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1박2일 마음쉼 웰니스 캠프 체험기

비우고 채우다,
채우고 비우다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는 지난 11월 22일~23일 경북 국립산림치유원 문필마을에서 회원들과 함께 ‘마음쉼’ 웰니스 캠프를 가졌다. 현실에서 잠시 떠나 행복과 건강으로 채웠던 이 시간.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귀한 여정을 ‘The–K 매거진’이 함께했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치유마을에 모이다

이른 아침, 서울을 떠나 경상북도 예천군으로 향했다. 오늘 찾아갈 곳은 경북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이다. 경북 영주시 봉현면, 예천군 효자면 일대에 3000ha에 가까운 규모로 2016년에 문을 연 국립산림치유원은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민들에게 큰 안식처가 되고 있는 곳. 도착한 그곳은 무성했던 녹음들은 사그라들었지만,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의 자태는 여전히 곱게 남아있는 장소였다. 병풍처럼 둘러싼 산들 덕분에 미세먼지가 그득한 서울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몸을 청량하게 일깨우는 기분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회원들은 총 24명이다. 부부, 친구, 나홀로족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약속한 시간에 맞춰 속속들이 도착했다.
모두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문필식당에서의 점심식사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골고루 어우러진 담백한 식사로 이곳 문필마을의 첫 느낌과 대면을 한다. 소박하지만 맛있는 점심. 속이 든든해지자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던 마음이 느긋해진다.
오후 1시. 숲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1박 2일 동안 문명의 편리함보다는 편안하게 휴식하고 자연의 정취를 많이 느끼고 가길 바란다는 인사말로 시작한 오리엔테이션은 국립산림치유원 직원이 1박 2일 동안의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숲에서 걷고 테라피를 하고 명상을 하고 다도를 배울 것이라는 말에 회원 모두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차오른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 가장 먼저 숲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배정받은 방으로 가서 짐을 풀고 모두가 약속한 장소로 여유 있게 모였다. 시간이 급하지 않으니 도시에서의 조급했던 발걸음이 필요 없다.

숲에서 몸과 마음을 돌보다

2개 조로 나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필봉 숲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나무 데크로 조성된 길이 걷기에 편안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조금 넓은 공간이 나타나자 모두 함께 둘러서서 깊은 호흡과 함께 스트레칭을 했다. 울창한 수목들이 뿜어대는 피톤치드와 음이온 덕분에 심신의 안정이 찾아온다. 커다란 평상이 나타나자, 걸터앉아 눈을 감은 채 새소리, 바람소리,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했다. 하나라도 더 빨리, 더 많이 보려 드는 세상에서 잠시 눈을 감는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천천히 산을 에둘러 걸어 내려오니 모두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이어진 밸런스 테라피에 회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던 것도 몸과 마음의 준비가 갖춰져서 일 것이다. 밸런스 테라피 시간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평소 하지 않았던 호흡과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몸을 일깨웠던 이 시간은 특히 옆자리 사람과 팀이 되어 함께함으로써 더욱 즐거운 과정이 되었다. 소극적일 줄 알았던 남자 회원들 역시 옆 사람들과 열성적으로 참여해 지켜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어느덧 문필마을의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갔다. 모두가 뚝딱 저녁밥 한 그릇을 비워낸다.
회원 한 명이 예전에 이곳에서 연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식사가 아주 다르다고 의아해하자 교직원공제회 최우형 주임이 “회원님들을 위해 특별식으로 맞춘 식사”라고 슬쩍 귀띔해준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회원의 모습에 그만 웃음이 번진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온전한 휴식이 주어졌다.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TV도, 와이파이도 안된다고 하니 모두가 살짝 당황한다. 갑자기 주어진 시간을 어찌 써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들이다. 숲속의 고요한 밤을 다들 어떻게 보낼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위해 모인 회원들의 모습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생기가 넘쳤다. 새벽에 일어나 숲을 산책했다는 회원, 간만에 숙면했다는 회원, 반신욕과 안마의자를 즐겼다는 회원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밤과 아침을 보낸 이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둘째 날 진행할 명상과 다도는 산림치유문화센터에서 행해질 예정이다. 인간의 내면에 몰입하는 명상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 천정이 높은 동굴 같은 느낌의 방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강사로부터 명상과 호흡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다. 싱잉볼이라는 그릇을 치자 뎅그렁 소리가 맑고 깊게 울려 퍼지고 그 파장을 따라 회원들 모두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내면의 세계로 침잠한다.
모두가 충만한 기분으로 두 번째 공간으로 이동했다. 다도를 배우고 직접 우린 맛있는 차를 마셔볼 시간이다. 다도 공간 역시 회원들로 하여금 작은 탄성을 자아낸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복도, 밖의 물정원, 다구가 정갈하게 준비된 찻상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갈해지는 기분이다. 먼저 우리 선조들의 차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강사의 설명에 따라 차분히 차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차를 우리기 전에 끓인 물을 식히기 위해 숙우(차를 식히는 그릇)에 따르고 다시 그것을 차관에 넣어 차를 우린 뒤 찻잔을 따뜻하게 데우는 예온을 한다.
차관에서 우린 찻물을 찻잔에 세 번에 나누어 따르고 마침내 천천히 맛보는 이 모든 과정이 도이고 선이다. 다도에 이어 맛있는 점심식사를 끝으로 마침내 1박 2일의 웰니스 캠프를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너무 느리게 진행되는 게 이상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분주했던 삶을 돌아봤다는 회원, TV에서 본 이곳 산림치유원에 꼭 오고 싶었는데 소원을 이루어 기쁘다는 회원, 일상에서 벗어났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회원까지 모두가 제각각 기쁘게 간직한 소감을 털어놓는다. 공제회 회원들에게 ‘쉼’을 선물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됐던 웰니스 캠프. 모두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작은 힘을 선물했던 이 여정의 기억이 행복으로 오래오래 남길 소망해본다.

Mini Interview

  • “진정한 쉼이었기를 바란 시간”
    최우형(회원복지부 생활복지팀 주임)

    ‘마음쉼‘이라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곳 문필마을에 회원님들을 초대했습니다. 사전답사를 통해 음식과 프로그램을 실무진들이 먼저 체험해 보고 회원님들이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우리 회원님들께서 이곳에서 잠깐이라도 모든 짐을 내려놓고 쉼이 되셨길 바라며 오늘의 이 느낌을 갖고 현장에서 원활하게 생활하신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김대경(경북 청도교육청 행정관)
    이윤경(경북 경선교육청 행정관)

    결혼 19주년 기념일을 맞아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자 신청했는데 선정이 됐습니다. 집안일과 육아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바쁘게만 살다가 가끔 이렇게 힐링하면서 스마트폰과 TV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게 좋았습니다. 숙소도 편백으로 돼 있어서 편히 쉴 수 있었고요. 평소 공제회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데 주변에도 많이 권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갑니다”
    윤정자(봉화군 봉화중학교)
    황희주(봉화군 봉화중학교)

    느림의 미학을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별 기대 없이 왔는데 처음 식사부터 맛있었어요. 운영진 측의 여유롭고 느린 1박 2일의 프로그램 안으로 내가 들어가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교직이 스트레스가 많아서 쉬고 싶은 생각이 컸는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나도 돌아보고 옆 사람도 돌아보고 가족도 생각한 시간이었습니다. 1박 2일이었지만 돌아가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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