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다. 과거에 재택근무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회사의 특권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근무 만족도가 올라갔다는 연구도 많았다. 하지만 1993년, 앞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한 ‘IBM(미국의 컴퓨터 제조회사로, 세계 최대의 서비스·컨설팅·소프트웨어 기업)’은 2017년 업무 효율성을 문제로 재택근무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지금도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따르고 있다.
2020년 3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전국 직장인 1,3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막상 재택근무를 해 보니 업무의 효율성이 적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맞벌이하는 부부와 온라인 개학을 한 자녀들이 한 집안에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을 한다면, 어떠한 모습일지 상상이 될 것이다. 당연히 몰입도가 떨어지고 업무 방법이나 노하우 습득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급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 보니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해결하지 못하거나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또 동료나 상사의 시선이 없으니 늘어질 수밖에 없고, 시간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의 경우, 국내 기업과 같은 신입사원을 위한 공통 교육이 없다. 국내 기업처럼 ‘공채’라는 과정이 없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신입으로 입사하는 사람에게는 ‘Launch Plan’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이는 바로 입사 후 2주 이내에 신입사원이 직접 CEO급, 이사급, 팀장급 그리고 동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즉, 신입사원 본인이 직접 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인터뷰 날짜를 잡고, 추가로 하고 싶은 질문을 구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입사원들은 조직생활을 하면서 알아야 할 많은 정보를 스스로 습득하게 된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어떤 자료를 활용할 것이며, 어떤 사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직속 상사나 해당 팀의 팀장에게 배우며 보고체계를 갖는 것과는 다르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스스로 업무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주간의 ‘Launch Plan’을 통해 신입사원은 조직 전체의 흐름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업무 해결 방법을 스스로 학습해 나가게 된다.
최고 스펙을 지닌 밀레니얼 세대의 인재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세상에는 이미 훌륭한 ‘오픈소스(누구나 이용가능한 자료)’들이 존재한다. 어떠한 학벌과 능력을 지녔는지보다는 앞으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직장인 스스로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알고,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1학년 교양 과목에는 ‘Learn How to learn’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공부하는 방법을 배운다. 수재들이 모여있는 하버드 대학의 교과목으로 어울리지는 않아 보이지만, 이는 아마존의 ‘Launch Plan’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다양한 오픈소스를 통해 익히게 한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시도가 있다.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은 교실 없는 재택교육 환경을 만들었고,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만나 수업을 듣고 개별 프로젝트를 해결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학교인 프랑스 ‘에꼴 42’는 교수와 교재가 없는 강의 환경을 구축했다. 학생들이 오픈소스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에꼴42의 교육 과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도 자문해보자. 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오픈된 소스를 얼마나 활용하는가?
근무 환경의 변화가 필연인 언택트 시대에 직장인의 역할은 다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동료의 업무 방식 인정은 물론, 나만의 업무 방식을 발견해야 한다.
근면성은 더는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서로 다른 업무 방식을 취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성과로 공평하고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틀이 우리 마음속에서부터 마련돼야 한다.
둘째, 동료와 나의 역량에 대한 믿음이다. 신기술과 새로운 지식이 계속 출현하는 현재에 선배들의 노하우만이 좋은 지식일 수는 없다. 다양한 오픈소스의 활용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맞는 직장인의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