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35] Be Myself

부유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생활 트렌드다. 이러한 흐름은 날로 복잡해지는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삶의 다운사이징을 추구하는 이들을 만들어 냈다.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방식에 자족하는 사람, 필요치 않은 물건과 일 등을 줄여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 ‘미니멀리스트’가 늘고 있다.
  • 글. 강일수(두디스코칭 대표)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에서 동대문으로 넘어가는 첫 동네. 한양도성의 고즈넉한 풍경과 숲이 어우러진 동네에 ‘세로로(SERORO)’라는 이름의 흰색 건물이 들어섰다. 33㎡(10평)에 불과한 땅에 5개 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협소주택이다. 집주인은 서울성곽을 따라 낙산공원을 걸어서 출퇴근을 한다. 야경이 멋진 핫플레이스 데이트코스가 통근길인 셈이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투리땅을 활용한 개성 있는 작은 집짓기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넷플릭스의 리얼리티쇼 ‘Tiny House Nation(도전! 협소주택)’이 큰 인기를 끌면서 미니멀한 삶을 꿈꾸는 협소주택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작은 집의 혁명’

일본에서 최초로 초소형 주택인 협소주택이 등장하면서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자투리땅을 활용해 지은 집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차츰 인기를 끌면서 도심의 부지가 협소한 경우뿐만 아니라 밀집지의 틈새에 있는 땅에서 열풍처럼 협소주택 건축 붐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7년에만 협소주택 판매량이 전년대비 67%나 증가했다. 협소주택을 가진 이들의 68%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갖고 있지 않으며, 협소주택에 사는 사람의 90%가 평균적인 미국인들보다 더 적은 신용카드 빚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이 반영되어 그 인기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홍콩에서도 협소주택 ‘오포드 튜브 하우스(OPod Tube House)’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잉생산으로 빈터에 방치된 대형 콘크리트 수도관을 활용해 주거공간으로 만든 이 집의 내부 면적은 9.29㎡(약 2.8평)로 1~2인이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크기다. 모델이 공개된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스칸디나비아식 원목 바닥으로 꾸며진 내부는 안락하며 다양한 선반들을 설치해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채 건설비용은 약 1,700만 원인데, 비슷한 부동산 시세의 20%인 월 47만 원에 임대한다.

최소한의 소유, 단순한 공간을 추구하다

평균적으로 우리의 증조부모 세대는 57가지, 조부모 세대는 200가지, 부모 세대는 600가지 그리고 현대의 우리는 약 10,000가지의 물건으로 생활한다고 한다. 다양한 상품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이에 대한 광고·홍보 역시 넘쳐나는 잉여시대에서 우리는 소비자로서 물건에 대한 소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득 안고 생활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옷이나 책, 가구를 얼마나 많이 버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버릴 것인가와 무엇을 갖고 있을 것인가를 배우는 과정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물건보다 자기 자신과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소유, 단순한 공간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치우면 새로운 생각이 열리고, 새로운 기회가 생겨, 삶을 더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특징은 활기차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더 적은 것으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부자가 되어야만 행복한 것일까?’, ‘다르게 살면서 행복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삶에 대한 방식을 만들어냈다. 덴마크의 ‘휘게(덴마크 사람들이 지향하는 여유롭고 소박한 삶의 방식)’나 일본의 ‘미니멀리즘’은 이런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주목받는 삶의 트렌드였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외형적 모습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검소한 살림살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사고방식 등 모든 것에서 거품을 빼고, 삶의 본질에 충실한 자세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크라테스는 “행복의 비결은 더 많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것으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고 했다. 행복은 깊이 느끼고, 단순하게 즐기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삶에 도전하고,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능력에서 나온다.
얼마 전 8천100억 원을 기부한 중국 영화배우 주윤발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소박한 생활입니다. 매일 세끼 밥을 먹고 잘 수 있는 작은 침대 하나. 과하지 않잖아요. 필요한 건 그게 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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