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꽁꽁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온 어린 쑥을 보면 농부들은 봄이 왔음을 깨닫는다. 마찬가지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부들은 그물망에 가득 잡힌 주꾸미를 보며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산란을 앞둔
주꾸미는 성인 남성의 손바닥보다 크게 자란다. 주꾸미는 사계절의 시작이자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가장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식재료인 것이다. 그래서 3월이 되면 각 지역의 바닷가에는 주꾸미 낚시를 하려는
인파가 몰리고, 낚싯배 예약도 연초부터 이미 꽉 차 있을 정도다.
주꾸미는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의 얕은 바다에서 서식하며, 평균 몸길이는 10~15cm다. 하지만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을 축적한 제철 주꾸미는 몸을 펼치면 20cm가 넘을 정도로 크고 통통하다. 문어, 낙지, 오징어,
꼴뚜기 등과 함께 두족류에 속하는 주꾸미는 짭짤한 바다 내음이 진하게 응축된 듯한 맛을 내며, 다리는
쫄깃하고 머리 부분은 부드럽다. 제철에 갓 잡은 주꾸미는 별다른 양념 없이 데쳐 먹기만 해도 봄 바다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특별한 진미다.
한때 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데친 주꾸미와 생미나리, 제로 칼로리 스리라차소스, 현미밥을 먹고 단기간에
10kg 이상 감량하며 ‘주꾸미나리 다이어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주꾸미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많다. 또 볶음 요리나 샤부샤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어 대중적인
식재료로도 널리 소비된다. 최근에는 생산·유통·보관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철 주꾸미를 급랭해 신선한
상태로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주문할 수 있다. 덕분에 봄철 주꾸미의 풍부한
맛과 식감을 가정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주꾸미는 타우린과 DHA가 풍부해 원기 회복과 두뇌 건강에 탁월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공개한 한국수산물성분표에 따르면 주꾸미 100g당 타우린 함량은
약 1,300~1,600mg으로 낙지, 문어, 오징어보다 많은 양이다. 이 외에도 성장과 발육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 칼슘, 인, 철 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해 균형 잡힌 식단에 도움을 주는 좋은 식품이다.
올봄에는 주꾸미를 색다르게 즐겨보면 어떨까. 먼저, 화끈한 풍미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중화식 마라
주꾸미볶음’을 추천한다. 흔한 주꾸미볶음과 달리 일반 식용유 대신 마라유(고추기름과 중국 산초로 만든 기름)
를 사용해 조리한다. 마라유의 풍미가 주꾸미에 배어 더욱 이국적인 맛이 난다. 주꾸미와 각종 채소를
고춧가루와 마라유에 볶아내면 매콤하고 향긋한 별미 요리가 완성된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요리는 신선한 제철 주꾸미와 어린 돌나물을 활용한 상큼한 샐러드다. 돌나물은
주꾸미 못지않게 이른 봄에 즐겨 먹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특유의 쌉싸름한 향과 아삭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데친 주꾸미와 돌나물을 식초, 설탕, 고춧가루, 참기름, 매실청 등의 양념에 가볍게 무치거나 유자소스,
오리엔탈소스, 레몬소스 등과 곁들여 먹으면 별미다.
제철을 맞아 더욱 맛있고 영양이 풍부해진 주꾸미. 올해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며 봄을 만끽해 보는 것이
어떨까.
• 재료 | 주꾸미 350g, 멸치·밴댕이 한 줌씩, 다시마 1조각, 표고버섯 3개, 애호박 1/2개, 청경채 3개, 양파·대파 1/2개
당근 1/2개, 고추 1개, 미나리 한 줌
소스 재료 국간장 1큰술, 양조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청주 1큰술, 매실청 1큰술, 물 4컵, 식초 1큰술, 레몬즙 약간, 고추냉이 약간, 설탕·소금 약간 |
• 재료 | 주꾸미 300g, 돌나물 100g, 마늘 4쪽, 토마토 100g, 적양배추 80g, 밀가루 1/4컵
소스 재료 다진 양파 2큰술, 발사믹 식초 2큰술, 올리브유 2큰술, 꿀 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