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인터뷰 2

스마트 교육으로
수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대구 하빈초등학교 신민철 교사 대개 사람들은 익숙함에 지배당한다. 새로운 것은 어렵고 낯설며 불편하기 때문이다. 신민철 교사가 학생들에게 태블릿을 쥐여 주고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시작했을 때 세간의 시선은 매우 상반된 것이었다. 호기심 혹은 의구심. 그 경계를 뛰어넘어 스마트 교육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는 신민철 교사를 만나 보았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스마트 교육? 스마일 교육!

하빈초등학교는 동대구역에 내려서도 택시로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작은 학교다. 스마트 교육이 꼭 대도시의 첨단학교에서 이루어질 필요는 없으나 택시가 학교로 접근할수록 이곳에서 혁신적인 스마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놀라운 것이었다.
신민철 교사를 만나러 간 날은 그가 학생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수업날이었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타 학교로의 전근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민철 교사의 애틋한 분위기와 방학을 앞둔 학생들의 온도가 사뭇 달라 웃음이 비죽 나왔지만 어쨌든 밝고 따뜻한 학생들의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마지막 수업은 ‘작가의 작품 속으로’라는 미술 과목의 단원이다. 통상 교과서와 필통, 노트 등으로 번잡할 책상이 아주 깔끔하다. 학생들 모두가 책상 위에 각자의 태블릿만을 올려두고 있었다. 수업 시작 전에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우렁차게 기합을 넣는다.
“목소리는? 크게! 표정은? 밝게! 수업은? 신나게! 레디~! 액션!!”
수업이 시작됐다. 구글 아트앤컬처로 들어가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글 프레젠테이션으로 나만의 감상문을 적어본 뒤 마지막으로 개별 발표 시간을 가질 거라고 신민철 교사가 예고한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각자 태블릿을 지닌 학생들이 과연 수업에 온전히 집중할까 의구심이 가득했으나 수업 과정은 사뭇 놀라웠다. 학생들은 고흐의 수많은 작품을 태블릿을 통해 감상하고 그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에 하트를 눌러 자신의 카테고리에 담았다. 그리고 다시 프레젠테이션으로 들어가 그곳에 자신이 고른 작품 묘사와 자신의 느낌을 적었다. 딴짓을 할 새도 없어 보였다. 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에 들어오는 상황은 교사의 태블릿에 모두 하나하나 체크가 됐고 학생들의 태블릿 내 행적들이 히스토리로 그대로 남았다. 그러나 이 디지털 수업의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자발성과 소통이다. 고흐 작품을 살펴보던 학생들이 미술관 로드 뷰를 발견하곤 신나서 모둠 친구들과 공유하거나, 친구의 감상문에 열심히 댓글을 달아주거나, 고흐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고갱의 정보까지 찾아보는 등 학생들 모두가 스마트 수업 자체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었다. 수업에 대한 몰입과 즐거움은 덤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그가 스마트 교육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 것은 2017년 군 복무를 마치고 하빈초등학교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 4학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너무 떨어져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그때, 우연히 만난 ‘칸 아카데미’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었다. 미국의 펀드매니저 출신인 살만 칸이 빌 게이츠의 후원으로 만든 온라인 무료강의 사이트 ‘칸 아카데미’를 접한 신민철 교사는 그것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학생들로 하여금 학습에 흥미를 느끼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학생들이 무엇을 모르고, 무엇에 취약한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교사의 맞춤형 가르침에 훌륭한 지표가 되었다.
“학생들이 태블릿을 하나씩 놓고 수업을 시작한 것은 2018년 4월부터였습니다. 저 역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 교육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죠.”
그러나 스마트 교육은 쉽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환경이었고 인프라도 없었으며 학부모는 인터넷 중독을 걱정했다. 동료 교사들조차 이걸로 과연 교육이 될까? 긴가민가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딱 3년이 걸렸습니다. 첫 해는 교실을 바꾸고 두 번째 해는 학년을 바꾸고 세 번째 해에는 학교를 바꿨던 거죠. 욕심을 부리지 않았어요. 일단은 교실부터 시작했는데 제게는 동학년 교사들과 같이 가야 하는 게 매우 중요했죠. 그래야 시너지가 생기거든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교사들과 담소를 나누며 애플리케이션을 하나씩 익혔어요. 공개 수업도 자체적으로 많이 했고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업로드도 했습니다.”
학습의 주체인 학생들에 대해서도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했다. 교사들이 좌절하는 것도 바로 이 첫 단계다. 스마트 기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는 학생들은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만 볼 줄 알지 가장 기본적인 로그인을 비롯해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는 딱 일주일이 걸립니다. 교사가 모든 걸 다 해결해주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 이런 교육은 할 수 없어요. 학생들을 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정말 좋은 파트너가 생기는 거예요. 새로운 학년을 맡고 다시 스마트 기기 활용 기능을 익히는 교육이 어떻게 보면 힘든 과정일 수도 있어요. 올해 4학년에게 처음 스마트 기기 트레이닝을 시킬 때 작년에 배웠던 학생들을 부릅니다. 언니, 오빠가 동생들을 가르치면서 우애도 다지고 소통능력도 키우는 거죠. 학생들에게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알려주는 게 더 좋아요. 저는 학생들을 그냥 팀, 내 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능력, 협동하는 능력,
대화하는 능력,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작업 능력,
발표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중학생이 되면 스타트업 기업의
직원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해요.”
스마트 교육으로 진화하는 학생들의 능력

