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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K 스페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사 전문성을 위한 실천적 논의

그동안 교육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목소리가 충돌하는 때는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교육이 역할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성과 위주의 경쟁교육 폐해가 커져갔다. 교육 혁신의 첫 단계는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고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으로 점철돼 있다. 새천년에 접어들면서 변화의 물결은 걷잡을 수 없게 커졌다. 글로벌화, 저출산, 다문화가정의 증가, 빈부격차로 인한 저학력군의 고정화는 교실의 붕괴와 사교육의 유례없는 팽창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또 다른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다른 사회 부문과 마찬가지로 교육 역시 지능정보기술기반의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피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 글. 임병노(경희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The–K 스페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큰 흐름에 따른 교육 변화와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기술 의존적 관점에서 교사 역할의 변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적 발전이 지금 난마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고 교사 의존적인 교실과 사교육 위주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개별 맞춤형 설계를 통해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학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교사를 대신해서 가르치고 교사는 인성교육과 돌봄교육에 치중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래 인재의 요건은 창의력에 있으며 교사의 역할은 촉진자(facilitator), 보조자, 코치, 조력자로 변화할 것이다. 이때 조력자가 반드시 교사일 필요가 없다. 각 부분의 전문가들을 조력자로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 대담기사에서 한 패널의 발언*은 이렇다.
“학생이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교육의 목적까지도 스스로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주체가 되고, 교사는 학생의 다양한 특징을 잘 파악하고 학생의 학습활동을 코칭하는(…) 이런 방식의 교육활동이 예전에는 불가능했습니다만, 인공지능과 정보기술 등을 활용한 하이테크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개인 맞춤형 교육을 위한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교사는 교육을 변화시키고 학생을 가르치는 주체에서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고 기계를 돕는 보조기사로 전락한 느낌이다.

*에듀인뉴스(EduinNews)(http://www.eduinnews.co.kr)

가르침의 본질로 돌아가기

이러한 견해는 기시감이 있다. 교육의 역사를 살펴보면 교육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기술이 교사를 대신할 것’이라는 신화이다. 영화를 처음 교육에 활용한 토머스 에디슨이 그랬고, 컴퓨터가 학교에 도입될 때 많은 교육학자가 첨단기술에 대한 환상 속에서 순진한 기대를 품었다. 학생들은 기술을 활용하여 학습하고 교사는 도와준다.
좋은 교사는 학생이 잘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미국의 스탠퍼드대학교 폴 김(Paul Kim)은 코칭을 강조하며 “좋은 교사는 가르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은 가르침에 대한 오해를 품고 있다. 가르침이란 교사와 학생이 깨달음의 순간을 공유하고 배움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 서로 유창한 언변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이끌어가는 것이고 협력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해가는 과정이다.
이처럼 학생의 학습활동은 가르침의 한 부분이며 분리하기 어려운 줄탁동시(啐啄同時, 안과 밖에서 함께해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의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은(컴퓨터를 통해) 스스로 배우고, 교사는 도와주는’ 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만연되어 있다.

가르침이란 교사와 학생이 깨달음의 순간을 공유하고 배움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
서로 유창한 언변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이끌어가는 것, 협력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해가는 과정이다.
교사 친화적 기술과 정책의 필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첨단 기술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교사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이지만, 첨단기술은 가르침의 본질이 교실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다.
적절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그동안 진정한 지적 교류를 억눌러온 일방적인 강의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기쁨을 되찾을 수 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고 교실은 학습하는 생활공동체가 될 것이다. 기술은 학생들을 교실 수업의 지루함에서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단조로운 일상을 뒤바꿀 수 있다. 진정한 기술은 교사를 교실과 교과서의 제약에서 해방시키고 넓은 세상과 교류하고 다양한 지식을 섞어 교육학적 지식으로 변화시키도록 돕는 것이다. 또, 교사가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좋은 정책은 교사에게 적정한 기술을 도입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교사 전문성을 위한 제언

정책적 노력은 교사가 잘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정책과 프로그램을 쏟아내도 교실에까지 스며들지 않는다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결국 변화는 교사의 변화에서 온다. 지식 전달자에 불과한 기능인, 기술에 보조적인 조력자, 단순한 코치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는 동기부여자이며 성찰하고 학습하는 존재로, 교실 밖에서는 교육과정 개발자, 실천적 운동가, 학교의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의 전문성은 교사 교육기간을 거쳐 교원자격증을 획득했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현장에서의 배움과 의식적인 실천, 철학적 성찰의 순환과정을 통하여 성장한다. 교사 전문성이 중요한 것은 그것만이 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가르침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이 바뀌고, 그러한 기술이 장려되며, 교사 스스로의 자발적 노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교육에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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