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25] 그 쌤의 이중생활

다재다능 열정맨,
영어로 통했다!

범박고등학교 허준석 교사

즐기면서 잘하기까지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잘 안다. 내공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EBS 강사로 13년째 활동 중인 현직 영어교사. 지금의 스포트라이트가 거저 얻어졌을 리도 만무하다. 그래서 우리는 허준석 교사의 히스토리가 궁금하다. 켜켜이 쌓아온 지식과 영감과 가능성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 글. 정은주
  • 사진. 김도형

Teacher & Creative Director
끝없는 도전과 성취,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슴없이 일을 벌이는 도전정신이 태생적으로 탑재된 걸까. 학창 시절 동기들이 임용고시에 매달릴 때 주머니를 탈탈 털어 어학연수를 떠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교포 친구들과 어울리며 영어에 흠뻑 빠져 지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툭 치면 탁’ 영어가 나올 정도로. 임용을 준비하는 일반적인 패턴과는 조금 달랐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닥을 다졌다. 확신이 있었다. 절실함도 컸다. 덕분에 임용고시 첫 도전에 합격, 영어 면접에서는 경기도에서 최고 성적을 받았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교사가 된 후에는 고등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갖고 있던 EBS 강사라는 꿈에 도전한 것. 수능 강사로서의 실력과 회화 능력이 워낙 탄탄했기에 중학, 고교, EBSe, EBS FM을 모두 섭렵했다. 현직 영어교사 겸 EBS 강사 중에서는 그가 유일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 영역을 넓힌 건 2014년부터니 꽤 앞선 편이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이미 익숙하던 터.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콘텐츠를 제작했다. 일명 ‘혼공TV’의 출발이다.
“교실에서 보면 학생들 수준이 너무 다양해요. 당시 고3 담임을 맡고 있었는데, 기초가 없는 학생들을 교실에 남겨 가르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영어 교육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중학교 수준의 초보 문법부터요. 누구든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레벨 1부터 시작해 몇 년간 찍다 보니 지금은 레벨 9까지 왔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군인, 운동선수 특기자, 주부, 시니어층까지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귀에 쏙쏙 꽂히는 설명 덕에 자신의 수준에 맞춰 실력을 쌓아나갈 수 있는 까닭이다. 이쯤 되면 ‘혼공쌤’의 영어 실력 비결이 궁금해질 타이밍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몰입’에 있다.
“저만의 영어 환경을 만들어 흠뻑 빠져 살았던 기간이 있어요. 대학생 때 떠난 5개월 20일의 어학연수 기간에는 치열하게 공부했고, 한국에서는 교포, 외국인 친구들과 6년여간 같이 살다시피 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따라잡을 수 있었던 거고요.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려면 외국에 오랫동안 나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바꿔버리는 얘기죠. 저를 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해요.”

과연 무엇이 그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걸까.
핵심은 명확한 목표점, 확장성에 있다.
즉, 교실이라는 공간을 넘어 유튜브라는 거대 세상을 통해
가진 것과 아는 것을 공유하고자 함이다.
잘 만든 영상 콘텐츠는 한번의 업로드만으로도 이용자들에게
무한하게 소비될 수 있으니까.
변화의 가능성을 여는 핵심 키, 영어 교육 콘텐츠

유튜브는 그야말로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그에게는 돈 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늘 우선순위였으니까. 용돈을 모아 만든 500만원 종잣돈으로 유튜브 영상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한 일화가 그의 가치관을 대변해준다.
“초기에는 휴대폰으로 촬영을 했어요. 영상도 오디오도 지금에 비하면 엉망이지만, 정말 많은 분이 봐주셨죠. 그러던 중 500만원이 모였고, 어떻게 쓸까 고민을 하다 스튜디오에서 제대로 영상을 찍어보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500만원이 콘텐츠가 되면 수십, 수백 배의 가치로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영어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게 안타까웠거든요.”
학교 수업하랴, EBS 녹화하랴, 책 쓰랴, 그 틈에 영상 촬영하랴. 안 그래도 빠듯한 일정을 쪼개고 쪼갰다. 무엇보다 학교에 소홀하지 않으려, 조금의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이를 악물었다. 사실 제작비도 버겁긴 했다. 스튜디오 대관료만해도 수백만 원. 사정하다시피 견적을 깎고 또 깎아 93강을 촬영했다. 그때 만든 강의들 조회 수가 적게는 5만 회 많게는 30만 회를 넘었으니, 결국엔 초기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EBS 촬영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제가 기획해서 찍고 싶은 걸 찍는 거니까요. 자기주도적일 때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도 새삼 느꼈습니다. 이후로도 콘텐츠 제작은 계속 이어나갔어요. 물론 사비로요. 현재 900강쯤 누적됐는데요. 개인 채널에 900개의 교육 콘텐츠를 올린 사례는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그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걸까. 핵심은 명확한 목표점, 확장성에 있다. 즉, 교실이라는 공간을 넘어 유튜브라는 거대 세상을 통해 가진 것과 아는 것을 공유하고자 함이다. 잘 만든 영상 콘텐츠는 한 번의 업로드만으로도 이용자들에게 무한하게 소비될 수 있으니까.
“학교는 안정성에 중점을 둔 기관이에요. 반면, 유튜브는 안정성이 아니라 확장성에 무게를 두고 있죠. 따라서 포인트가 달라요. 제가 강의를 무료로 여는 이유는, 영어를 배움으로써 세상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기회를 넓혔으면 하는 것이죠. 저 한 사람으로부터 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1,000강, 2,000강까지 계속해나갈 생각이에요.”

이것도 저것도 잘 해내는 비결, 즐기는 힘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목받는 시대다. 전문가 수준의 취미와 일의 경계를 넘나드는 허준석 교사 같은 사람들말이다. 작년부터는 잠시 교실을 떠나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실에서 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는 그. 자신의 혼공TV를 가꾸듯 교육청 유튜브를 관리하고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여러 개의 직업이 생산성을 떨어뜨릴 거라는 우려는 과거의 관점이다. 요즘은 여러 개의 직업이 융합을 이루어 오히려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저는 영어교사이면서, 유튜브에서 직무와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어요. 유튜브는 학생들에게 아주 친숙한 매체이기 때문에, 교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학습이 유튜브를 통해 이어지기도 해요. EBS도 마찬가지고요. 또한 교육청에서 학생들을 선발해 크리에이터도 양성합니다. 결론적으로 교사로서 가르치는 파이는 훨씬 커진 거죠.”
작년에 조직한 ‘혼공스쿨’도 교사로서의 파이를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혼공스쿨은 영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초·중·고 교사와 학원 강사들의 모임으로,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를 허문 게 특징이다.
“영어 교육을 공교육만의 관점으로 보지 않았으면 했어요. 저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좋은 점들을 모두 취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올해는 혼공스쿨 크루들과 함께 지자체에 사업 제안을 해볼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해외에 진출해 ‘K–에듀케이션’을 전파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혼공스쿨 유튜브 채널도 올해 중에 열 계획이다.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영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일들에 도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처럼 학교 안과 밖, 공교육과 사교육을 넘나드는 덕분에 워커홀릭을 자처해야 할 만큼 일상은 촘촘하다. 하지만 스트레스 대신 보람으로 하루하루가 채워진다. 복잡한 듯하지만 결국 하나의 결로 방향이 모이는 삶. 몰두할 수 있음에 허준석 교사는 이 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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