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에세이

태풍에 무너지지 않기를

「에세이」는 교사의 마음이 느껴지는 공감 에세이로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아이 이름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김상미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실을 꿈꾸고, 아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오늘도 고민합니다.
  • 글. 김상미(대전느리울초등학교 교사)

더워진 날씨에 여유 시간마저 없는 목요일이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수업 시간이 5분 줄어든 상황에서 밀린 진도를 맞추려면 6교시 내내 빡빡한 활동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쉬는 시간, 학습준비물을 가지러 연구실로 가는데 옆 반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선생님, 여기 한 번 봐주세요. 지금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죠?”
컴퓨터 화면에는 우리 학교 교직원 중 확진자가 있으니 학생들을 하교시키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이게 진짜예요?”
눈을 의심했다. 너무 당황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놀란 기색을 감추고 교실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다음 시간을 준비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상황 이후 울리지 않던 방송 안내음이 들렸다.
“우리 학교에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의 인솔하에 곧바로 집으로 가기 바랍니다.”
“엥? 선생님, 지금 집에 가요?”
“여러분, 방송 들었다시피 우리 학교에 확진자가 생겨서 지금 바로 집으로 가야해요. 교과서와 소지품 잘 챙겨서 가방 쌉시다!”
정신이 없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움직였다. 교내 확진자 발생 상황 시나리오대로 덴탈 마스크를 쓴 학생들에게는 방역 마스크를 쓰게 했다. 그 와중에도 다음 주 원격학습 보고서와 수학 학습지, 책상 속에 들어있던 학습장까지 꺼내 아이들 손에 들려주었다. 흥분해서 말이 많아진 학생들을 가라앉히고, 집으로 가서 되도록 학원도 가지 않기를 당부했다.
줄을 서서 간격을 유지하며 현관까지 내려왔다. 지은이가 촉촉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선생님!”
마스크로 가려졌지만, 슬픈 표정이 보이는 듯했다.
“지은아, 바로 집으로 가는 거야. 알지? 건강하게 잘 지내다 만나자.”
“네…”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에도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확진자가 학생인지, 교사인지, 우리 반과 관련이 있는지, 아이가 하굣길에 울먹이며 엄마에게 전화했다는 이야기까지. 학생들과의 접촉 가능성은 낮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동요하지 말고 차분히 소식을 기다려 주시라고 알림장으로 당부했다.
교사들도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교실을 비워야 했다. 방역팀과 함께 기자들까지 들이닥쳤다. 학교의 공기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남은 교사들은 식사도 하지 못한 채 교무실에서 필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담장 없는 학교 특성상 여러 출입구를 봉쇄하고 ‘학교 폐쇄’를 알렸다.
시의 발표보다 뉴스가 더 빨랐다. 인터넷에서는 ‘누가 이렇다더라, 어디 산다더라’하며 온갖 추측이 난무했고, 전체 학부모에게 알림 문자가 발송된 이후 교무실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우리 학교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코로나19 태풍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저녁 늦게까지 역학조사를 마치고, 다음 날 몇몇 교사들은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나도 검사 대상자였다. 번호표를 받고, 그리 쉽지 않은 검사를 끝낸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대화방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피가 마르는 듯한 시간이었다.
밤사이 확진자가 다섯 명이나 발생했다. 개별 통지를 받지 못한 채 불안함은 더 커졌다. 모두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몇 시간을 보내다, 다행히 검사자 모두 음성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휴우…”
한고비는 넘겼다. 재택근무하는 2주 동안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지역사회의 조용한 전파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의 ‘개인 방역’과 밀폐된 환경, 사람들이 밀집된 상황과 밀접한 접촉을 피하는 ‘집단 방역’뿐이다. 코로나 이후의 학교는 예전과는 사뭇 달라지겠지만,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마주 보며 수업할 수 있는 날을 간절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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