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야! 빨리 일어나. 학교 가야지! 오늘 개학이잖아.”
엄마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잠을 깼다.
‘학교 가기 싫은데… 더 자고 싶어.’
따뜻한 이불 속에서 10분만 더 자고 싶었다. 따뜻한 이불 속은 마치 할머니의 팔베개처럼 포근했다. 하지만 곧 문이 열리고 “퍽”하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맞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말이 반 친구들이지, 사실 작년에 친하게 지낸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6학년 첫날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차에 내려서도 바로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학교 주변을 서성거렸다.
‘아! 진짜 가기 싫다.’
‘담임이라도 잘 걸렸으면 좋겠다. 무관심한 선생님도 싫지만, 열정적인 선생님도 싫어. 따라가기 힘들어.’
“딩동 ~♬”
종이 치고 나서야 허겁지겁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3층 6학년 1반으로 올라갔다. 교실 문 앞에 마치 무서운 개가 지키고 있는 것처럼 들어가는 발걸음이 괜히 주춤했다.
‘첫날부터 지각이니까 엄청나게 혼나겠다. 어떡하지? 최대한 조심히 안 들키게 문을 열어서 들어가 보자!’
“드르륵”
‘헉! 문 여는 소리가 너무 크잖아.’
생각보다 조용한 교실 때문에 문 여는 소리가 종소리보다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다.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아. 주목받는 것 너무 싫은데… 그만 보라고.’
우물쭈물하는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오! 네가 민수구나!? 개학 첫날이라 잠을 설쳤나 보네. 이리 와서 선생님이랑 인사하고 자리에 앉을까?”
다행히 선생님은 화난 것 같지 않았다. 선생님과 어색하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마지막 남은 창가 근처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소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교실을 둘러봤다. 짝과 어색해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 것을 보니 아마도 선생님이 자리를 정해주신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떠드는 애들은 있다.
“민수야, 이거 아침 자습 시간에 작성해야 해.”
4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마린이가 활동지를 주면서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아이들은 책상 위에 있는 활동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총 3가지의 활동지였다. 우선 작성해야 할 것은 「OO 사용 설명서」다.
‘음… 너무 사실대로 적으면 선생님이 안 좋게 보시려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은데.’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최대한 정성스럽게 적었다. 그다음은 작년 선배들이 적은 「우리 반 선생님 사용 설명서」다. 내 것을 다 보고 마린이와 바꿔서 읽어봤다.
‘올해 담임선생님 조금 특이한데? 이것저것 많이 하시는구나. 선배들이 좋은 추억이 많았다고 하니까 조금 괜찮을지도?’
3교시까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문득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은 서로 어색하지만, 친구들과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었다. 심지어 작년에 같은 반이었지만 거의 어울리지 않았던 동현이가 쉬는 시간에 다가와 같이 물을 마시러 가자고도 했다.
‘누구도 왕따를 하지도, 당하지도 않게 할 것이며, 우리 모두 행복한 한 해를 보낼 거야.’
선생님이 자신을 소개하며 하신 말씀이다.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강당에 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한다고 해서 약간 실망했다.
‘완전 어렸을 때 하던 건데 6학년에게 이런 놀이를 하자고 하는지…’
하지만 놀이를 시작한 지 2분 만에 너무 신이 났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친구가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반드시 몸의 한 부분이 서로 닿아 있어야 하는 규칙 때문에 여학생들과도 손을 잡았다.
‘윽, 처음이다. 혜민이랑 손잡는 것은.’ 쿵쾅쿵쾅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혜민이가 내 심장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놀이 활동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 신나게 논다고 힘들었지? 모두 누워서 천장 보면서 쉬자!”
헐떡거리는 숨을 다독이며 천장을 바라봤다. 신기하게 누워 있는 우리 반 모습이 거울에 비친 것 같았다. 잠시 뒤 선생님께서 종례를 하고 난 후 나를 조용히 불렀다.
“민수야,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아뇨. 그냥 늦게 일어났어요. 죄송해요. 다음부터 안 늦을게요.”
“그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오늘 즐거웠니?”
“네. 좋았어요.”
수줍게 대답하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는 밝게 들어오는 내게 물으셨다.
“아들, 오늘 어땠어? 선생님은 어때?”
“음… 뭐 그냥 나쁘지 않았어요.”
“웬일이야? 항상 개학 첫날 다녀오면 별로라고 했잖아.”
“그냥 올해는 조금 좋을 것 같아요.”(‘저 올해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 유힘찬 선생님은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 매 순간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이번 에세이는 유힘찬 선생님이 학생(민수) 관점에서 바라본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