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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笑笑)한 경제

허리띠를 조이자,
‘저소비 코어’
소소(笑笑)한 경제01
소소(笑笑)한 경제01

경기 불황과 물가상승 등으로 소비 절약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명품 대신 대체 상품을 선택하고, ‘무지출챌린지’를 통해 소비를 줄이고 있다.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는 새로운 흐름 ‘저소비 코어’에 대해 알아보자.

글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경제학박사,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저자

소비 풍조 변화와 저소비 운동

최근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러한 소비 풍조를 반영하는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저소비 코어(Underconsumption Core), 무지출 챌린지 (No-buy Challenge), 디인플루언싱(De-influencing), 요노 (YONO, You Only Need One), 듀프(Dupe) 등이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취지는 다 같다. 바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다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저축보다는 소비를 우선시하는 ‘욜로(YOLO)족’이 주목받았다. 그런데 왜 이 같은 변화가 생겼을까?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구매력 위축이다. 또 물가상승,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 상환의 어려움, 부동산 가격 상승 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 외에도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가치소비 운동이 등장하기도 했다. 근검절약의 가치는 가계 재정뿐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실천으로도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소비와 현명한 가계 재정 관리

소비는 국가의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개인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활동이다. 그렇기에 과소비는 나쁘고, 저소비가 바람직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가계 재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게 맞는 예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예산 규칙으로는 ‘50-30-20 규칙’*을 들 수 있다. 세후 소득의 50%는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고, 30%는 ‘원하는 물품’을 구매하는 데 쓰며, 나머지 20%는 저축하는 규칙이다. 현명한 소비의 첫걸음은 ‘필요한 것(Needs)’과 ‘원하는 것(Wants)’을 구별하는 것이다. 검약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면, 먼저 원하는 물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흑자 가계 재정을 앞당기려면 소비보다는 저축을 우선시해야 한다. 소득의 20%를 먼저 저축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필요한 것을 구매하고, 그다음에 원하는 물건을 사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결제 수단도 점검해야 한다. 구매 시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드의 편리함 때문에 신용카드를 사용하더라도,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오래전부터 사용된 ‘현금 봉투 기법(Cash Stuffing)’도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현금을 봉투에 넣어두고, 필요한 물건을 살 때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보다 구매 횟수를 줄일 수 있어 소비를 직관적으로 통제하는 효과가 있다.
*50-30-20 규칙: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 저서에서 소개한 예산 관리법

소소한 경제02
소소한 경제02
부채 상환과 재정 안정을 위한 길

저축을 늘리려면 할부 구매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근 인기 있는 ‘구독 서비스’ 형태의 구매도 조심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는 할부 구매의 일종으로,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앞당겨 소비하게 만든다. 신용카드 구매, 할부 구매, 구독 서비스에 빠지면 재정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요란한 예산(Loud Budgeting)’이 유행이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예산 계획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방식이다. 자신과의 다짐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실천 의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부채 상환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자율이 가장 높은 대출부터 갚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자율과 관계없이 대출금 규모가 작은 것부터 갚는 방식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부채 눈덩이(Debt Snowball) 상환법’**이다. 이 방법은 대출금이 적을수록 상환 기간이 짧아져 성취감을 빨리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소비를 갑자기 줄이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따를 수 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금액이 적은 빚부터 갚아야 소비 축소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처음부터 많은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면,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도 커진다. 아울러 가계 재정을 선순환 구조로 만들려면 ‘마이너스 대출’ 계좌부터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비를 줄여 가처분소득이 늘었다면, 대출금 상환과 저축 중 어느 것에 집중할지가 중요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저축 이자율보다 대출 금리가 높기 때문에 대출 상환이 우선일 수 있지만, 대출을 모두 갚을 때까지 저축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리가 높은 대출은 우선 갚되, 저금리 장기 대출은 조기 상환보다 대출을 갚으면서 저축을 병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모든 대출을 갚을 때까지 저축을 미루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방법이다.
저축을 시작할 때도 우선순위가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저축은 ‘비상 자금(Emergency Fund)’이다. 고금리 대출을 모두 갚고 마이너스 대출 계좌도 없앤 후에는 비상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비의 3~6개월 분량의 비상 자금을 비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비상 자금은 반드시 현금 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며,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금 손실 없이 인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상 자금까지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재정적 안정’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셈이다.케이 로고 이미지
**부채 눈덩이 상환법: 미국 재무관리 전문가 데이브 램지가 확산시킨 상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