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더–쉼

이토록 새로운 아시아,
‘대만 한 달 살기’

인천에서 두 시간 반. 가까운 거리만큼 친숙한 문화와 삶이 있는 나라, 대만. 일제 강점기를 겪었던 과거.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현재. 그 시간이 더해져 언뜻 보면 두 나라의 모습이 비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을 뛰어넘는 멋과 매력이 있다. 여행지로의 대만과는 전혀 다른, 살아보면 보이는 것들. 대만에 이런 즐거움이 있었나? 한 달쯤 깊게 머물며 만끽해보자. 이토록 새로운 아시아, 이렇게나 놀라운 대만을.
  • 글_사진. 김선화(여행작가)
「더–쉼」은 전 세계 각 도시의 한 달 살기 정보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 살기는 어렵지만, 그간 「더–쉼」을 통해 힐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답답한 현실 속에서 향후 한 달 살기 여행 계획을 세워볼 수 있어 유용하다며, 지속적인 연재를 요청해주신 많은 독자 의견들을 반영하여 이번 2월호에도 「더–쉼」 코너를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 1. 타이베이 샹산에서 바라본 101빌딩과 도심의 야경
  • 2. 타이베이 임가화원. 대만에서 보존이 가장 잘 된 개인정원이다.
생각만큼 가깝고, 상상과는 또 다른 나라

친숙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문화. 입맛에 튀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먹을거리. 대만은 억지로 익숙해질 필요 없이 일상으로 쉽게 스며든다. 단순히 거리와 문화가 가깝다는 이유로 한 달 살기를 권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긴 시간 그 나라에 온전히 머물며 기대하는 것은 여행 그 이상의 휴식과 신선한 경험이다. 대만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연평균기온 22℃의 아열대 기후로 일 년 내내 온화한 날씨를 자랑한다. 최저기온은 약 12℃로 겨울에도 가벼운 외투한 벌이면 충분하다. 사면이 바다인 섬나라 안에는 모든 자연 지형이 살아 숨 쉰다. 수백 만년의 세월이 만든 웅장한 협곡부터, 거친 숨 몰아쉬는 화산, 완벽한 해양생태계와 마주하는 해양국가공원까지. 남한 면적의 삼분의 일 규모의 작은 나라지만, 크나큰 자연을 품었다.
대만은 한 달 살기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부족함 없는 도심,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근교 도시, 편의성 뛰어난 교통, 볼거리·즐길 거리·먹을거리 가득한 문화 천국이니까. 익숙하게 생각했지만, 상상 그 이상의 즐거움을 품은 나라, 대만은 즐거움 그 자체다.

3. 쾌적하고 시원한 타이베이의 지하철역 / 4. 이지카드. 우리나라의 티머니와 같은 교통카드로 대중교통에 두루 활용된다.
저렴한 듯 저렴하지 않은 물가

물가가 저렴하다는 인식도 있지만, 현지인처럼 먹고 생활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숙소의 경우 1박에 한화 7만 원 이상은 지출해야 쾌적함을 보장받는다. 물론 저가 숙박시설도 수두룩하지만, 덥고 습해 벌레가 자주 출몰하니 대만에서는 가급적 많이 저렴한 객실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불법이니 참고해 두자.
대만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긴다면 식비는 절약된다. 현지 식당은 한 끼 평균 한화 5천 원 정도면 충분하다. 전 세계인 모두의 구미에 잘 맞는 레스토랑, 카페의 식비는 서울과 비슷해 향신료를 즐기지 못한다면 식비 예산을 넉넉히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교통비는 저렴한 편에 속한다. 지하철 1회 이용 비용이 한화 약 600원으로 부담 없다. 버스와 지하철로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의 대부분을 다닐 수 있어 이동 걱정과 경비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 5. 가오슝 리우허 야시장. 원하는 해산물을 고르면 즉석에서 구워준다.
  • 6. 고기와 새우 고명을 얹은 면요리, ‘단짜이멘’.
매일이 기대되는 미식 대탐험

