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경희 | 사진 성민하 | 영상 이한솔
글 이경희 | 사진 성민하 | 영상 이한솔
2024년 12월 5일 정오, 제주도 한 호텔 앞에 대형 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서울,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대학병원 간호리더들이 설레는 발걸음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빛나는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일찍 도착한 간호사들은 점심을 마친 후 케이터링으로 준비한 아메리카노를 즐기고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간호사들도 동료들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나누며 활기찬 분위기를 더했다.
이번 힐링캠프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대학병원 소속 간호사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로, 치열한 의료 현장에서
헌신해 온 간호사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 속에서 재충전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한 참가자는 “너무 좋아서 어젯밤 잠을 설칠 정도였다”며 이날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오후 1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사회를 맡은 송예은 아나운서는 “전국 대학병원 간호리더 여러분의
참석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여러분 모두가 재충전과 힐링의 시간을 가지는 날입니다”라는 말로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오풍연 한국교직원공제회 회원사업이사가 따뜻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식사는
잘하셨나요?”라며 참석자들의 안부를 물은 그는, 오늘 행사의 동기를 제공한 하미경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간호본부장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또 “오늘 행사에는 251명 정원에 단 한 명의 결원 없이 모두
참석하셨습니다. 오늘 행사의 주제는 힐링입니다. 일과 스트레스는 잠시 내려놓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아 가시길 바랍니다”라는 말로 본격적인 행사를 시작했다.
첫 번째 강연은 법적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실무에 유용한 간호사가 알아야 할 의료법을 다루는 직무 강의였다.
“이렇게 사람이 꽉 찬 강연장은 처음이라 긴장된다”며 강연을 시작한 법무법인 율다함의 서지현 변호사는 「의료법」에서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인을 정의하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여러 문제가 발생해왔음을 언급했다. 특히 「간호법」
공포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 의료 행위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험회사 방문 검진 위탁계약
사례와 ‘골막 천자 사건*’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서지현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간호사들이 「간호법」이 실제로
적용되는 의료 현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의 말미에는 “강의를 준비하며 간호사들의
어려움과 희생을 새삼 깨달았다”며 참가자들의 노고를 위로했고, 큰 박수를 받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진 두 번째 특강은 스타 강사인 김미경 아트스피치앤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맡아 ‘긍정적인 소통으로 성공 에너지를
키운다’를 주제로 진행했다. 김미경 대표가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졌고, 강의 내내 장내 분위기가 뜨거웠다.
김미경 대표는 간호사들의 고충을 이해하며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주제
아래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강연 도중 메모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시간 판과 감정 판 위에서 살아간다”며 100세 시대를 하루 24시간에 비유해 삶을 재구성해
보자고 제안했다. “지금 나이에서 열일곱 살을 빼면 남은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메모나 일기를 통해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고 다음 날을 새로운 감정 판에서 시작할 줄 알아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연을 마친 뒤 한 간호사는 “너무 많이 웃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었고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골막 천자 사건: 간호사에게 골수 검체 채취를 위한 골막 천자를 지시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머무는 장소만 달라졌을 뿐인데도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일상에서 벗어난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쉬는 시간 동안
참석자들은 재미있는 소품을 이용해 인생네컷 기계 앞에서 포즈도 취하고, 도란도란 팔짱을 끼고 커피를 즐기는 모습은 10대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일정을 마친 뒤 호텔로 돌아갈 간호사들을 위해 교직원공제회 직원들이 간식을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를 본 간호사들은 “세상에, 준비를 너무 많이 하셨다”, “우리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주시지?”,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어요”라며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 대학병원별 간호리더들이 한 명씩 참석한 간담회도 열렸다. 오풍연 이사는 참석자들에게 신규 간호사들이
공제회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해 달라고 요청했고, 간호리더들은 “기념품을 젊은
간호사들이 선호하는 물품으로 바꾸면 좋겠다”, “간호사 교육이나 연수 시 공제제도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면
좋겠다”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신규 회원 모집에 대한 건설적 의견을 나눴다.
첫째 날 마지막 일정으로 팝페라 콘서트가 진행됐다. 남성 4인조 ‘카이로’는 유쾌한 입담과 환상적인 노래 실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며 감미로운 발라드부터 이탈리아 칸초네, 팝송, 가요, 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참석자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둘째 날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날이었다. 참석자들은 새별오름 풍경이 아름다운 800평 규모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늑한 시간을 보냈다. 푸르른 식물이 어우러진 공간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오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참석자 모두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인근의 제주 탐나라공화국에 방문했다. 이곳은 2004년부터 약 3만 평의 부지에 각종 철근, 볼링핀 등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구조물을 조성하였으며, 각종 전시실과 헌책 도서관도 보유하고 있는 개방한 지 얼마 안 된 관광지이다.
이날 강우현 탐나라공화국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상상은 자유입니다. 끝까지 우길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상상력입니다”라며 상상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문화탐방 후 점심을 끝으로 힐링캠프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1박 2일 동안 교직원공제회에서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누리며 힐링과 여유의 시간을 가진 전국 대학병원 간호리더들.
이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할 동기를 얻었다”는 소감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