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분 회원(前 행정초등학교 교장), 이상원 회원(前 중앙초등학교 교사)
지금, 쉬어가기
아름다운 동행

치유 그리고
더 깊은 행복을 만나다

이상분·이상원 회원 자매의 강릉 여행기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은 때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때도 있다. 같은 교직계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애정과 우정을 함께 나눠온 자매가 잠시의 소원함을 딛고 다시 떠난 여행길. 바다 내음과 솔향 가득했던 강릉에서 자매애는 다시 환한 빛을 발했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 이번 강릉 여행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자매, 특별한 여행에 도전하다

이른 아침부터 청주에서 강릉까지 달려온 이상분·이상원 회원 자매. 강릉시 난곡동 ‘서지초가뜰’ 안마당에서 취재팀과 함께한 첫 만남부터 환한 미소 일색이었다. 서지초가뜰은 창녕 조씨 종가의 노(老) 종부인 김쌍기 씨로부터 종가댁 음식을 전수받은 며느리 최영간 씨가 운영하는 밥집이다.
짙푸른 녹음이 가득한 안마당 풍경을 배경으로 점심식사를 마쳤다. 소박하고 정성스러운 만듦새가 가득했던 밥상에 여행을 시작할 든든한 힘을 얻었다.
2016년 8월에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이상분 회원과 2019년 8월에 교사로 정년퇴직한 이상원 회원은 5남매 중 맏이와 둘째로 자란 자매다. 같은 부모 밑에서 피를 나눴건만 두 사람의 성향이 꽤나 달라 보였다. “맞아요. 언니는 내성적이고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반면에 저는 안에 담아두지 못하는 직설적인 성격이지요.”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의 언니와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동생의 느낌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살아 숨 쉬는 공간

강릉 여행의 첫 번째 방문지는 선교장이다. 강릉에 오면 몇번이고 다시 찾게 되는 강릉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이곳은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에 의해 처음 지어졌으며 이후 10대에 걸쳐 300여 년간 증축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99칸의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상류주택으로 지금도 후손들이 살고 있는 개인 소유의 국가문화재다. 선교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연잎이 가득 피어난 활래정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누마루와 온돌방, 다실이 마치 연잎 한가운데에 피어난 듯하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중사랑, 열화당, 연지당에 둘러싸인 채 흐드러지게 피어난 능소화가 더없이 아름답다.
“「단팥빵」이라는 드라마에서 능소화를 봤는데 그때부터 참 좋아했던 꽃”이라고 언니가 이야기를 꺼내자 “어느 나라는 교도소 담장에 능소화를 심어놨다고 하더라”고 동생이 이야기를 받는다. 사실 두 사람에게 이곳 선교장은 애틋한 추억의 장소다. 2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온 가족이 함께했던 추억이 서린 장소여서다.
“예전에는 다 살기가 힘들었잖아요. 저희 어머니도 5남매를 키우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반대로 교육열은 대단히 높으셨어요. 그 당시에 아들딸 모두 대학에 보냈으니까요. 제가 교장으로 정년퇴직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게 어머니께 1천만 원을 드린 거였어요. 드시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다 사시라고요. 그런데 그 돈을 다 쓰지도 못하시고, 2018년에 3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가족들에게는 그 일이 큰 상처였지요.”
동생이 2019년 8월에 정년퇴직하면 엄마와 함께 셋이 여행도 많이 다니고 좋은 것도 많이 보자고 했던 약속은 그렇게 손가락 사이로 허망하게 빠져나갔다. 선교장을 둘러보는 자매의 눈길에는 곳곳에 드리워진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바다와 커피가 있는 힐링의 시간

강릉에 왔으니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경포대를 대신해, 사천해변을 향해 달려보았다.
쪽빛 바다가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모래사장으로 밀려오고, 저 멀리 이름 모를 돌섬이 오롯이 바닷가의 사람들을 향해 앉아 있다. 예전에 드라마를 촬영했던 장소답게 액자형 구조물이 남아있어 자매들도 소녀처럼 깔깔거리며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분위기를 한껏 내본다.
발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모래 알갱이를 느끼며 한 걸음씩 발자국을 찍던 자매가 돌연 허리를 굽혔다. 어린 시절, 모래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추억,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절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독다독 모래집을 쌓아 올리기 시작한 것. 의좋게 놀았던 언니와 동생,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쫓아다녔던 자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그 모습에 옛날의 세월이 겹쳐졌다.
한여름 기온은 점점 올라갔다. 시원한 마실 거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착한 곳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르꼬따쥬’. 팜크닉(농장+소풍)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간당 딱 2~3팀만 받아 각각 앞마당, 뒷마당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커피와 매실차, 주인이 직접 키운 체리자두, 한입거리 간식, 들꽃이 꽂힌 화병, 블루투스 스피커가 리넨 천이 깔린 탁자 위에 차려졌다. 마치 잡지 속 이미지 같은 풍경에 이상분 회원은 가져온 카메라를 꺼내어 시간이 멈춘 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담느라 바쁘다.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너른 잔디 안마당에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자매의 뒷모습.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언니와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는 동생이 피워내는 이야기꽃이 마당을 향기롭게 채웠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첫날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바리스타 체험’을 선택했다. 강릉 하면 커피가 떠오를 만큼 커피와 친숙한 도시에서의 바리스타 체험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커피를 좋아하고 평소 즐겨 마신다는 이상분 회원의 기대는 더욱 컸다.
강의를 맡은 ‘이지연커피바리스타학원’의 이지연 대표가 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핸드드립 이론 강의가 끝나고 자매는 직접 핸드드립을 해보기로 했다. 잔과 드리퍼를 데우고, 팔이 아니라 어깨를 돌리면서 물을 흘려보고, 물줄기는 원을 그리면서 안에서 밖으로 떨어진다. 그 모습에 이지연 대표가 “확실히 잘하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평생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해 온 자매는 배우는 것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느슨했던 자매애를 단단히 엮다

