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45] 티처 & 티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충돌,
그 기로에선 부모의 역할

인간이 산다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결국 나 자신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간은 욕심 부리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며 배려도 한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며 철저히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 그런 와중에 자신을 버리고 이론을 위배하며 그저 맹목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는 상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녀’다. 어떻게 하든 자녀는 부모가 이겨낼 수 가 없는 우주적 존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사랑하는 자녀에게도 결국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온라인 게임이나 SNS, 핸드폰 채팅에 빠져 사는 디지털 중독에 걸린 자녀 문제다.
  • 글. 김동철(김동철 심리케어 연구소/킴스케어 대표원장, 심리학 박사)

디지털 중독에 유난히 민감한 부모의 심리

최근 안타까운 사례가 있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사례가 다소 충격적이지만 우리가 한 번쯤은 이 사례를 보면서 자녀와 부모의 입장을 되짚어보는 시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례는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직장을 구하던 아들과 엄마의 사건이다. 1년 넘게 직장을 구하고 있지만, 직장은 구해지지 않고, 아르바이트조차 하려 하지 않으려는 아들이 게임 과몰입에 있었다. 부모와 소소한 갈등은 있었지만 착한 아들이었다. 그러나 게임 과몰입이 되면서, 성격이 더욱 급해지며 과격해지더니 욕설과 컴퓨터를 던지는 일이 생겼다. 결국 참을성이 고갈된 엄마가 아들에게 뜨거운 물을 끼얹어 화상을 입히는 일이 벌어졌다.
그럼 이 사건은 단순히 참지 못해 생긴 일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사례를 보면서 먹먹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라 하면 누구나 자녀를 위해 참고, 희생하고 기다려 줄 것이다. 마음은 상하지만, 부모는 회유도 해보고, 질책도 하면서 그렇게 교육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례처럼 자녀에게 상해를 입히는 극단적인 부모의 행동은 보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여러 자료에서는 부모의 분노 중 디지털기기, 게임 과몰입에 대하여 특히 분노가 크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행동을 하는 부모의 심리는 무엇일까?

첫째, 부모는 디지털기기, 게임을 하고 있는 자녀를 보면 유익하지 못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것도 본인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자녀가 제 할 일이 있음에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것도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분노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부모 자신이 잘 모르는 영역에서 부정적 의사를 표현하거나 갈등이 생기면 문화충돌과 같은 세대 갈등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간혹 시간에 대한 절제를 합의했음에도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에서 부모를 무시한다고 느껴지며, 자존감에 큰 타격을 받는다.
게임의 시스템상 쉽게 끝낼 수도 없으며, 아쉬운 미련이라는 과거 애착을 남게 하는 과정을 게임이라는 장치에 숨겨놓기 때문에 결국 약속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장치에 걸리면 도리가 없다.
셋째, 게임을 하고 있는 자녀의 표정이나 모습에서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치민다고 한다. 그것은 작은 화면에서 발광되는 자극적인 빛과 영상 그리고 즉각적으로 선택하고 화면 이동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빠르고 현란한 게임 시스템으로 인해, 실행하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표정이 나타난다. 그 표정에는 기쁨, 희열, 안타까움 등 다양한 표정 언어가 부모에게는 부모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그 표정이 이성적인 모습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자체가 부모를 충분히 자극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녀가 여학생이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채팅 앱이나 유튜브, 익명 앱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표정 역시 자극적 감성에 몰입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부모 마음은 자녀를 믿고 사랑하면서도 온라인 과몰입만큼은 쉽게 수용 못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부모의 아날로그 문화가 디지털 문화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고 부모 역시 디지털 문화에 살고 있기에 이해도 할 것 같은데 부모는 자녀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문화 충돌이 가족 충돌로 가는 것으로의 경계가 필요

우리는 항상 누구의 잘못을 선택해야 하는 이상한 O, X의 마법에 걸려있다. 혹 현자를 알고 있다면 당연히 선택을 도와 현명한 답을 찾겠지만, 우리는 누구도 답을 알려 주지 않을지 알면서도 그저 그런 주변에 떠도는 정보가 정답인 냥 자녀에게 무조건 갖다 붙이고 강요한다. 더불어 ‘나는 잘하고 있어’라는 자조 섞인 합리화를 하면서 모든 것을 해결한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부모가 잘 모르는 디지털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오히려 수용하려는 의지보다는 아날로그의 찬양론을 자녀에게 주입시키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과정에 윗글의 내용처럼 그저 그런 정보가 전부의 정보인 것처럼 확대 인정된다면 단순한 문화 충돌에서 가족 충돌로 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잘 경계해야 한다.
요즘 자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문화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 부모가 무척 힘이 든다는 것은 인정된다. 그렇다고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디지털 문화를 부모는 막을 재간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디지털 중독으로 느닷없이 부모에게 밀어닥친다면 부모는 도무지 헤어나질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얻으려 사는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자녀와 함께 나를 위해서 사는 철학과 같은 것이니 너무 조급해 말고 조금씩 소통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차분히 풀어야 한다. 자녀 세대의 디지털이란, 급속도로 발전된 기술과 콘텐츠로 그들조차 숨 쉴 틈 없이 달려드는 것이다. 아날로그는 그저 여유로운 감성과 우직함이 강점인데 부모 세대는 급성장하는 한국의 디지털 미래에 그저 주춧돌 역할을 할 뿐, 미래는 우리의 자녀가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에 과몰입된 자녀를 무서운 질병으로 생각지 말고, 조금씩 이해하고, 부모의 아날로그 감성을 알려 줄만한 작은 시간을 조금씩 만들어 채워 나가면 좋을 것이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