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용어다. 어린 아이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 현재의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얘기를 할 정도이니, 이 용어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정도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주창된 이후, 세계 각국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앞 다투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7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구성을 필두로 종합적인 국가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등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왜 4차 산업혁명이 우리를 이렇게 고민하고 분주하게 만들까? 이는 바로 ‘혁명(revolution)’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와 연관이 있다. 사전적으로 혁명은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급격하게 고치거나 세우는 일’을 의미한다. 결국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는 급격하고 근본적인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오히려 새로운 시대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국가경쟁력 확보를 견인할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적극적인 교육혁신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글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요구되는 교육혁신의 방향과 과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 개발 및 발달에 의한 자동화(automation)와 연결성(connectivity)의 개선과 확대라는 측면에서 1~3차 산업혁명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이전 산업혁명과 비교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기술의 폭넓은 활용에 있으며, 이를 통해 한층 강화된 자동화와 연결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강화된 자동화와 연결성과 관련하여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는 이렇다.
우선 자동화가 가능한 직업의 범위가 확대될 것이며, 이로 인해 단순한 기능을 요구하는 직업과 복잡하고 전문적인 기능을 요구하는 직업 사이의 소득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특히 인간에 의해서만 수행되었던 기능들이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화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강화된 연결성은 보다 즉각적인 글로벌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 과거에 불가능했던 경제 공급망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에 있어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열쇠는 유연성(flexibility)이라고 본다. 가장 유연한 노동시장, 교육시스템, 사회기반시설과 법적 시스템을 가진 국가와 경제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상대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교육·훈련 측면에서 해석하면 하나의 직업을 위한 전문적인 숙련도는 물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스킬을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역시 유연한 교육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성공을 위한 키워드가 ‘유연성’이라고 할 때, 교육은 전반적으로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우선 미래 준비형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는 매우 급격하고 이에 따라 노동·직업 시장 역시 빠른 변화로 인해 하나의 스킬셋(skill set) 또는 좁은 전문성에 의존하는 개인은 미래경제체제에서 장기간 경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미래의 모든 직업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언어적(linguistic)1), 수학적(mathematical), 기술적(technological) 문해에 중점을 둬야 한다. 또한 간학문적(inter–disciplinary) 연결 또는 융합, 글로벌 시민 의식, 공감 능력,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스킬(employability skill),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 프로젝트 관리 등이 미래에 개인이 갖춰야 할 역량이다. 이와 함께, 지역적, 그리고 글로벌 노동시장의 변화와 이에 따라 요구되는 스킬에 관한 식견과 예측에 근거하여 자신의 스킬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면적인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한 혼란과 시행 지연을 피하기 위한 정기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가르치는 방법에 있어서도 경험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학습자가 학습의 소유권을 가지는 평생학습자로 인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전문적인 교원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존의 테크놀로지는 물론, 4차 산업혁명이 담고 있는 인공지능 등 다양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일상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교실에서의 경험, 지식,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누가(who) 또는 무엇(what)이 교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상력을 스스로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가르치는 주체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도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2)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대응하여 ‘지능정보사회를 선도하는 창의융합 인재강국’이라는 비전하에 우리나라 교육이 제시하고 있는 추진 방향과 전략 역시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의 수업 선택권을 확대하고,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밖 지역사회, 온라인 수업 등을 통한 다양한 학습활동이 활성화되도록 학사제도를 유연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현장에서 다양한 수업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한 교사의 자율권 확대, 개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지능형 학습지원시스템 구축과 첨단 미래학교 설립을 통한 학습효과 극대화와 교육경쟁력 제고, 그리고 지능정보기술의 고도화로 인한 인간소외,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인간을 중시하고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교육 강화를 교육혁신을 위한 주요 방향으로 설정하고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진 방향과 전략에서 담고 있는 교육혁신을 이루어내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가 되는 길임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