스마트 교육은 학생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민철 교사는 “아이들은 여기까지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이들은 항상 그 편견을 깨곤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예시 자료를 보여주면 학생들은 언제나 그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능력, 협동하는 능력, 대화하는 능력,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작업 능력, 발표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중학생이 되면 스타트업 기업의 직원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민철 교사는 이야기 끝에 자신의 반을 두고 스타트업 기업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의 역할은 수업이고, 학생들의 역할은 기업 안에서 각각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제가 꿈꾸는 교실 플랫폼은 위워크(WeWork, 미국계 사무실 공유기업)이고 제가 원하는 교실의 모습은 스타트업입니다. 프로젝트를 하나 던져주면 거기서 배움이 일어나고 저 역시 거기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거죠. 즉 지식도 있지만 자신의 경험도 합쳐서 진정한 지식으로 구성되길 기대하는 겁니다.”
신민철 교사는 이 시점에서 교사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해짐을 강조했다. 지식은 찾기 쉬운데 어떤 지식이 양질의 지식이고, 어떤 지식을 추출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지식을 어떻게 자기화할 것인지 하는 부분에 있어서 교사의 역량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사는 티처가 아니라 수업 디자이너라는 그의 말이 강렬하게 남는다.
“그런데 제가 수업을 해보니까 티칭이나 코칭을 넘어선 게 또 있었습니다. 바로 교사도 같이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에요. 아까 이야기한, 저를 한 명의 리더가 아닌 팀원이라고 지칭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할 일이 많다. 스마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대학교 그리고 사회에서는 어떤 인물이 되는지 추적 관찰을 해보고 싶고, 더 나아가 중앙교육연수원이나 교육부로 가서 현장 선생님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에듀테크가 보다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스마트 교육은 특정한 도구가 아니라 미래사회에서는 반드시 써야 할 도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스마트 교육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마트 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날로그의 중요성 역시 그에 못지않고, 적절한 융합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 신민철 교사는 수많은 교육 사례를 만들고 남김으로써 우리나라의 미래를 교육으로 바꾸고자 하는 혁신가이자 현장의 선구자였다.

‘The–K 인터뷰 2’는 독자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남들과 다른 혁신적인 생각과 활동으로 교육 현장을 풍성하게 가꾸어가는 독자 여러분의 신청을 기다립니다. 선생님이 아니어도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혹은 추천해 주셔도 좋습니다. 「The-K 매거진」이 지면에 담아, 다양한 교육 혁신 현장을 소개하여 미래세대의 성장을 돕는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The-K 매거진」 편집실 이메일 thekmagazine@ktcu.or.kr로 연락 바랍니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