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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여기저기

사랑과 예술, 과학이 숨 쉬는 도시,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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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전경
‘꽃의 도시’라 불리는 곳이 있다. 영어로는 플로렌스(Florence), 이탈리아어로는 피렌체(Firenze)다. 이 도시에 피어난 꽃은 인본주의에 뿌리를 둔 르네상스 문화예술과 과학이다. 단테, 보카치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이름만으로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사랑과 예술 그리고 위대한 발견이 살아 숨 쉬는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나본다.

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당신이 모르는 그곳』 발행인

여행의 시작, 피렌체의 풍경

피렌체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의 주도로, 낭만적인 영화와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도시다. 특히,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된 이곳은 사랑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피렌체의 상징적 건축물인 두오모는 첫 번째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두오모는 라틴어 ‘도무스(Domus)’에서 유래한 단어로 대성당을 뜻한다.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마다 두오모가 존재하는데, 그중 둥근 지붕을 한 피렌체 두오모가 더 두오모다운 느낌을 준다. 피렌체 두오모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이다.
이 성당의 계단을 따라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아름다운 도시 전경이 펼쳐진다. 흰색, 붉은색, 녹색의 화려한 대리석 외관도 아름답지만,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가 설계한 거대한 돔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르네상스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도시 어디에서나 보이는 거대한 아치형 두오모를 더 멀리서 바라보고 싶다면, 미켈란젤로 언덕(Piazzale Michelangelo)으로 올라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두오모뿐 아니라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베키오 궁전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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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미술관

피렌체의 예술과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은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일 것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카라바조의 ‘젊은 바쿠스’, 파올로 우첼로의 ‘산 로마노 전투’ 등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작품 2,500여 점이 모여 있다.
이 미술관은 원래 메디치 가문의 건물로, 1765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당시 메디치 가문과 부유한 상인들은 예술가들을 후원하며 피렌체를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특히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주인공 ‘준세이’가 일했던 미술관이 바로 이곳, 우피치다.
우피치 미술관을 지나 아르노강(Arno River)을 따라 걷다 보면, 흐르는 강물과 부드럽게 흩날리는 바람을 느끼며 어느새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에 다다른다. 길이는 짧지만 서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아치교로, 다리 양옆에는 피렌체의 보석 세공 기술을 엿볼 수 있는 보석상이 즐비하다.
또 다른 명소인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Accademia)에서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만날 수 있다. 피렌체의 전경이 엽서 속 그림처럼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 언덕의 광장에도 그의 걸작인 다비드상이 있지만 진품은 아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우피치 미술관보다 규모는 작지만 다비드상을 직접 보면 그 거대함과 섬세함에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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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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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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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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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

다빈치와 갈릴레이가 있던 근대과학의 발상지

피렌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활동했던 도시다. 다빈치는 해부학, 역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기록을 남겼고,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이용해 지동설을 뒷받침하며 천문학 발전에 기여했다.
두오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Museo Leonardo Da Vinci)*에서는 재현된 그의 발명품을 체험할 수 있다.
한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을 통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를 제시했다. 프라 안젤리코 같은 거장의 프레스코화로 가득 차 있는 산마르코 수도원(San Marco Monastery)에서 그가 머물며 밤하늘을 관측했다는 설도 있지만, 연구를 진행했던 곳은 피렌체 외곽의 아르체트리 천문대(Osservatorio Astrofisico di Arcetri)로 알려져 있다. 그의 연구는 갈릴레오 박물관(Museo Galileo)에 보존되어 있으며, 망원경을 비롯해 당시의 여러 천문학 기구들을 만날 수 있다.
*참고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은 밀라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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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 (출처: 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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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 (출처: 박물관 홈페이지)

예술과 미식이 어우러진 낭만의 도시

피렌체의 예술과 과학을 감상했다면, 미식의 세계로 빠져볼 차례다. 이 도시를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 즉 티본스테이크다. 피렌체에서 오래전부터 즐겨온 전통 요리로, 메디치 가문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두툼한 티본스테이크는 T자형 뼈에 안심과 등심이 모두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베키오 다리와 이어지는 거리에는 피렌체식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줄지어 있다. 토스카나산 레드와인과 함께 피렌체의 미식을 만끽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에스프레소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브라운 슈거를 듬뿍 넣은, 크레마 가득한 에스프레소는 하루 중 몇 번이라도 마시고 싶은 맛이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면 이어지는 구도심의 골목골목에는 다양한 맛의 젤라토 가게가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거리에 털썩 주저앉아도 거리낌 없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추억이 가득한 도시 피렌체. 많은 추억이 쌓이는 이곳은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홀로 멀리 여행을 떠나라. 그곳에서 가장 그리운 사람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영화*‘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기억되는 명대사다. 아직 사랑을 만나지 못했다면 피렌체로,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다시 피렌체로. 피렌체는 그만큼 충분히 낭만과 열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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