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사람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라는 습성때문에 타인과의 공존과 소통 없이는 자아실현을 쉽게 이룰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부족한 부분을 타인에게서 채우고자, 상호 공존하고 협력함으로써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며 살아간다. 결국, 자아실현은 자신의 욕구에서부터 시작되지만, 그 욕구에 대한 수행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갈등·조율·소통을 함께하며 자아실현을 하나씩 이뤄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아실현 목표에 도달하고자 애쓰는 과정에는 ‘공감과 공존’이 함께한다. 공감과 공존은 자아실현 과정에서 발생되는 갈등을 해결하는 지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가족은 타인과 다르게 더욱 돈독한 상호 공존을 하고 있어서 개인의 자아욕구와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협력하는 관계다. 그런데 간혹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때가 있는데,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기중심의 무조건적인 자아욕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경우다. 즉, 가족의 감성적 담보를 무기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거친 의사표현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족인데 어떻게 안 해 줄 수 있어?’ 등의 막무가내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갈등의 골을 깊게 해 가족 간의 관계가 타인보다도 못한 관계로 치닫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이는 가족은 ‘혈족’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적인 봉사와 신뢰, 애정을 담보로 하여 오랜 시간 가족 공동체를 형성해왔기에 가족의 거절 의사 표명은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강한 배신감과 스트레스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감성에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는 서운함의 시작이 결국 과거에 있었던 가족의 실수나 잘못을 다시 끄집어 내서 갈등을 확산시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은 자신의 요구 관철에서 시작된다. 그 요구에 대한 해결이 늦어지거나 무시될 경우 갈등은 지속되고, 서로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더욱 커지게 된다. 때문에 자녀의 경우에는 ‘자신은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라는 생각을 하거나, 부모의 애정을 왜곡하기도 하며 스스로 위축되기도 한다. 만약 자녀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면, 자녀는 합리화를 통해 문제의 원인이 부모에게 있다고 단정 짓게 되고, 자신만의 편협한 정보로 정리해 자기 편중사고를 갖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기에 자아실현을 이유로 서로가 공감하지 못하는 행동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어떠한 일이든 상대에게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요구만 한다면 서로에 대한 감성적 공존은 파괴될 것이며, 결국 함께라는 행복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족에게 일어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가족 공동체는 타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것을 두고 ‘가족의 절대적 공감사고’라고 하는데, 그 기본적 모태가 되는 것이 감성적 공감이다.
부모와 자녀 간에는 기본적으로 인간적 감성을 뛰어넘는 유전적 동질성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감성 공감이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녀의 몸에 상처가 생기면 부모 자신이 그 고통을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이 드는 것처럼, 부모와 자녀는 그 고통까지도 공유하는 관계다. 그렇기에 조금의 시간을 두고 서로의 문제를 차분히 하나씩 여유 있게 풀어간다면 서로에 대한 공감을 통해 갈등이 점차 해소될 것이다. 그리고 해결에 대한 만족과 쾌감이 동반된다면 서로의 공존을 확인하며 소통에 대한 좋은 경험을 오래오래 간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