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봄동은 겨우내 얼어 있던 땅 아래 굳건히 뿌리를 내린 뒤 흙을 헤치고 단단하고 싱그러운 푸른 잎사귀를
내민다. 겉면의 커다란 잎사귀가 사방으로 활짝 벌어지면 수확하는데,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국의
임야를 가득 채우며 황량한 겨울을 어느새 봄으로 바꿔 놓는다. 특히 2월 무렵부터는 산과 들을 가리지 않고
봄동이 지천으로 자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봄동은 대부분 전남 진도와 완도에서 생산된다. 그중에서도 완도군 청산도에서 자라는
봄동이 특히 유명하다. 청산도 봄동은 겨울 동안 내린 눈을 맞고 얼었다가 해풍을 맞으며 녹기를 반복해 잎이
매우 크고 부드럽다. 싱싱한 봄동의 가장 안쪽 노란 잎을 떼어내 한입 씹으면 아삭아삭한 소리와 함께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청산도의 따뜻한 바닷물이 지온을 높이고, 해무가 밭으로
올라오면서 봄동의 단맛을 돋우는 까닭이다.
봄동을 천천히 오래 씹다 보면, 단맛의 끝자락에서 기분 좋은 풋내가 살짝 돈다. 이 역시 봄동만이 지닌 매력적인
풍미다. 농부들은 봄동의 맛과 향으로 머지않아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가장 먼저 느낀다.
봄동의 흰 줄기는 조직감이 꽤 단단하지만, 이파리는 부드러워 한입에 넣고 씹을 때 다채로운 식감을 선사한다.
잎 크기가 비교적 작아 무침이나 국물 요리 재료로 활용하기에도 수월하다. 싱싱한 봄동은 간장, 식초,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 등 최소한의 양념으로만 무친 뒤 밥에 고추장이나 된장을 넣고 함께 비벼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때문에 주로 가정에서는 봄동을 양념에 무쳐 밥반찬이나 비빔밥 재료로 활용한다.
봄동은 쌈 채소로도 훌륭하다. 봄동만의 아삭한 식감과 이파리의 단맛을 잘 느끼려면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쌈 채소로 먹을 때는 육류는 물론 생선과도 잘 어울리는데, 특히 기름진 생선회와 궁합이 뛰어나다.
실제로 서울의 한 유명 방어회 전문점에서는 방어회와 봄동, 구운 김, 직접 담근 백김치, 자체 개발한 소스를
함께 싸 먹도록 한다. 자칫 기름지고 느끼할 수 있는 방어회의 맛을 봄동의 은은한 단맛과 아삭한
식감이 잡아주며, 고소한 맛을 더욱 살려준다.
주로 한식 재료로만 사용되던 봄동이 최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디저트나 브런치 카페에서는 봄동을
페스토나 샐러드 재료로 사용하고, 일부 식당에서는 일본식 튀김 요리로 선보이기도 한다. 봄동은 그 자체로
싱그러운 매력을 지닌 재료인 만큼 조리법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봄, 각 가정에서 어떤 봄동 요리를 맛보면 좋을까? 첫 번째 추천 요리는 ‘쇠고기 봄동쌈’이다.
잘게 다진 쇠고기와 파프리카를 달착지근한 소스에 볶아 봄동 위에 올려 먹는 요리로, 다이어트 음식으로 좋다.
두 번째로는 '봄동 닭구이 덮밥'을 추천한다. 노릇하게 구운 닭고기에 달콤하고 짭조름한 양념을 더하고,
봄동을 넣어 숨이 살짝 죽을 때까지 볶아내면 완성된다.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이 요리는 봄철 제철 채소인
봄동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메뉴다.
• 재료 | 색색 파프리카 1개 분량, 쇠고기 200g, 건고추 3개, 대파 1대, 깐 호두 1컵, 봄동 10장, 식용유 약간
고기 양념 재료 맛술 1큰술, 간장 1큰술, 녹말가루 1큰술 소스 재료 간장 1큰술, 물 2큰술, 청주 또는 맛술 1큰술, 설탕 1큰술, 녹말가루 1작은술 |
• 재료 | 닭다리 살 250g, 봄동 50g, 생강 1톨, 마늘 2쪽, 밥 1공기, 식용유 약간
닭다리 살 밑간 양념 청주 1큰술, 간장 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 닭구이 양념 고추장 1큰술, 간장 2큰술, 물 1/2컵, 설탕 1큰술, 물엿 1큰술, 청주 1큰술, 소금·후추 약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