 타면 약 35분 만에 도착한다. 이 섬은 ‘홍콩에서 가장 덜 상업적인 섬’이라는
별칭이 있지만, 최근에는 여행객이 늘면서 현지인들의 주말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펭차우섬은 반나절이면 충분히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섬에는 청나라 시대 상업과 어업의 흔적뿐 아니라 근대 산업의
부산물이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중심부에 위치한 레더
팩토리(Leather Factory)는 1930년대에 설립된 가죽 공장을 개조해 만든 예술 공간이다.
자연을 좋아한다면 산과 바다를 끼고 있는 펭유 패스(Peng Yu Path)를 따라 산책을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이 산책로는 섬의 평탄한 지형을 따라 이어지며, 이름처럼 ‘평평한 섬’이라는 펭차우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1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작은 언덕 핑거 힐(Finger Hill)에서는 섬의 전경과 주변 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또 붉은색 외벽과 황금빛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룽모(Lung Mo) 사원, 한적한
퉁완 해변 그리고 알록달록한 어선이 떠 있는 어촌 풍경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청차우섬 빵 축제
펭차우섬
펭차우섬
휴양도시인 디스커버리 베이(Discovery Bay)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디비(DB)’로 불린다. 홍콩에서 가장
큰 섬인 란타우에는 공항과 홍콩 디즈니랜드뿐 아니라 풍부한 자연과 다양한 등산로, 50여 개 도시와
마을이 있다. 이곳에 가려면 버스를 타도 좋지만, 센트럴피어에서 페리를 타고 25분간 바다를 즐기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디비 선착장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디비의 세련되고 깔끔한 분위기는 누구나 감탄할 만하다. 섬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력적인 해안 마을 무이워(Mui Wo)와 디스커버리 베이를
연결하는 길을 걷는 것이다. 깨끗하고 한적한 해변, 유럽 스타일의 노천 레스토랑과 카페,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마을을 지나면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해진다.
란타우섬에는 트레킹 코스도 있다. 란타우 트레일은 섬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인기다. 돌아오는 길에는
페리 대신 버스를 타고 퉁청(Tung Chung)역에 내려 쇼핑을 즐긴다. 아웃렛에 들러 쇼핑과 저녁
식사를 하며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면 적당히 여유롭고 특별한 나만의 홍콩 여행이 완성된다.
디스커버리 베이 란타우섬
디스커버리 베이 란타우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