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및 자기관리 전문가 ‘크리스틴 포래스’가 집필한 「무례함의 비용」에서는 한국처럼 조직 내에 위계질서가 있는 나라일수록 상사의 무례한 언행을 ‘인식’하는 범위가 좁다는 점이 발견된다고 한다.
따라서 권력 불균형이 큰 문화권에서는 약자일수록 조직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은 무례함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얼룩말이 궤양에 걸리지 않는 까닭」의 저자 ‘로버트 사폴스키’는 무례함 같은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경험한 사람은 면역 체계에 문제가 생겨 심혈관계 질환과 암, 당뇨병, 궤양 등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막말이 만연한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으로 가져가 가족들을 상대로 해소하는 경향이 있고, 가족들은 그 스트레스를 다시 각자의 일터로 가져가게 된다. 역으로 가정 내 무례함이 스트레스를 야기하면 업무에서 낮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내가 듣거나 한 말이 막말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있다. 이들 중 71%가 무례한 언행을 포함한 ‘폭력적인 행위’가 의료적 실수와 관련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무례함이 의료 현장에서 성과를 낮춘다는 사실은 실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이스라엘 병원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의료 수준이 엉망이라는 등의 모욕적인 메시지를 들은 의료진은 처치 과정에 적용한 모든 성과 평가 척도에서 더 낮은 역량을 나타냈고, 환자의 생존 가능성도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처치 상의 어려움에 대해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은 게 주요 원인이었다고 한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잃어버려 사람들의 피드백을 구하거나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막말하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데도 부정적인 기운에 휩싸여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막말에 간접적으로 노출된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또는 주변에서 이런 무례한 상황을 겪고 있다면 이를 절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막말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막말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바로 그 막말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를 내려봐야 하는 것이다. 나 혼자서는 안된다. 조직 전체의 문화로 도전해야 한다.
미국 국가안보국은 정중함을 조직 문화로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가안보국의 리더들은 직원들과 정중한 언행의 중요성에 관해 토론하고, 정중한 언행을 실천한 직원을 칭찬하는 ‘명예의 벽’을 만들어 공개적으로 상을 수여한다. 사무실 여러 곳에 ‘Action Card’를 배치해 직원들이 도전할 수 있는 ‘정중함’을 규범으로 정의해 두어 행동으로 도출되게끔 만들고, 구체적인 ‘how to’가 쓰여 있는 명함만한 크기의 카드를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예를 들면, ‘이번 주에 5번 이상 뒷사람 문 잡아주기’, ‘실수 지적하지 않기’, ‘서로 바라보면서 인사하기’와 같은 아주 작은 과제들이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본인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내가 어쩌면 이런 무례한 행동, 이런 막말을 할 뻔했구나’라며 말이다. 무엇보다 정중함이나 무례함에 대해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맞아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무심코 뱉은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