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변화는 내가 현재 가지는 역할과 위치에 따라 인식되는 것이 다르므로,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하나의 방향으로 말할 수 없고, 하나의 전략이 나올 수 없다. 또한 요즘처럼 미래 교육 방향과 전략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가 없었던 만큼, 이를 받아들이는 기준부터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기준의 하나를 제안한다면, 수많은 교육 혁신 전략 중에 “현재로도 가능한 것”, “학교 문화가 바뀌면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법과 제도, 정책이 바뀌면 기꺼이 해볼 만한 것”, “지금은 가능하지 않으나 바뀔 것으로 판단되는 것” 등으로 분류해 보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현재가 있어야 미래가 오는 것이라면, 교육의 혁신 역시, 점진적 변화를 이끈 경험이 새로운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체질로 바뀌어 가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중요하고,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교육 현안을 직면하고 있는 현장 교사에게도 중요한 합의점이 되어야 한다. 교육의 변화가 수업 방식이나 학습 환경이 변한다고 변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단위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확보되는 것을 대전제로 하여 변화와 혁신의 단계가 학교마다 다를 수 있다는, 긴 호흡의 교육 혁신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미래가 가지는 속성상 언제부터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5분 후도 미래이고, 50년 후도 미래이기 때문에,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을 시간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미래는 언제부터가 아니라 언제까지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점을 확인해야 한다. 많은 미래사회 예측이나 미래 교육에 대한 예측 보고서가 짧게는 2025년, 길어야 2035년인 것을 보면, 사회 변화가 그만큼 가속도를 가지고 변화하게 되어 그 이상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의 상황을 인정하고, 공감을 전제로 한다고 해도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가져와야 하는 주어진 시간은 10년이다. 10년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이다.
스마트폰이 우리나라에 보급된 것이 2009년이고, 이후 10년의 시간동안 세기에 걸친 가장 혁신적인 이 도구가 우리 생활에 끼친 영향을 생각해 보면, 향후 10년간의 기술 발달은 전문가도 예측을 포기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폭넓게 사회·경제·문화·정치 등 전 영역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교육의 역할이 사회가 원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체제로서 존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면, 적어도 10년 후의 사회에서 살아갈 인재를 과거의 방식으로 가르쳐서는 한 나라를 지탱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두 번째 의미는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정책이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넘어 2020년 차기 교육과정 개정 방향이 현재 논의되는 교육의 혁신 방향을 담아내지 못하면 향후 10년을 현재의 교육 현안에 매몰되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권한과 책임에 대한 이양과 더불어, 다양한 학교가, 각기 다른 학교의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각기 다른 특성화된 학교가 만들어지는 것을 목표로 10년의 교육 방향을 기획하고, 설계해야 한다.
교육 혁신에 대한 절실함이 현재 국가, 사회적으로도 인지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다만, 외부의 압력과 위협이 아닌 교육 주체가 변화와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교육에 영향을 끼치는 주체별로 역할과 책임에 대한 전환이 있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사회 변화가 어느 하나의 양상으로 짐작할 수 없듯이, 학교의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해결해야 할 현안도 학교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농촌 지역에 위치한 학교에서 한 학급에 다문화학생이 7~80%를 차지하는 상황이, 대도시의 학교 현안과 다를 것이요, 60명 미만의 학교가 전체 교육청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의 현안이, 여전히 과밀학급이 현안인 지역과 다르다면, 과감한 권한과 책임에 대한 이양이 필요하다.
다만 국가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현재처럼 모든 것을 규정하는 방향이 아니라 총론 수준의 교육 철학과 가치, 방향을 담는 교육과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도교육청 역시, 무엇을 해야 한다고 규정짓는 교육 정책 과제 수립이 아니라, 학교마다 취사선택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 것으로 규정된(내려진) 과제를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이 아니라, 현재 우리 학교가 당면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학습 환경을,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설계하고, 시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상식에 가까운, 거시적인 담론인 듯하지만, 담론에 대한 합의와 공감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단편적인 정책 과제 수행, 이로 인한 시행착오로 10년의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미래교육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에 대한 필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