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공간의 재구성
세종 새롬고등학교

시민을 키우고,
마을의 품격을 높이는 학교

마을 안에 학교가 있다. 오늘날 학교와 마을은 경계를 지우고 서로를 보듬으며 공생한다. 마을이 키운 아이들은 학교에서 성장해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 세종특별자치시 새롬동에 자리한 새롬고등학교도 바른 인재 양성과 주민을 위한 콘텐츠 발굴을 통해 마을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 글. 이성미
  • 사진. 김도형

학생들의 마음속에 자주색 피가 흐른다

세종특별자치시 새롬동에 자리한 새롬고등학교. 이 학교는 지난 2017년 3월 개교해 2019년 처음으로 1~3학년 교실이 꽉 찬 신설 학교다. 그러나 열정 넘치는 교사, 지덕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 철학 덕분에 새롬고등학교는 일찍이 학생에게는 가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학교, 학부모에게는 아이를 믿고 보낼 수 있는 학교로 입지를 다졌다. 새롬고등학교가 명문 학교로 발돋움하는 데에는 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 교직원들의 노력이 한몫했다. 먼저 학급 표찰을 비롯한 주요 디자인에는 학교 상징색인 ‘자주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장시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복 상의도 자주색 활동복형 후드티와 점퍼로 대체했다.
교표(校標)가 새겨진 다이아몬드형 학교기를 만들고, 보조 교표를 활용한 가로등 배너도 만들어 내걸었다. 공간 어디든 새롬고등학교 만의 색깔이 있다. 김근배 조각가의 교육 기부로 세워진 교훈탑도 학교의 자랑이다. 대부분 학교의 교훈탑은 커다란 단일석 위에 교훈을 새긴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롬고등학교는 책 모양의 석재 위로 교훈석을 올리고, 다시 그 위로 교조(校鳥)인 봉황을 고목(古木)으로 만들어 올린 독특한 디자인으로 학교의 아이덴티티를 살렸다.
모두 학생들이 새롬인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자부심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맺은 결실이다. 새롬고등학교 윤재국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언젠가는 학교를 졸업하겠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자주색 피가 흐르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새롬고등학교의 모든 공간은 문이 있지만
열려 있고, 벽이 있지만 연결된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저절로 ‘소통’과 ‘공유’, ‘공감’의 가치를 배운다.”
공간–공간, 주민–공간을 연결하는 장치들

새롬고등학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주민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행복도시 주민의 96%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도록 계획되어 있는 만큼 학교도 마을 공동체를 중시한다. 먼저 학교 앞마당은 공동주택단지를 관통하며 이어지는 산책로의 일부다. 학교는 벽돌 담장을 없애고 길을 걷는 주민들과 눈을 맞추며 자신도 마을의 구성원임을 말한다.
건물 본관은 겉으로 보기에 3개 동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공간이 8자형 순환 동선으로 모두 이어져 있다. 이 중 2~5층의 교실과 특별실, 휴게공간은 학생만을 위한 공간이고, 1층은 주민과 함께 쓰는 공간이다. 이 1층에 독도 전시관과 독도 갤러리, 도서관, 미술실, 시청각실, 마을운영회실 등이 모여 있다. 카페와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건물 안팎의 휴게공간도 주민들이 함께 이용한다. 건물 천장이 유리 온실과 같이 되어 있어 사계절 햇빛을 그대로 즐기며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체육관과 음악실은 유리문을 맞대고 연결된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체육, 음악 수업이 있을 때는 문을 닫고 각각의 수업을 진행하지만, 행사가 있을 때는 문을 개방해 더 넓게 무대를 쓰게 하여 활용도를 높였다. 이처럼 새롬고등학교의 모든 공간은 문이 있지만 열려 있고, 벽이 있지만 연결된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저절로 ‘소통’과 ‘공유’, ‘공감’의 가치를 배운다.

국내 유일 ‘독도 전시관’이 있는 학교

학교라는 공간은 작게는 새롬고의 정체성과 마을 공동체를, 크게는 한국인의 정신을 담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제일 먼저 만나는 공간은 독도 갤러리다. 독도 사진 전문가로 유명한 이정호 작가의 작품이 로비 벽면을 따라 걸려 있다. 로비 한편에는 독도 모형도 전시되어 있다. 독도 모형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독도 전시관이다.
“국민들이 큰 이슈가 있을 때는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지만, 시기가 지나면 금방 독도에 대한 관심을 저버립니다. 저는 그것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막연한 반일감정을 갖기 이전에 우리는 독도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본의 만행에 당당히 대응할 수 있죠. 그래서 사람들이 독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올바른 지식을 갖기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우리 학교에서 훌륭한 독도 전문가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독도 전시관을 세웠습니다.”
윤재국 교장은 ‘독도 전시관장’이라는 직함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그는 독도 전시관을 과감히 학교 안 지상 1층에 세우고, 주민들이 언제든 와서 볼 수 있도록 문을 개방했다.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하며 폐쇄된 독도 전시관에서 강치를 비롯한 독도 전시물들도 직접 가져왔다. 그는 교육자로서 독도 교육에 앞장서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라 믿는다. 그 마음을 닮아 학생들도 독도 플래시몹을 스스로 익히고, 독도 사랑에 앞장선다.
새롬고등학교는 학교 전체가 안전체험관이기도 하다. 학교의 각 층을 관통하는 원형의 중앙계단에는 안전체험 수칙이 적혀있어 학생들이 항상 안전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돕는다. 시청각실에서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화재 시 완강기 사용법을 배우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승강기, 계단 등에도 공간별로 알아야 할 안전수칙이 적혀 있다.
이렇듯, 새롬고등학교에서 교육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 전체가 배움의 공간이다. 독도를 사랑하고, 안전의 중요성을 아는 아이들은 더 크게 자라 마을의 자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마음속에 영험한 자주색 피가 흐르는 독도 전문가가 나와 한국의 자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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