다음 날, 하늘은 그린 듯 파랗고, 온도는 전날보다 뜨거웠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매는 ‘하슬라아트월드’로 향했다. 바다 앞에 위치한 하슬라아트월드는 미술관과 호텔, 산책로를 겸한 야외조각공원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예술공간이다.
미술관은 다채로운 색과 아름다운 조각 작품들의 향연이었다. 피노키오 미술관으로 가는 길 역시 더없이 아름다웠다.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기다란 코를 가진 피노키오가 한 쪽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린 채 관람객들을 환영했다. 자매는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며 사진 찍는 내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산책로로 시작해 야외조각공원까지 이어지는 길은 또 기막히게 아름다웠다. 울창한 숲 한가운데를 걸으며 들이마시는 맑은 공기, 시원한 바닷바람, 중간 중간 놓인 그림 같은 조각 작품들까지. 하슬라아트월드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소나무 향이 섞인 바람에 이마의 땀방울을 식히니 마음에도 여유가 깃든다.
“우리 자매는 통하는 게 많았어요. 두 살 터울인 데다 같은 교직에 근무했기 때문에 할 이야기도 많았죠. 2~3년 전까지는 온 가족이 가는 휴가 외에도 동생과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정말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분위기가 달라진 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였다. 가족의 구심점을 잃으니, 가족 간에 연결된 끈이 느슨해지면서 동생과 함께하는 시간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이번 여행을 동생과 가고 싶었던 이유는 그 느슨해진 끈을 다시금 단단히 묶고 싶어서였어요.”
몸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어느 명절, 시가에 갔다 오는 길에 불쑥 들린 언니가 떡국을 한 상 차려주던 기억, 퇴직 기념으로 미국 여행 중이었던 언니에게 엄마의 발병 소식을 나중에 알리자고 했던 동생의 배려. 서로가 살아오는 내내 가장 소중했던,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는 고마운 존재였음이 다시 한 번 환기되는 순간이다.
자매는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이왕 왔으니 같이 하루 더 강릉에서 묵으려고요. 그리고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지 벌써 의논했답니다.” 서로에게 익숙한 만큼 그 소중함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한 자매의 아름다운 동행. 1박 2일의 시간이 그들의 가슴 속에 행복한 추억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이상분 회원(前 행정초등학교 교장) “자매라는 이름을 재확인한 시간”

동생과 여행의 추억을 다시 만들어볼까 하고 사연을 응모했는데 연락이 와서 정말 기뻤어요. 동생이 제 건강 때문에 여행을 망설였는데 막상 도착하니 상상 이상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꿈꾸던 한옥에서 차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고, 정동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던 숙소도 최고였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동생과 잠시 소원했던 시간을 뛰어넘어 더 단단한 혈육의 끈으로 묶였다는 거예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이상원 회원(前 중앙초등학교 교사) “몸과 마음이 살찌는 힐링 여행”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궁금했습니다. 서지초가뜰에 들어선 순간부터 모든 게 정말 즐거웠죠. 언니 덕분에 힐링할 수 있었고, 몸과 마음이 전부 살찌는 듯한 시간이었어요. 언니, 정말 고마워.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우리 예전처럼 여행 다니면서 살자.

가족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 서지초가뜰

    쥐가 곡식을 모아 보관하던 모양의 땅이라서 서지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삼백 년 전통을 가진 이 집은 정부에서 지정한 농가맛집 1호이다. 강원도 특산물로 차려내는 밥상은 그 맛과 영양이 일품인데, 모내기하던 일꾼을 위해 푸짐하게 차려내던 ‘질상’은 이 집의 별미다.

    033-646-4430 강원 강릉시 난곡길76번길 43-9
  • 르꼬따쥬

    농장에서 즐기는 피크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100% 예약제로, 아름다운 한옥 앞마당과 뒷마당에서 차와 짙푸른 자연을 호젓하게 만끽할 수 있다. 도시인들에게 최고의 힐링을 선사하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070-4789-0729 강원 강릉시 한밭골길 50-11
  • 이지연커피바리스타학원

    ‘강릉커피축제 사이포니스트 챔피언십 2019’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커피와 관련해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이지연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커피 로스팅부터 핸드드립 등 바리스타 체험이 가능하며 자격증부터 창업까지 다양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033-921-9449 강원 강릉시 부흥길 23-8
  • 하슬라아트월드

    동해를 코앞에 둔 복합예술공간이다. 뮤지엄호텔, 야외조각공원, 현대미술관, 피노키오박물관, 레스토랑, 바다카페 등을 갖추고 있으며, 오감이 만족스러운 공간으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강릉의 명소다.

    033-644-9411 강원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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