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리포트

네트워크와 플랫폼으로
배우는 시대의 교사 역할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학교와 교사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벌써 아이들은 학교 강의보다 손쉽게 유튜브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강의조차 온라인 공개수업(MOOC)*을 통하여 무료로 수강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대학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글과 같은 거대혁신기업에서는 아이비대학 졸업장보다 창업 플랫폼에서 경력을 보고 사원을 뽑는다. 이미 전통적인 학교가 주도권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교사 역시 더는 필요 없는 존재인가?
  • 글. 김석규(괴산북중 교사, 「교사의 전문성, 어떻게 만들어지나」 번역)
「The–K 리포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교육 혁신을 위해 교육방향 설정 및 사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수업. 웹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참여적, 거대규모의 교육을 의미한다.

수업 현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학습네트워크와 플랫폼

우리나라의 초중고 선생님들 대부분이 하는 역할은 제자들이 좀 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해서 수입이 좋은 대기업에 취업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앞으로 계속 요구할 것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대학들도 졸업생 절반 이상이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자 대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디자인스쿨이나 창업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소위 ‘하버드 대학보다 경쟁률이 높은 대학’으로 알려진 미네르바 스쿨 같은 글로벌 창업 플랫폼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교실에서 선생님의 말을 노트에 꼼꼼히 받아 적게 하는 학습방식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학습네트워크와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중고등학교에도 나타나고 있다. 중학교 자유학년제와 고교학점제 도입 정책이 그것이다. 교과융합수업, 현장체험학습을 일회성이 아니라 한 학기 교육과정으로 도입하고 있다. 정규직 교사만이 아니라 문화예술가와 이웃한 대학의 박사과정 전공자들이 강사로 학교에 들어오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와 연계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서 현장체험학습 방식으로 한 학기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교사들에게 인접학문에 대한 지식이나 융합수업 기획력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속한 지역사회의 교육자원을 파악하고 일상적 관계를 맺도록 강제하고 있다.
교실 수업에서 엎드려 자던 학생들이 학교 밖의 마을학습네트워크에 들어가는 순간 살아나기 시작했다. 교과서로만 보던 우리 사회의 모습보다 실제 삶과 더 가까운 내용을 입말과 몸으로 배우면서 자신의 진로까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마을과 연계한 수업이 이렇게 최상의 결과를 항상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에 교사와 학교는 뒷걸음을 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학력이 저하된다’, ‘대학 입시에 불리하다’, ‘안정상 위험이 있다’ 등의 구실을 내세우면서 자유학년제와 고교학점제를 비판한다.

내가 즐겁게 배우고
그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

하지만 이미 학생들을 다시 교실에 가두기에는 늦은 것 같다. 필자가 근무하는 괴산군 같은 농산촌에서는 학교가 채우지 못하는 교육 내용을 마을교육네트워크로 풍성하게 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청소년이 스스로 운영하는 방과후배움터 몽실학교는 고등학생들의 방과후교실 「더혜윰프로젝트」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적 추세를 보더라도 인도의 Cloud Learning Center, 미국의 Think Global School, 스페인의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이스라엘의 Education City 등 학습네트워크와 플랫폼으로 무장한 새로운 학습문화가 초중고와 대학교 시스템을 대체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나라 교사들은 이러한 대전환의 시대 흐름을 읽는 안목을 갖추고 근무하는 학교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부터 학습모임을 만들고 이런 네트워크의 힘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좋은 어른들을 만나서 아이들과 연결시켜주는 것이 교사가 할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학습네트워크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면 무엇을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배우는 일이 일어난다. 무엇을 배울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몽실학교의 슬로건인 “내가 즐겁게 배우고 그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를 강조하는 것으로 끝내도 좋다고 본다. 여기에 하나 제안하자면, 주민참여 예산제를 활용한 풀뿌리 시민프로젝트를 하거나 사회적 기업으로 협동조합을 하나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운영해보면 어떨까? 이런 제안을 실현하자면 교사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데, 먼 거리를 통근하는 경우라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여 학교가 있는 지역의 시민이 되는 교사들이 더 많아져서 이들이 만들어가는 학습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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