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행복의 열매 > OTT 속 세상 

OTT 속 세상

위로받고 힐링하는 느린 콘텐츠
‘풍향고’
OTT 속 세상01
OTT 속 세상01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 여행 예능 프로그램 '풍향고'가 주목받고 있다. 경쟁이나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한 이 프로그램은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며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숏폼 시대에 ‘풍향고’가 가진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 사진 출처 유튜브 뜬뜬 ‘풍향고’ 화면 갈무리

‘풍향고’의 성공과 그 의미

‘풍향고’는 평균 러닝타임 약 2시간에 달하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으로 K-콘텐츠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트남 사파를 무대로 제작된 에피소드는 2024년 11월부터 유튜브에 차례로 공개되었고, 네 편의 총 조회수는 2025년 2월 18일 기준 약 3,660만 뷰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주목받은 K-콘텐츠 중 하나로, 국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일반적인 예능 콘텐츠의 러닝타임이 대개 30~50분임을 고려할 때, ‘풍향고’의 긴 러닝타임은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특히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이처럼 긴 러닝타임의 예능 콘텐츠가 성공을 거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오히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고 전한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이 빠르고 자극적인 흐름을 강조했다면, ‘풍향고’는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여행을 그리며 대중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는 시청자들이 여유를 갖고 힐링할 수 있는 콘텐츠에 갈증을 느끼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숏폼(short-form)이 대세인 시기에 긴 호흡으로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한 ‘풍향고’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 예능을 제시하면서, 사람들에게 힐링을 안겨주는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숏폼 콘텐츠의 대세 속에서 빛난 ‘풍향고’

최근 콘텐츠 시장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숏폼 콘텐츠가 급성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주요 콘텐츠 1위는 숏폼(41.8%)이었다. 1분 내외의 영상 콘텐츠인 릴스, 틱톡, 쇼츠 등이 대표적이다. 숏폼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와 예능까지 숏폼 형식으로 제작되는 추세다.
중국의 경우 이러한 추세가 더욱 분명하다. 중국온라인시청 프로그램서비스협회가 발표한 ‘중국 숏폼 드라마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숏폼 드라마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2024년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약 504억 위안, 약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방영된 숏폼 드라마도 수만 편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소비되고 금세 잊히는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풍향고’는 독특한 매력으로 차별화된 콘텐츠의 흐름을 만들며 성공을 거둔 것이다.

OTT 속 세상02
OTT 속 세상03
OTT 속 세상02
OTT 속 세상03
느림의 미학과 K-콘텐츠의 미래

‘풍향고’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즉흥적인 여행 방식과 자연스러운 흐름에 있다. ‘노 앱, 즉흥 해외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여행 관련 앱 없이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출연자들이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웃음과 공감이 생겨난다. 경쟁이나 게임 같은 요소 없이 보여지는 출연자들의 본모습에 대중은 오히려 더 큰 재미를 느꼈다. 출연자들은 서로 양보하고 아껴주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많은 시청자가 댓글에서 “아이와 함께 보기 좋았다”, “가족과 함께 힐링을 느꼈다”는 반응을 남겼다.
‘풍향고’의 성공은 느림의 미학을 중시하는 콘텐츠가 여전히 강력한 반응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측면에서 ‘풍향고’는 K-콘텐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시즌 2 제작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팬들은 이미 새로운 여행지로의 업데이트를 기대하고 있다. “4주 동안 행복했다”, “다음 시즌도 기다린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