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신의 생각과 자녀의 행동이 어긋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합리적 보수성을 앞세워 ‘너는 할아버지를 닮았구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지!’라는 식으로, 유전학적 근거를 붙여가며 억지로 끼워 맞추는 행동을 보일 때가 있다. 이러한 모습은 특히 자녀가 부모를 속이거나, 도덕적으로 부정한 행동을 했다면 더욱 강력하게 표출되는데, 이때 자신에 대한 양육 책임은 살짝 뒤로하고 배우자의 양육에 대한 비판을 먼저 앞세우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양육이나 유전적 문제가 아닌, 배우자의 부모를 비롯해 친인척까지 언급하면서 배우자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상황을 매듭지으려 하기도 한다. 이것은 양육에 따른 일종의 결과적 회피 심리인데, 특히 본인이 주양육자라면 이러한 심리는 더욱 강력해지며, 주변에 대한 부정성과 비판이 커지게 된다.
이렇듯 부모는 ‘나의 양육은 잘못되지 않았고, 주변에 의해 나빠졌다’라는 식의 자기중심적 관점으로 자신의 문제를 철저하게 회피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자녀의 마음을 훔치려는 애정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양육 본능에서는 자녀가 부모를 싫어하게 되거나 거리를 두며 멀어지는 것에 대해 부모는 무척이나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부모의 감성과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불안한 양육을 동반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면 자기중심적 사고로 굳어지게 되므로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자녀를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단정 짓는 당위적 사고방식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잘못된 문제의 결과를 되짚어보며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자녀의 부정적 행동에 대하여 과정이나 결과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사고와 엉뚱한 행동으로 부모를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 종종 있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이 있음에도 부모가 보기에는 그저 부처님 손바닥처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예언의식을 무의식적으로 동반하게 된다. 이것은 가정이라는 범주 안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강력한 소통과 관계의 경험을 늘 함께 해왔었기 때문에 쉽게 발생될 수 있는 현상인데 여기에는 오류가 많다. 그 이유는 눈에 보이는 생활 경험을 근거로 하여 부모는 일방적 생각과 판단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또 잘못된 예측에 의한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방향성 선택은 자녀의 문제보다 부모의 다양한 사고 추구에서 그 문제를 찾아야 한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부모는 자녀에 대해 확고한 믿음이 있기에 그러한 믿음은 자녀의 미래를 미리 단정지어 놓고 틀에 끼워 넣으려는 행동으로 흐르게 되며, 그 과정이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흘러갈 때는 큰 충격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자녀의 미래는 부모의 고정된 생각의 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성장 과정에서 다양하게 겪는 수많은 사람과 환경에 의해 설정되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성장을 돕는 환경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자녀는 사춘기가 되거나, 성인이 되어 가는 과정 중에 자신의 주관적 가치관이 확장되면서 부모와 서로 다른 생각으로 갈등을 빚곤 한다. 그것은 성장 과정의 하나로, 이러한 상황을 부모는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모는 자녀가 뒤통수를 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설마 우리 아이가?’를 연발하며 심각한 충격을 받기도 한다. 또 ‘내 아이는 절대 그럴 리 없어’라는 식의 강한 부정과 함께 자책이 이어지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 우울 증상이나 울화병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부모에게 비판과 자책으로 이어지므로 조금 더 여유롭게 자녀를 바라보려는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맹목적인 생각과 지나친 신뢰, 믿음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결핍 요소를 만들게 되며, 부모의 정신적 문제와 더불어 자녀의 소통·공감적 관계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녀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자녀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테고, 그 이유를 들어본 이후에 자녀의 행동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환경적 요소로 인해 자녀들은 종종 부모가 이해 못 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녀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들과 주변의 유혹이 넘쳐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정리하고 행동해야 할지 몰라 나타나는 상황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자녀는 양적인 시간보다는 진실한 마음을 전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질적인 대화를 더 좋아한다. 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단순히 사춘기적 특성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녀가 듣고 싶은 이야기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고, 자녀가 바라는 부모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매우 혼란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자녀를 바라보는 시각을 더 넓혀보자. 소통을 하려면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게 기본이듯, 자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귀담아들으며 여유를 갖고 지켜보면서 자녀의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가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