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45] 티처 & 티처

학부모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

수시와 정시에 대한 착각을 버려라

일반고 출신으로 천 명당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 수를 보면, 서울 서초구가 28.3명으로 성동구의 7.3명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대학입시에서 ‘지역 효과’가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뚜렷하게 확인되는 것이다. 교육부가 2016∼2019학년도까지 상위권 13개 대학의 고교유형별 합격률을 확인한 결과,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과고·영재고, 외고·국제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학교 효과’ 또한 분명했다. 또한 가정의 소득 수준으로 나타나는 ‘부모 효과’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부모 효과’는 주로 ‘사교육 효과’를 통해 자식에게 대물림된다.
  • 글. 박재원(사람과교육연구소 부모연구소장)

여러 입시 이야기와 부모의 마음

자신의 무능력 때문에 자식이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많은 부모는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정말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자녀의 대학입시 결과를 좌우하는 것일까?
학력 자본의 선취 경쟁에서 사교육의 과열 현상은 부모의 계급적 욕구가 빚어낸 말단의 표면적 현상일 뿐 아니라, 실제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에도 결코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없다. 문제는 고학력 중산층 부모들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사교육에 몰입하는지, 그리고 왜 사교육이 학업 성적을 좌우한다고 착각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왜 잘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나?」 참고
자녀의 학업 성취도에 사교육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결정적이지 않으며 부모의 계급적 욕구가 낳은 착각이라는 지적이 있다. 여기저기서 가장 중요한 ‘학생 효과’를 애써 외면하고 ‘지역 효과’, ‘학교 효과’만을 거론하면 학부모들은 불안해진다. 결국 ‘사교육 효과’에 기대를 걸지 않으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효과와 상관없이 스스로 ‘사교육 효과’를 믿어야 한다. 착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수시와 정시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

가장 심각한 착각은 수시와 정시에 대한 생각이다. 먼저 수시와 정시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2002학년에 수시 선발 비율은 28.8%로 시작했지만 2021학년도 기준으로 77%로까지 크게 확대되었다. 전체의 4분의 3을 넘는 수시전형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최근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교육부 발표를 보면 정시 역시 포기할 수 없다. 결국, 수시와 정시를 모두 준비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수시와 정시는 모두 놓칠 수 없는 기회일까? 입시 전문가도 학부모도 아닌 실제 입시를 몸으로 준비해야 하는 당사자인 수험생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입시 설명회를 할 때마다 필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된 것이 수시와 정시 이원화 제도다. 선택하고 집중하라는 취지를 외면하고 오히려 모두 준비함으로써 오히려 입시부담을 더 져야 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청중들의 반응은 표정으로 알 수 있다. 대부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로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축구와 야구는 같은 운동이지만 종목이 다르다. 수시와 정시도 같은 입시지만 다른 종목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들이 굳게 믿고 있던 신념에 금이 가는, 당혹스러운 표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해도 잘하기 어려운데 이것저것 다하라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미친 짓 아닌가요?”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는 청중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입시는 결과가 모든 걸 말해주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다. 입시 준비를 누가 더 많이 했는지, 열심히 했는지, 대학은 묻지 않는다. 대학은 오직 자신들이 제시한 선발방식 각각에 따른 기준을 가지고 합격과 불합격을 판정할 따름이다. 수시 교과전형에서는 학생부에 기록된 교과 성적이 핵심이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생부에 기록된 여러 기록을 두루 살펴본다. 정시에는 수능 성적의 차이가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수시에서도 일부 대학은 수능성적을 최저기준으로 활용하지만 정시용 수능과는 분명히 다르다. 정시용 수능을 위해서는 부진한 과목의 성적을 올려야 하지만 수시용 수능은 우수한 과목에 집중해서 등급을 잘 받아야 한다. 공부해야 할 과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수능이 아닌 것이다.
우선 자신의 노력을 무엇으로 입증하는 것이 유리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량평가인 수능이나 내신 성적인지 아니면 정성평가인 ‘학종’인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다음에 학교 시험과 국가고사인 수능의 차이를 파악하고 역시 자신에게 적합한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

내 아이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 총력을

수시 도입 초기의 언론 반응을 확인해보면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한 과목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다’고 말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입시 사교육이 없었다면 수시제도는 본래 취지에 맞게 수험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여주는 바람직한 제도로 잘 정착했을 것이다.
최근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간다’는 구호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가 학생들이 한 가지만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입학원서를 내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입제도 개선 방안 연구(2013) 강태중 외 」 참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교육의 시장논리가 뿌리라고 판단된다. 합격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유혹이 학부모들의 불안심리에 파고들어 결국 대세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학교 효과’와 ‘지역 효과’는 입시 성공사례의 분포가 편중되어 있다는 현실 묘사로는 적합하다. 그런 현상에 압도되면 ‘부모 효과’와 ‘사교육 효과’를 맹신하게 되고 결국 시장의 논리에 충실한 입시준비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부모의 과잉투자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입시 부담에 찌든 아이들은 이것저것 손만 댈 뿐, 무엇 하나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운 처지가 된다. 결국 ‘학생 효과’를 믿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내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입시는 따로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수시와 정시를 모두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서로 다른 입시종목이라고 생각해야 최선의 입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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