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인터뷰 2

세상은 온통
즐거운 수학 놀이터

서울용원초등학교 김남준 수석교사 김남준 수석교사는 ‘2018 대한민국 수학교육상*’수상자이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단어가 초등학교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올 만큼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은 지금, 수학을 즐겁게 가르치는 교사로 명성을 얻고 있는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수학을 못 했던 학생이 수학교육과 학생으로

김남준 수석교사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수학을 못 하는 아이였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수학 개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당연히 점수는 좋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무리수’를 배우면서였다.
“√2+√3이 왜 √5가 아닌지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무리수에 대해 파고들었고, 그 덕에 시험을 볼 때 무리수 단원 부분은 전부 만점이었어요. 그걸 계기로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후 파고드는 단원을 하나씩 늘려갔죠. 나중에는 친구들이 전부 수학 문제를 제게 물어보러 올 정도로 수학을 꽤 잘하게 됐습니다.”
고3, 진로를 정할 때 수학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것도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을 학생들에게 잘 가르쳐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김남준 수석교사는 적어도 수학에 대해서만큼은 자신만만했다. 수학 전공을 한 만큼 수학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자신이 맡은 반 학생들 역시 수학을 잘하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제가 초임이었던 시절에는 학급별, 과목별로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을 내고, 옆 반과 비교하는 시대였지요. 그런데 제가 맡은 반이 다른 반보다 수학 점수가 안 나왔습니다. 즉, 저의 가르침은 교사의 일방적인 전달이었던 거예요.”
자신은 열심히 가르쳤지만 학생들은 배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배우지 못했으니 ‘너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게 옳은가? 그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해 공부하게끔 만드는 게 중요했는데, 신규 교사 시절에는 자신이 그걸 놓쳤다는 것이다.

* 매년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대한민국 수학교육상’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 중심수업과 평가 방법 개선 등 수학교육 발전을 위해 기여한 교사를 발굴해 포상하고, 우수사례를 확산함으로써 수학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누구나 수학을 좋아할 수 있다

수학을 전공한 교사로서 김남준 수석교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수학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다. 수학은 어렵고, 수학을 잘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고,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며, 수학을 잘하려면 열심히 풀어야 한다 등등.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재능보다 중요한 건 본인이 수학을 좋아해야 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수학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휩싸여 과도하게 불안해하면서 오히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수학을 빨리 포기해버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주면 잘할 수 있는 학생에게 끊임없이 사칙연산을 시키고, 학원을 돌리면서 수학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도록 만들었던 거죠.”
김남준 수석교사의 수학교육은 ‘요령’이나 ‘기술’에 있지 않다. 그는 기본적으로 학생들과의 소통, 학생들간의 소통을 기본으로 하며, 이를 통해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학을 잘하고, 못하는 배경까지 관찰하고 이해해서 학생에게 알맞은 자율적 학습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때문에 모둠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교육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를 수업에 끌어들이고, 그 사이에 섞일 수 있도록 서로 대화하며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어려운 문제를 친구에게 거리낌 없이 물어보고 배우며 토론이 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 모두가 수학에 대한 자발적 흥미를 이끌어 내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수업 사례를 살펴보자. 작년에 그는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높이 재기’ 수업을 진행했다. 먼저 학생들에게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탈레스가 피라미드의 높이를 잰 일화를 간단히 소개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학교 건물의 높이를 재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어 알고 있는 지식을 공유했고, 그가 준비한 PPT와 동영상 자료에서 힌트를 얻었다. 줄자로 교실의 높이를 재 전체 층수를 곱하려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줄자 길이는 짧았고 층과 층 사이의 공간은 계산이 불가능했다. 이때 학생들이 떠올린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수학적 지식, 즉 ‘직각이등변삼각형’이다. 학생들은 그의 설명과 도움 속에서 태양고도 측정기와 줄자를 이용해 건물의 높이를 재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수업에 소극적이고, 수학을 싫어했던 학생들의 활약이 대단했어요. 기계를 쓰고, 땅바닥에 엎드리는 등몸을 쓰는 일이니 훨씬 적극적으로 나섰던 거죠.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간접적으로 건물의 높이를 재는 게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고, 자신들이 해냈다는 것을 신기해하며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수학의 세계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그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돌며 수학 수업을 진행했고, 교사들은 김남준 수석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며 자신의 수업에 반영했다. 더 나은 수학교육의 개발 및 전파를 위해 전국수학교사모임, 서울초등수학연구회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 수학 자료 개발에도 참여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의 역시 주요 활동 중 하나인데, 선착순으로 마감하는 학부모 대상 강의는 늘 10분 안에 마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린다.
“저는 학부모에게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학을 잘하는 법’으로 ‘자녀와 소통할 것’을 주문합니다. 초등 과정에서는 한 학기에 가장 쉬운 문제집 한 권이면 충분해요. 초등 수학은 몸으로 경험하는 수학이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고, 다른 학생과 비교하지 않으며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쉬운 문제를 풀면서 학교 수업을 복습하고, 학생이 모르면 부모와 함께 풀고, 반대로 부모가 모르면 학생에게 설명해달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부모가 자녀와 소통하고, 수학을 즐길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이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에요.”
혹자는 말한다. 어려운 수학이 우리 삶에 대체 무슨 도움이 되냐고. 그러면 김남준 수석교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수학이라는 것의 본질, 중요성을 안다면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수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걸 모른다면 수학은 쓸모없는 학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당장 눈앞의 노트북이나 리모컨 전원 버튼을 보세요. 모두 숫자 0과 1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진법’에서 1은 on, 0은 off의 의미를 가져요. 일종의 수학기호인 거죠. 뉴스에서는 산불이 나서 ‘임야 5ha를 다 태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얼마큼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1ha는 가로 100m, 세로 100m인 정사각형의 넓이라는 걸 알면 쉽게 이해하는데 말이죠.”
수학과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화가도 그림의 구도나 물감의 배합에 수학을 활용하고, 음악의 화성학(화음을 연속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 역시 피타고라스 학파의 이론에서 시작됐다. 수학은 일상과 괴리가 있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실용적 학문이라는 것. 그렇기에 수학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고 윤택하게 해주는 필수 학문으로써 함께 가는 동반자라고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쉽고 재미있는 수학책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학생들이 서점에 가서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쓱 하나 뽑아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수학책을 쓰고 싶어요. 지금까지 우리 학생들에게 수학책은 교과서 아니면 문제집이 전부였지만,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놓은 재미있는 수학책이 있다면 학생들과 수학의 거리는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원리를 이해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놀이하듯 공부한다면 수학이 가장 재미있는 학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김남준 수석교사. 수학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그의 열정은 내일도, 모레도 변함없이 뜨거울 것이다.

김남준 수석교사의 수학교육은 ‘요령’이나 ‘기술’에 있지 않다.
그는 기본적으로 학생들과의 소통, 학생들간의 소통을 기본으로 하며,
이를 통해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학을 잘하고, 못하는 배경까지 관찰하고 이해해서
학생에게 알맞은 자율적 학습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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