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라희 l 사진 성민하
글 정라희 l 사진 성민하
지난 연말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유형기 교사의 마음은 보람으로 차올랐다. 과학교육 활성화와 과학 문화 확산에 기여한 교사에게
주어지는 영예가 자신의 몫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했다.
“학생들의 호기심과 열정에 힘입어 시작한 활동을 함께 즐기다 보니 의미 있는 결과가 따라온 것
같습니다. 같이 고민하며 도와주신 동료 선생님들과 언제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집중해 준
학생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지구과학 교사로 교단에 선 지 어느덧 9년 차. 2017년 임용 후 이듬해부터 창원과학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며 젊은 교사의 패기를 불태웠다. ‘살아 있는 지식을 안내하자’는 신념을
수업과 학생 지도에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많은 학생이 지구과학을 암기 과목으로 여깁니다. 특히,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현상을 나열식으로
설명할 때 이런 인식이 강해집니다. 그러나 배운 내용을 일상과 연결하면 ‘살아 있는 지식’으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바람은 공기의 온도 차이와 기압 변화로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기의
밀도와 압력이 달라지고, 우리는 일상에서 기압 차이로 인해 귀가 먹먹해지거나 심하면 통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날씨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는 학생들의 꿈과 관심에 맞춰 흥미로운 자연과학 지식을 선별하고 주제에 적합한 다채로운
교수법을 고민해왔다. 2019년부터는 딥러닝 모델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교사로서의 역량
개발에도 집중했다.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과 도구를 더욱 많이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술의 진보와 맞물려 새로운 수업 방식을 고안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대면 수업이
어려워지면서 유형기 교사는 화상수업에서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일 방안을 강구했다. 화상수업 플랫폼
‘아이톡톡’을 활용한 교육 모델 개발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상수업의 특성상 학생들과 교감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만 하면 학생들의
참여도나 성취도가 낮아질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학생들이 아이북이라는 교육용 노트북을 모두
갖고 있어서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을 구상했어요. 때마침 인공지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전부터 고민하던
여러 인공지능 도구를 수업에 접목하기가 쉬워졌습니다. 행성의 위상 변화처럼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활동을 챗GPT와 인공지능 그림 생성 도구를 통해 이미지화하여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이 진정되면서 오프라인 수업에도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게 되었는데, 학생들이 무척
흥미로워했어요. 이후로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연구 활동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모든 수업에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지는 않는다. 교과를 분석하면서 인공지능과 접목할 때 시너지가 나는
내용을 선별하는 것은 필수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의 구조적 흐름을
구상하고 제시한다.
“인공지능 그림 도구로 지동설과 천동설의 운동을 표현하면서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있게 하기도 하고,
딥러닝 기반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정보를 분류하고 패턴을 이해하도록 지도하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코딩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챗GPT를 활용해 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프로그래밍
구조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도 최신 과학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
지도와 국제 논문 등재 지도 등을 비롯해 전국과학전람회, 융합형 연구 과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생들의
진로와 관심사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성취는 교사인 그에게도 성장의 기회다.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은 자연스럽게 수업에 녹아든다.
“수업을 진행할수록 학생들의 질문이 많아졌고, 그 질문들이 다시 저를 공부하게 만드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일 뉴스를 보면서 과학 이슈는 빠짐없이 확인하고, 그중 수업에 접목 가능한 부분은 실행해
봅니다. 얼마 전에도 새로운 인공지능 도구가 나왔다는 소식에 다른 도구들과 비교하며 분석했어요.”
과학고등학교 특성상 수업에 열의가 높은 학생이 많다. 하지만 유형기 교사는 “과학고만의 교육 방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의 공개수업에 참관한 많은 교사가 “다양한 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후기를 전했다.
흥미 요소를 가미한 과학 이벤트도 시도해 볼 만하다. 초등학생이라면 과학관이나 체험학습을 통해 기초
실험에 참여하고, 중고등학생은 동아리나 프로젝트 활동을 기획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양자컴퓨터 등 첨단 과학기술은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미래 세대가 과학을 즐기고 과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유형기 교사의 노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