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에세이

새봄, 다시 날갯짓하는
우리의 희망 노래

「에세이」는 교육가족의 마음이 느껴지는 공감 에세이로, 업무 현장에서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성장하는 교육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 글. 이혜림(인천영선고등학교 행정실)

제가 학생이었을 때를 회상해보면, 매일매일 학교에 오는 것이 참으로 피곤하게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몽롱한 정신으로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시며 등굣길에 나서면 언제나 ‘아, 또 지겨운 하루의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진 학생들과 버스를 같이 탈 때면, ‘힘들겠다’라는 안쓰러움과 동정이 마음에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학교에 오는 것이 일과가 아니게 된 학생들을 보면서 학교에 대한 추억이 지겨움만 남은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020년은 누구에게나 힘든 해였습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저에게는 학생들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비대면 원격 수업이 주가 되었고, 급식은 중단되었으며, 학교에 머무는 시간마저 학생들은 불편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했습니다. 마스크를 살짝만 내리거나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가깝게 붙어 있으면 주의를 받고 시무룩해지는 학생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는 저 또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학생이 주인인 학교에서, 코로나19는 마치 우리 학생들을 엄격한 교리를 지켜야 하는 수행자처럼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음껏 웃고 떠드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제가 학생이었을 때 학교가 주던 일상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봄은 언제나 떨림과 설렘이 함께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무서운 분은 아닐지, 잘 맞는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1년을 지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개학 전날에는 항상 두근거려 잠을 못 이룰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담임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서로에게 적응하며 지내던 3월이 지나가면, 4월 첫 중간고사는 너무나도 빠르게 다가오곤 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진행된 체험학습은 고통스러운 시험이 끝난 후에 주어지던 달콤한 보상같이 느껴졌습니다.
더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5월에는 체육대회를 준비하며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간혹 수업 도중에 줄다리기 예선전을 하러 나갈 때면 수업 시간이 줄었다는 사실에 내심 기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6월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면 즐거운 7~8월의 여름방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학기 중 못다 잤던 잠을 실컷 몰아서 자기도 하고, 보고 싶던 드라마를 몰아 보기도 하고, 가끔 숙제하러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던 즐거운 시간의 여운이 아직 느껴지기도 합니다. 9월에는 여름 볕에 타서 가무잡잡해진 얼굴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을 만나 10월에 함께 수학여행길에 나섰습니다. 친구들의 멋진 공연과 전시를 볼 수 있는 학교 축제가 있는 11월, 마지막 시험이 있는 12월이 지나고, 겨울방학을 보내고 나면, 어느덧 한 학년이 끝나 있었습니다. 1년이 길었는지, 짧았는지 아리송해질 정도로 학교에서의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 또다시 졸업을 맞이하고, 준비 기간을 거쳐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아직 번데기에서 갓 나온 새내기이기에 우왕좌왕하며 일하는 시간이 빈번하고, 하는 일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고민의 끝이 조금 보이는 기분이 듭니다.
제가 학창 시절을 거치며 배운 소중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다른 이를 사랑하는 법이었습니다. 저의 우울한 얼굴을 보고 무슨 고민이 있는지 물어봐 주시던 담임선생님의 따스한 눈빛, 둥글둥글한 글씨로 저의 장점을 빼곡히 써준 친구의 손 편지, 학교를 깨끗하고 안락하게 만들기 위해 학생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셨던 행정실선생님의 노력까지,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음을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저 또한, 우리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5월, 첫 등교를 한 학생들을 맞이하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신입생이든 재학생이든 학생들의 얼굴에는 ‘아, 다시 또 학교를 와야 하나’라는 지겨움이나 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어색함과 설렘, 기쁨이 드리워진 얼굴을 보면서 제가 한 결심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코로나19가 앗아간 학교에서의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규칙적으로 학교에 와서, 새로운 교육 공간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해 나가고, 그러면서도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소중하게 이어나가는 행복을 누리는 그러한 일상을 말입니다.
미국의 시인이었던 에밀리 디킨슨이 시를 통해 이야기했듯이 희망은 우리 영혼의 근저에서 날개를 퍼덕이면서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19라는 큰 고통에도 우리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희망은 끊임없이 날개를 퍼덕이고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에세이를 기다립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성장하는 교육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에세이」는 회원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업무 현장을 비롯해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교육가족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주제는 무엇이든 환영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교육가족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참가하신 분들의 작품을 선정해 매거진에 실어드리겠습니다.

  • 원고 분량 : 원고지 12매(A4 1매 반)
  • 보내실 곳 : The–K 매거진 편집실 (thekmagazine@ktcu.or.kr)
  • 마감일 : 매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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