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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속 세상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OTT 속 세상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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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번, 게임에 돌아온 걸 환영하네.” 2024년 12월 26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되며 전 세계 시청자를 다시 사로잡았다. 2021년 ‘오겜 신드롬’을 일으킨 지 3년 3개월 만이다. 넷플릭스의 최대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오징어 게임’은 가입자 급증을 이끌며 넷플릭스가 OTT 시장을 선점하는 데 기여했다. 시즌 2는 국내외 시청자로부터 한층 깊어진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호평받고 있다.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 사진 출처 넷플릭스

돌아온 기훈과 복수의 게임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K-콘텐츠를 세계에 제대로 알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드라마는 2024년 11월 10일 기준으로 누적 시청 22억 520만 시간을 기록하며 OTT 콘텐츠 중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달고나 만들기 세트와 녹색 체육복은 아마존에서 인기를 끌었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한국 전통놀이도 큰 화제였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적 트렌드로 확산됐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단어가 ‘승자독식’ 또는 ‘약육강식의 경쟁’을 의미하는 대명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넷플릭스에서 이러한 인기를 놓칠 리 없었다. 처음에는 후속작 제작 계획이 없었지만, 결국 시즌 2 방영을 확정지었다. 황동혁 감독은 1년간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시즌 2의 촬영과 편집을 마쳤다. 감독은 시즌 2를 공개하며 “익숙하면서도 새롭다”라고 말했다.
시즌 2는 총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시즌 1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주인공 ‘성기훈’은 게임에서 우승해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지만, 그는 출국장 앞에서 돌아서며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3년이 지난 현재, 기훈은 ‘딱지맨’을 찾아 나선다. 이는 죽은 참가자들의 복수를 위한 여정이다. 기훈은 마침내 딱지맨을 찾고, 두 번째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서로 죽이고 죽는 게임 속에서 기훈은 생존을 위해 싸우지만, 그의 상대는 쉽지 않은 인물 ‘프론트맨’이다. 그는 기훈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으며, 경찰 ‘준호’는 실종된 형을 찾기 위해 다시 게임에 뛰어든다.

위기의 민주주의와 날카로운 사회 풍자

시즌 2는 사기, 한탕주의, 각자도생, 무한경쟁, 배금주의에 빠진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코인 투자 실패, 전세 사기, 사업 실패, 경마 등으로 빚을 지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100억 빚을 지기가 쉬운지 알아. 아무나 100억 빌리는 게 아니야. 스케일이 되니까 빌리는 거야”라는 한 게임 참가자의 대사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드러낸다. 돈은 단지 투자에 실패한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니다. 혈액암에 걸린 아이를 홀로 키우는 아빠와 미혼모도 돈이 절실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복지 제도와 사회적 지원 시스템의 부족함을 꼬집는다.
또 시즌 2는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진 민주주의 위기를 보여준다. 시즌 1과 달리 참가자들은 매 게임 후 게임을 계속할 것인지 또는 중단할 것인지를 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갈등과 소통의 부족, 폭력적 방법으로 각자의 의견을 관철하려 할수록 민주적 절차가 와해하는 모습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종교, 세대, 젠더, 정치적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황동혁 감독은 “너무 많은 편을 가르고 선을 그으며 나와 다르다고 서로 공격하는 사회에 대한 풍자적인 요소”라고 설명한다.
시즌 2에서는 시즌 1에서 미처 설명하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공개된다. 게임 참가 모집책인 딱지맨이 어떻게 딱지맨이 되었는지, 게임을 운영하는 프론트맨의 사연 등이 밝혀진다. 기훈의 친구 정배의 이야기 역시 서사를 풍부하게 만든다.
한편, 새롭게 등장하는 한국의 놀이문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인 6각 달리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제기차기 등은 가을 운동회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게임에서 패배하면 즉시 사살당하는 참가자들의 비극적 운명을 보며, 평화롭던 장면은 점차 아수라장이 되어간다.

OTT 속 세상02
OTT 속 세상03
OTT 속 세상02
OTT 속 세상03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시즌 3 예고

시즌 2는 공개 직후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시즌 1 같은 신선함이 부족하고,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의 개연성이 떨어지며, 게임 시작까지 시간이 길어 지루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흥행 성적과는 무관했다. 시즌 2는 공개 18일 만에 넷플릭스 역대 시청 3위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모든 공개 국가에서 정상에 올랐다. 공개 이후 나흘 만에 6,8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2022년 ‘웬즈데이’가 세운 넷플릭스 최고 인기 데뷔작 기록(5,010만 시청 수)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국내에서도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시즌 2는 시즌 1 못지않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시즌 2는 시즌 3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시작점이며,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인 시즌 3은 2025년 여름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수요 측정 회사 패럿애널리틱스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추가 시즌을 통해 2027년까지 20억 달러(약 2조 9,412억 원)*** 이상의 누적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즌 2 말미에는 쿠키 영상이 등장하며 영희 로봇의 남자친구인 철수 로봇이 모습을 드러낸다. 철수 로봇이 나타내는 의미는 절망일까, 희망일까. 마지막 게임을 하며 참가자들이 “한 번 더”를 외치는 장면에서 서로를 죽이는 게임이 계속될지 아니면 게임 설계자들에게 반기를 들어 판이 뒤집힐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케이 로고 이미지
*출처: 서울경제(2024. 11. 19.)
**출처: 헤럴드경제(2025. 1. 8.)
***출처: 한국경제(2025.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