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채진서 l 사진 성민하
글 채진서 l 사진 성민하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데 영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영화 같은 일이
아닐까. 창녕 부곡초등학교 학포분교장 이도현 교사는 중학생 시절 영화 ‘선생 김봉두’를 보며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대학 시절에는 인도 영화 ‘세 얼간이’를 보고 과학 발명 교사를 꿈꾸었고,
지금 그 꿈을 실현하며 살고 있다.
“시골의 작은 분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던 영화 속 김봉두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초등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또 교대를 다니던 시절에 본 영화 ‘세 얼간이’ 속 괴짜
천재 과학자 ‘란초’가 시골 학교에서 창의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저도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013년 교직에 첫발을 디딘 이도현 교사는 발명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사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고 과학교육 석사 과정을 마쳤고, 현재는 기술발명교육 박사과정을 밟으며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는 마스터 발명교사 최연소 인증을 포함해 발명, 특허, 창의력,
생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여 개의 전문 및 국가기술 자격증을 취득했다. 아울러 6건의
특허를 출원 및 등록한 발명가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과학 발명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대로 모르고
아이들에게 발명 교육을 하면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죠. 그래서 계속 공부하고, 자격증도
많이 땄습니다. 아이들과의 발명 수업을 더 재미있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도전한 일이었어요.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으면 대충 보고 끝내지 않고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려고 하다 보니
자격증이 하나둘씩 늘어나게 되었어요.”
이도현 교사는 2016년부터 ‘꿈빛소금’이라는 과학 발명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매년 새로운 주제로 발명품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꿈, 빛, 소금처럼 중요한 것을 발명해 세상을 빛내기를 바라는 마음, 또 아이들이 세상에 꼭 필요한 꿈, 빛,
소금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동아리다.
아이들에게 발명이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이도현 교사는 일상에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생각을 비틀어 보도록 끊임없이 제안한다. 아이들의 작은 아이디어에도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하며 소통한다.
“발명은 이제까지 없던 것을 세상에 새로 선보이는 일입니다.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기존의 시선을 바꾸는 작은 일에서
시작되고, 이를 색다르게 적용해 보는 창조적 모방을 통해 발명품이 만들어지죠.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쓸데없는 말로 치부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생각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질문하고 함께 고민도 나누죠.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서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발명을 두려워하던 아이들도 그런 과정에서 점차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특히 팀 프로젝트 방식의 발명교육을 통해 함께
참여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초등학생들은 경험이 부족해서 일상생활 속 문제점을 스스로 찾기 어려워요. 그래서 교사는 단순한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캐내는 광부가 되어야 합니다. 발명 주제를 정하기 전에 아이들이 가진 경험을 끌어내 스스로 발명의 씨앗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는 아이들이 문제를 찾아내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새로운 발명품을 완성하는 것뿐 아니라 대회에 출전해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얻는 일련의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문제에 봉착했다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발명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이후에도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발명하다 중간에 포기하면 오히려 발명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학생들 옆에서 조력자가 되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응원해 줘야 합니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발명에 대한 진정성을 동력으로 삼아 발명교육에 매진해 온 이도현 교사는 그동안 200명 이상의 학생을
전국 대회에서 입상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 국무총리상,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국무총리상,
‘전국학생창업발명경진대회’ 국회의장상을 수상하며 발명 대회 트리플크라운의 진기록을 달성했다.
대한민국 인재상, 올해의 과학교사상, 대한민국 발명교육대상 등 의미 있는 상을 여럿 수상하며 역량을 인정받은 이도현 교사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재교육원의 전문영재강사, 교육청의 수업나눔교사, 또 전국 단위 발명 대회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학교 현장을 보면 학생들만큼이나 선생님들도 발명을 어려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발명 수업을 하면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어려운 문제를 함께 헤쳐나가는 공동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선생님들께도
공유하면서 일반 학교부터 영재교육원, 과학고 등에서 발명과 관련한 컨설팅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도현 교사는 과학과 발명을 배우면 지식 함양뿐 아니라 창조적 사고, 문제 해결력 등 미래 인재로서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과학기술이 급변하는 퀀텀 혁명 시대에 과학교육은 창의력 함양과 융합교육의 측면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미래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아요.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많이 다루면서 긍정적인 점이나 경계할 점을 스스로 알게 되었고,
윤리적인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겠죠. 저는 교과 과목을 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학생들의 융합적 사고를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도현 교사는 ‘도빈치 선생님’으로 불리는 게 기분 좋다고 말한다. 과학, 발명, 미술, 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다며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아이들이 저를 다빈치처럼 생각해 준다니 고맙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어요. 저는 좋은 발명 교사가
되기 전에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작은 도토리 같은 아이들에게 매일매일 사랑을 주면서 아이들을
소중하고 거대한 참나무로 잘 키우고 싶습니다.”
이도현 교사는 그동안 정들었던 유어초등학교를 떠나 3월부터 부곡초등학교 학포분교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는 분명
새로운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발명과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영화 ‘세 얼간이’ 속 ‘란초’ 선생님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