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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구석구석

봄의 정령이 손짓하는 곳
합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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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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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경남 합천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깊은 역사를 간직한 지역으로, 봄에 방문하기에 완벽한 여행지다. 황매산의 진달래 군락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아울러 근대 거리를 생생하게 재현한 영상테마파크에서는 과거의 향수를 만끽할 수 있다. 봄기운이 가득한 곳, 합천으로 떠나본다.

글·사진 백은하 여행 칼럼니스트

봄에 더 매혹적인
황매산

경남 산청에서 황매산으로 가는 길은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지나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여정이다. 도로 양옆으로 펼쳐지는 논밭과 작은 마을들은 고요한 느낌을 준다. 해발 1,113m의 황매산에 위치한 황매산군립공원은 ‘영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며, 그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이 산은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를 따라 능선을 이루고 있다. 능선을 기준으로 합천 방향의 황매산공원길 일대는 ‘황매평전’이라 불리는 넓은 구릉이 이어진다.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해 이름에서부터 이 산의 풍요로움을 알 수 있다. 산 정상에는 매화나무가 자생해 황매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이곳은 예로부터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으며, 남쪽 기슭의 영암사지에는 석탑을 비롯해 쌍사자석등, 귀부 등 각종 석조 유물이 남아 있어 불교와의 깊은 연관을 시사한다. 특히 신라 시대의 석탑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여행자는 자연의 장엄함과 역사의 숨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황매산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우나, 특히 봄에는 철쭉과 진달래가 만개해 화려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진달래 군락지로 향하는 길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한 구릉이 이어져 등산 준비 없이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황매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인상적이다. 산청의 평온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며 고요한 자연 속에서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우리땅구석구석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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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역사와 팔만대장경을 품은
해인사

황매산에서 내려와 해인사로 향하는 길은 마치 고요한 산속으로 여정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해인사로 가는 길은 가야산의 울창한 숲속을 지나며, 도로 양옆으로 자생한 나무들이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전달한다.
가야산 중턱에 자리 잡은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서기 802년)에 승려 순응과 이정이 창건한 고찰로, 그 역사와 규모뿐 아니라 통도사,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해인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곳으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장경판전에는 13세기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8만여 장의 팔만대장경 목판이 보관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그 목판을 직접 볼 수 있다. 장경판전은 조선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팔만대장경 목판을 보관하기 위한 건축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문화유산이다. 이 건물은 해인사에 남아 있는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자연환경을 최대한 고려한 과학적 설계가 돋보인다. 창문, 바람, 소금, 숯, 횟가루 등을 활용해 건물 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대장경판의 부식을 방지하고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 덕분에 500년간 대장경판은 여전히 깨끗하고 온전한 상태로 보관되고 있다.
이곳의 분위기는 매우 고요하고 신성하다. 팔만대장경의 목판에 새겨진 글씨들은 세월을 견디며 지금도 그 지혜를 전하고 있다.
* 삼보사찰: 통도사·해인사·송광사로 각각 불(佛), 법(法), 승(僧)을 상징하는 불교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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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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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소리로 만나는 자연과 역사
가야산 소리길

해인사를 나와 가야산 소리길로 향하는 길은 고요하고 한적하다. 합천의 자랑인 가야산 소리길은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된 해인사의 사찰림을 따라 이어지며, 오랜 세월 동안 그 모습이 잘 보존되어 왔다. 2011년 홍류동 옛길이 복원되면서 계곡을 따라 편안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로 변모했다.
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 입구에서 농산정, 길상암, 영산교를 잇는 구간으로 나뉘며, 전 구간을 완주하는 데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소리길의 매력은 고요한 자연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점이다. 특히 홍류동 계곡은 최치원 선생과 깊은 인연이 있다. 농산정에서 수도하며 시를 남긴 바위 치원대와 그가 붓을 씻었다는 치필암 등이 그 흔적을 전하고 있다. 선생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면 산과 자연 속에서 그의 사상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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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소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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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소리길
시대를 넘나드는 여행
합천영상테마파크

가야산 소리길을 지나 합천영상테마파크로 향하는 길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흥미롭다. 경남 합천의 대표적인 여행지인 합천영상테마파크는 한국 근현대사를 사실감 있게 재현한 오픈 세트장이다. 2004년 개장 이후 ‘암살’, ‘밀정’, ‘택시 운전사’ 등 수백 편의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입구 바로 앞에는 1930~40년대 거리가 있다. 전차와 장터, 적산가옥이 길게 이어지며 선술집, 장터의 채소, 한약방의 약재들까지 실제와 똑같은 모형으로 재현해 놓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전기차와 마차가 다니는 길목에는 먹거리를 파는 작은 상점들이 있어 잠시 쉬기에도 그만이다.
청와대 세트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단성사, 대서양 호텔, 종로 경찰서 등의 건물과 1970~80년대 서울의 달동네를 재현한 거리도 있어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고풍스러운 거리와 건물 속에서 잠시 그 시절의 사람들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며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만끽한 후 새로운 여정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다.케이 로고 이미지

우리땅 구석구석04
합천영상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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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영상테마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