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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티처 & 티처

단단한 가족관계 형성을 위한
‘가족 십계명’ 만들기

요즘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병리 현상들을 보면서 ‘심리·사회적 재난’수준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특히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일반적인 세대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단단한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소중한 가족이 그 파도에 휩쓸릴지도 모른다. 이럴 때 가족을 위한 ‘가족 십계명’을 구성하여 더 든든한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
  • 글. 박재원(사람과교육연구소 부모연구소장)

우리 아이의 정서는 괜찮을까?

초등학교 3학년부터 자해를 했다는 한 아이는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부모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뒤늦게 알게 된 부모 심정은 어떨까? “어떻게 자기 몸을 칼로 그어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라는 생각은 아이에게 도움은커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행위 자체를 판단하기보다, “도대체 어떤 심정이길래 자기 몸에 칼을 댈까요?”라며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인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요즘 아이들의 정서에 대해 발표했다. 김현수 교수와 같은 많은 전문가들이 자해와 관련해 주목하는 요즘 아이들의 두드러진 정서를 보면, ‘멸망 정서(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고생 정서(사는 게 너무 힘들다–태어나면서부터 고생했다)’, ‘왕부담 정서(부모가 나 때문에 산단다–재롱만 10년째 떨고 있다)’, ‘섭섭 정서(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복잡한 등교 정서(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않는다–밥, 친구 혹은 ‘작업’)’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내 아이는 살면서 과연 어떤 정서를 자주 느낄까?
물론, 내 아이는 앞의 정서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 마음이 안심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적게 잡아 중학생 100명 중 7명이 자해하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가 살아간다는 사실마저 부정해서는 곤란하다. 한 중학교 학생들의 평소 심정을 들어봤다. 대부분 부모와 ‘불통’하는 심정을 쏟아냈는데 ‘예측 불가능’이라는 표현에 주목하게 된다. 자신의 미래도, 공부도, 특히 부모도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을 보면 그 불안감의 원료에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부모의 모습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회사에서 자신의 리더가 변덕이 심하다고 생각해보자. 일관성이 없고 기분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면, 그런 사람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평소 어떤 심정일까?

우리 가족만의 가정 헌법, ‘가족 십계명’ 만들기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 간의 불통 원인이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혼란, 특히 핵가족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해법은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족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가족만의 ‘가정 헌법’을 만들어보자.

‘가족 십계명’의 모범 사례
  • 1. 가족이 서로 진심으로 통하고, 함께 있어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반드시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2. 능력 있는 부모 되기, 자랑스러운 아이로 키우기보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지금 노력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이 우선이다.

    3. 아빠 생각, 엄마 생각 그리고 아이 생각보다 더 좋은 우리 가족의 생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4.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감싸주고, 약점을 들추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이라면 세상살이 걱정할 게 없다.

  • 5. 서로 갈등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지 못하고 믿음이 부족해진 탓이라고 생각한다.

    6.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서로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가족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고 실천함으로써 돌파구를 찾는다.

    7.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협하는 개인책임주의, 성공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가 우리 가족들의 생각과 마음에 스며들지 않도록 늘 경계한다.

  • 8.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다 함께함으로써 신나고 즐거울 수 있는 놀이 같은 것들을 준비하고 실행한다.

    9. 성격과 습관 등의 차이를 지적하여 피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공존함으로써 조화롭고 풍요로운 가족을 만든다.

    10. 가족의 구성원은 가족보다 크지 않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민주와 자치의 원리에 맞게 운영하면 가정의 행복은 물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진정 뿌듯한 진짜 행복을 우리 가족 모두 누리게 된다.

이와 같이 구성한 ‘가족 십계명’을 출력해서 가족 구성원이 함께 읽어보면서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에 밑줄을 친다. 밑줄 친 부분을 확인하고, 공통된 내용을 중심으로 서로 충분히 얘기한 다음에 모두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사항을 하나라도 정해보면 좋을 것이다. 또한 굳이 가족 십계명 같은 걸 만들지 않더라도 가정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특히 약자의 위치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이 병들지 않도록 하려면 꼭 필요한 것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 진심으로 합의한 가족의 질서라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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