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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탐구생활

과학자가 만든 옷?
과학과 패션 사이의 혁신
트렌드탐구생활01
한나신 2025 F/W 컬렉션
트렌드탐구생활01
한나신 2025 F/W 컬렉션
사람과 하나가 된 웨어러블 로봇, 착용하면 허공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증강현실 안경, 극한 상황에서 사람을 보호하는 다운점퍼 등 25년 전 영화 ‘매트릭스’ 속 패션 기술이 현실 세계에서 구현되고 있다. 과학과 패션의 만남은 창조적 혁신을 견인해 새로운 인류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

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 취재기자 및 총괄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다.

사람과 하나가 된 웨어러블 로봇 런웨이

2025 F/W 서울패션위크 개막 쇼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한나 신(HANNAH SHIN) 무대가 화제를 모았다. 피날레에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을 착용한 모델이 워킹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 웨어러블 로봇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팀이 개발한 것으로, 장애인들의 보행을 돕는 기능을 갖췄다.
신한나 디자이너는 “워크온슈트F1은 재활을 목적으로 개발한 제품이지만, 패션과 기술을 결합하면 웨어러블 로봇도 패셔너블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런웨이에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패션산업에서는 과학기술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고 있다. 개성과 정체성을 표출하는 창작 영역인 패션에 과학기술을 결합하면서 가상세계에서만 만나던 아이템이 현실에 구현되고 있다.

트렌드 탐구생활02

프라다와 액시엄 스페이스가 공동 개발한 우주복

트렌드 탐구생활03

코페르니 2023 S/S 컬렉션

트렌드 탐구생활02

프라다와 액시엄 스페이스가 공동 개발한 우주복

트렌드 탐구생활03

코페르니 2023 S/S 컬렉션

창작의 한계를 확장하는 과학 기술

과학기술과 패션의 만남을 통해 창작 영역의 한계가 무한히 확장되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소재와 형태의 한계를 과학기술을 통해 해결하며 혁신적인 패션 디자인을 제시한다. 파리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코페르니(COPERNI)는 미래적이고 조형적인 여성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3 S/S 런웨이에서 스프레이 패브릭 기술(Fabrican Spray-on)을 이용해 모델의 몸 위에 즉석으로 드레스를 제작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다음 시즌에 로봇 개 ‘스팟(Spot)’의 런웨이를 공개하며 유토피아적 미래 비전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의 디자이너 모리나가 쿠니히코가 이끄는 브랜드 언리얼에이지(ANREALAGE)는 광변색 소재를 사용해 화이트 컬러의 코트, 재킷, 스커트 등이 UV 조명 아래에서 카멜레온처럼 화려한 색상으로 변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다.
그동안 오랜 수작업을 걸쳐 만들어졌던 디자이너 컬렉션이 과학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혁신적인 제작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패션 디자이너들의 창작 범위는 무한히 넓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프라다(PRADA)는 2024년 10월, 우주 인프라 개발사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와 협력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3호 임무에 사용될 우주복의 디자인과 기능 개선을 담당했다. 아르테미스 우주인들은 극한의 고온과 달 먼지로부터 보호해 줄 특수 기술로 제작한 프라다 우주복을 입고 달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지구와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스마트 웨어

전 세계 패션업계가 지속가능한 패션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과학기술은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돕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환경 파괴로 인류의 미래가 불안정한 현대사회에서 패션 브랜드들은 과학기술을 접목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친환경 브랜드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영국의 판가이아(PANGAIA)는 ‘과학자가 만든 옷’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판가이아 연구실에서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유 기반 합성 소재와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 천연 소재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히말라야 야생 쐐기풀과 유기농 코튼을 혼합해 만든 데님, 포도 찌꺼기로 만든 포도 가죽 등이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다.
그뿐 아니라 인간의 일상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해주는 스마트 웨어 역시 과학과 패션이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스마트 웨어는 기존의 웨어러블 기기와 달리 자연스럽게 착용하면서 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 똑똑한 패션 제품이다.
블랙야크의 겨울 대표 상품인 야크온 시리즈는 발열 스위치로 발열판을 작동시켜 한겨울에도 보온 효과를 높이는 똑똑한 제품이며, 코오롱스포츠의 미래형 아웃도어 재킷 컨티넘 8도 내구성이 뛰어난 슈퍼 소재 이니마로 제작했다. 메타와 레이벤이 협업해 출시한 ‘레이벤 메타’는 안경에 간단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표시하는 기술을 접목해 메타 인공지능 비서로부터 서비스 알림과 응답을 받을 수 있다. 아이팝의 이모텐스 슈트(EmoTense Suit)는 디지털 콘텐츠와 사용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연결하는 기술을 활용한 제품으로, 메타버스에서의 경험을 현실 경험으로 전환하고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기술을 접목해 ‘CES 2025’에서 메타버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이처럼 패션과 과학기술의 융합은 개인의 웰빙을 넘어 미래 지향적 디자인으로 인간과 지구환경의 미래를 위한 수어지교(水魚之交)의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