대만에는 특유의 맛과 향이 짙은 음식도 있지만, 아이들도 먹기 좋은 로컬 음식도 많다. 만두를 찌거나 굽거나 탕을 끓여낸 메뉴는 성공률 90% 이상. 자장면을 닮은 ‘단짜이멘’, 짭조름하게 푹 삶아낸 돼지고기 덮밥 ‘루로판’은 초보자에게도 권하는 메뉴다. 대만의 향에 익숙해졌다면 대표 음식이자 보양식인 ‘우육면’에 도전해보자. 가득 올라간 고기와 두툼한 면발, 집마다 특색 있는 육수와 양념이 더해져 입맛에 맞는 맛집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디저트는 더할 나위 없이 모두의 취향이다. 쫀득한 버블이 가득한 ‘밀크티’, 파인애플 케이크 ‘펑리수’, 달콤한 ‘누가크래커’, 사르르 녹는 ‘망고 빙수’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꼭 맞다.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순두부 빙수 ‘도우화’와 아침식사 대용으로 즐기는 두유 ‘도우장’도 시도해보자.
대만 미식 탐험은 야시장에서 완성된다. 추천하는 곳은 스린 야시장과 스따 야시장. 가장 규모가 큰 스린은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옷, 액세서리, 기념품 등 다양한 볼거리까지 가득하다. 스따 야시장은 루웨이, 대왕스테이크, 호호미 소보루 등 대만의 대표 야시장 메뉴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 미식 선호가에게 권한다.
야시장마다 판매하는 메뉴와 맛이 조금씩 다르다. 한 달 동안 야시장을 누비며 자신만의 맛집을 발굴해보는 것은 미식 탐험의 또 다른 재미가 된다.

7. 리타이베이 화산1914문화원구는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문화 공간이다.
오래된 것들의 재탄생, 도심 속 문화 예술 공원

대만이 참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오래된 것들이 지켜온 시간의 가치를 인정하고, 재생산하는 일이다. 지금은 쓸모없어진 터와 장소를 새로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지닌 역사와 의미를 지키며 시민들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일제 강점기 당시에 양조장이었던 공간을 개조한 문화공간 ‘화산1914문화원구’, 담배공장을 디자인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한 ‘송산문창원구’, 군사지역의 예스러움을 마켓으로 살려낸 ‘쓰쓰난춘’ 등.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가오슝의 ‘보얼예술특구’, 타이난의 ‘블루프린트문화창의공원’, ‘321예술특구’ 등 많은 도시에서도 이런 문화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대만은 이렇게 옛것을 허투루 소비하지 않고 보존해, 하나의 문화로 성장시키는 일을 너무나도 멋스럽게 해낸다. 누구나 쉽게 오가는 도심 한복판에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 예술 공간을 만들어, 역사·문화·예술이 일상과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 8. 가오슝 불타기념관.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불상과 부처님 치아사리를 모시고 있는 곳이다.
  • 9. 일몰이 아름다운 타이중의 고미습지
기차 타고 떠나는 도시 여행

타이베이, 타이중, 타이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만의 위치상 북·중·남에 자리한 도시다. 타이베이에서 기차로 쉽게 오고갈 수 있어 1박 2일이면 쉽게 도시 여행이 가능하다. 고미습지, 무지개마을 등 볼거리 가득한 타이중과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옛 거리와 건축물의 운치가 멋스러운 타이난까지 둘러봤다면, 가오슝과 컨딩으로 향하자. 바다와 함께 뛰어놀며 남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은 여행 천국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불상이 자리한 불타기념관부터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치진섬 등 역사와 예술, 자연까지 아우른다. 대만 최남단 해안 지역의 컨딩은 휴양 그 자체다. 낮에는 스노클링, 다이빙 등의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밤에는 야시장을 거닐며 행복을 채울 수 있다. 온종일 놀고 먹고 즐기는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다. 여유가 생긴 주말,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떠나보자. 더 새로운 대만이 펼쳐질 것이다.

TIP
타이베이 VS 가오슝

대만의 수도이자 도시의 모든 편의성을 갖춘 타이베이. 바다를 곁에 둔 항구도시이자 대만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가오슝. 어느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물까. 어떤 도시가 볼거리 많다, 근교 여행지가 많다 따질 필요 없이 제일 좋은 것은 반반씩 살아보는 것. 위치상 북과 남에 위치해 대만 전역을 둘러보고 여행하는 거점으로 삼기에 적합하다.

여름 VS 겨울

여름과 겨울 중 한 달 살기 기간을 고르라면 당연히 겨울이다. 여름에는 녹아내릴 것 같은 더위와 습도는 기본, 6월~8월에는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장마까지 더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겨울은 12월~2월에 해당하는데 평균 15℃ 안팎으로 여행과 쉼을 즐기기 적합하다. 다만 매해 2월 춘절 기간에는 숙박비가 비싼 것은 물론, 대부분 상점과 음식점이 쉬니 미리 체크해두자.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