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에 속해 있는 라플란드 주는 핀란드 국토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라플란드 지방은 원시 상태의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이를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비교적 자연조건이 좋은 핀란드의 북쪽 지방에는 많은 ‘사미족’들이 모여 살고 있다. 사미족들은 전통 복장을 입은 채 관광객들에게 순록 썰매를 태워주거나 전통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며 비교적 예전보다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라플란드는 여름에는 ‘백야’를 보기 위해, 겨울에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다. 그 들머리 역할을 하는 곳이 인구 약 3만 명의 작은 도시 로바니에미다. 로바니에미는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약 850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저녁에 출발하는 특급 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야 하는 먼 거리다. 로바니에미의 대표적인 명소는 ‘복음루터파 교회’다. 높은 첨탑이 우뚝 솟아 있어서 멀리서도 그 위치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이 교회의 뒷마당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목숨을 잃은 어린 병사들의 무덤이 있다. 정사각형 돌판에 금색으로 새겨진 이름과 나이를 보면 이들의 평균 나이가 25세 미만임을 금세 알 수 있다.
로바니에미를 찾는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유럽인들이지만 최근에는 일본인이나 중국인들도 눈에 많이 띈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스노우 모빌을 이용해서 산타클로스 마을을 다녀오기도 하고, 순록농장을 찾아가 눈썰매 타는 일에 열중하기도 한다. 저녁에는 호텔에서 정통 핀란드식 사우나로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다.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며칠간의 일정으로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면서 로바니에미의 아름다운 설경에 흠뻑 빠지기도 한다. 겨울 내내 얼어붙어 있는 호수 위에서는 핀란드 특유의 얼음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옆에서 간이 의자를 펼쳐놓고 겨울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로바니에미는 겨울에 유난히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시내에서 10km쯤 떨어진 곳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산타클로스 마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더라도 이 마을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겨우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바니에미의 명물이자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산타클로스 마을에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꿈에서조차 동경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산클로스 마을에서 가볍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순록썰매 타기가 있는데 400m, 1km, 3km 코스로 구성돼 있다.
거친 자연환경에 익숙한 사미족은 오래전부터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겨울 레포츠를 즐겼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겨울 휴가를 보내려고 일부러 라플란드를 찾아올 정도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일명 ‘윈터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색 레포츠는 라플란드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겨울 프로그램이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에서 7명씩 조를 이뤄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조를 편성하는 권한이 절대적으로 심판(진행요원)에게 있다는 것. 가족 또는 친구들이 함께 왔다 하더라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승부에 대한 과열을 막고,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는 배려다. 윈터 올림픽의 경기종목은 모두 네 가지. 얼음 위에서 지프타기, 설상차 운전하기, 7인 스키타기, 순록의 목에 올가미 씌우기 등이다. 이 가운데 7인 스키타기를 빼고는 모두 개인 경기이기 때문에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7인 스키타기다.
7명이 함께 특별히 제작된 스키를 타고 반환점을 돌아와야 하므로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한꺼번에 얼음판에 넘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 같은 단체 경기를 통해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합치게 된다. 아주 짧은 시간에 뿌듯한 성취감과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로바니에미에서 ‘설국’의 정취를 즐긴 관광객들은 대부분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이 나라의 수도인 헬싱키의 명소들을 돌아보며 핀란드 여행을 마무리한다. 헬싱키를 처음 찾아온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갖는 이미지는 ‘깨끗함’이다. 1850년대 초반. 독일의 건축가 엥겔에 의해 진행된 도시계획 역시 오늘날의 헬싱키를 깨끗한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당시 그가 구상했던 도시 계획의 가장 큰 핵심은 오래된 건축물과 새로운 건축물, 그리고 자연환경의 아름다운 조화였다.
헬싱키 중앙역은 붉은색 화강암의 외관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지난 2013년에는 영국의 BBC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었다. 중앙역 출입문 양쪽에는 양손으로 램프를 든 4인의 거인조각상이 조성돼 있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닮은 이 조각상들은 조성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핀란드 철도청의 모델이 된 이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중앙역 바로 옆에는 지난 1972년에 개관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을 정도로 유명한 국립극장이 있다. 국립극장 앞에는 희곡을 많이 쓴 핀란드 작가 ‘알렉시스 키비’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헬싱키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대성당은 여행자들이 누구나 한 번쯤 들르게 되는 유명 관광명소다. 대성당 앞에는 수많은 화강암이 깔린 원로원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핀란드식 건축물들은 대부분 1800년대 중반에 지어졌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2세의 입상이 세워져 있다. 마켓광장은 핀란드 사람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년 내내 신선한 채소, 과일, 생선 등을 판매한다.
마켓광장 근처에는 러시아정교회 성당인 우스펜스키 성당이 있다. 1868년에 비잔틴 슬라브 양식으로 완공된 이 성당 안에서는 채광성이 좋은 아름다운 돔을 올려다볼 수 있다. 헬싱키에서 가장 이색적인 명소는 팀펠리아우키오 교회다. 커다란 바위를 뚫어서 지은 이 교회는 비록 외형은 그리 눈에 띄지 않지만 내부 시설만큼은 웬만한 초현대식 건축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내부의 조명시설과 음향시설이 뛰어나 많은 건축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
헬싱키의 많은 명소 가운데서도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은 시벨리우스 공원이다. 시벨리우스 공원의 가치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 시벨리우스(Jeon Sibelius, 1865~1957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웨덴계 핀란드 사람인 장 시벨리우스는 핀란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작곡가다. 1900년에 열린 파리박람회에서 초연된 핀란디아(Finlandia Op. 26)는 그의 대표적인 교향시(훗날 합창곡으로도 편곡)다.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장엄하게, 때로는 애절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1899년에 작곡된 이후로 지금까지도 핀란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교향시 핀란디아 덕분에 장 시벨리우스는 국민작곡가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장 시벨리우스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귓병의 영향으로 헬싱키 근교의 예르벤파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는 이 마을에 부인 아이노 시벨리우스(Aino Sibelius, 1871~1969년)의 이름을 딴 ‘아이놀라’라는 작은 집을 짓고 창작활동에 전념했다. 하지만 61세 때인 1926년에 교향시 ‘타피올라’를 마지막으로 창작활동을 중단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아이놀라에서 노년을 보내다 눈을 감았다. 장 시벨리우스가 세상을 떠나자 핀란드 사람들은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놀라 주변을 비행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최대한의 존경심을 표했다. 그리고는 시벨리우스 기념비를 조성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기념비를 제작할 조각가로는 핀란드의 여성 조각가인 에이라 힐투넨(Eila Hiltunen, 1922~2003년)이 선정되었다.
시벨리우스 기념비의 제작은 1961년에 시작되어 6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무려 600개에 달하는 은색 파이프는 굵기와 길이가 모두 다르다. 총 24톤의 강철 파이프들을 커다란 바위 위에 고정하고, 일일이 용접으로 붙여서 균형을 잡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시벨리우스 기념비는 1967년에 빛을 보게 되었다. 기념비 옆에는 장 시벨리우스의 두상이 있고, 주변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잔디밭과 함께 호젓한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일대가 시벨리우스 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