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더–쉼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어우러진 포용의 나라,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게 여행하던 옛 일상이 더욱더 그리운 요즘이다. 지난 3월부터 국경을 봉쇄한 말레이시아는 현재 코로나19의 하루 확진자가 5명 미만으로 한국보다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을 포함한 ‘코로나19 그린국가’와 국경 개방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더욱 반갑다.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말레이시아에서의 한 달 살기를 추억해보았다.
  • 글_사진. 정선화(「아이들과 함께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저자)
「더–쉼」은 전 세계 각 도시의 한 달 살기 정보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 살기는 어렵지만, 그간 「더–쉼」을 통해 힐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답답한 현실 속에서 향후 한 달 살기 여행 계획을 세워볼 수 있어 유용하다며, 지속적인 연재를 요청해주신 많은 독자 의견들을 반영하여 이번 8월호에도 「더–쉼」 코너를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함이 공존하는 작은 지구

말레이시아는 동·서양이 만나는 요지에 위치하여 예로부터 세계 각국 여행자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던 곳이다. 중국계·말레이계·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며, 이슬람교·불교·기독교·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면서도 서로 배척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영어와 말레이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여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연평균 기온은 최저 22℃에서 최고 33℃로 1년 내내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와 시차도 1시간밖에 나지 않고,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저렴하거나 거의 비슷한 정도다.
말레이시아의 이 모든 환경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 넓고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필자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떠난 세 자녀는, 한 달 동안 작은 지구를 경험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또 한 뼘 더 자랐다.

숙소 수영장에서 물놀이
버스 타고 둘러보는 시내 구경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교통체계가 반대라 운전에 익숙해지는데 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굳이 차를 빌리지 않아도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랩(Grab,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동남아시아의 승차 공유 서비스)을 호출해서 타고 다니면 편리하다. 가격은 한국 택시요금의 반값 정도로 저렴하며, 교통체증에 걸려도 출발할 때 제시된 금액에서 변동이 없다. 또한 ‘GoKL’이라고 쓰여 있는 버스가 있는데, 이 버스는 관광객들이 쿠알라룸푸르의 주요 명소를 무료로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버스다. 출퇴근 시간만 피하면 여유롭게 탈만하며, 무료라서 잘 활용하면 교통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홉온홉오프(hop-on hop-off)’ 2층 버스도 쿠알라룸푸르의 27개 관광 명소에서 정차하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

  • KLCC 공원 음악 분수 쇼
  • Hop-on hop-off 2층 버스
쇼핑 천국, 말레이시아

1년 내내 무더운 날씨의 말레이시아는 시원한 대형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 쇼핑 문화가 발달해있다. 쿠알라룸푸르를 단숨에 쇼핑 도시 4위로 올려놓은 일등 공신인 파빌리온(Pavilion)을 비롯하여 미드 밸리 메가 몰(Mid Valley Mega Mall), KLCC 수리아 몰(KLCC Suria Mall) 등 대형 쇼핑몰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브랜드를 포함하여 온갖 종류의 명품 브랜드부터 중저가 브랜드까지 수백 개의 매장이 입점해있다. 시원하면서 넓고 쾌적한 쇼핑몰은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 눈요기를 좋아하는 사람, 걷기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게 최적의 여행 장소가 될 수 있다.

익숙한 듯 새로운 맛을 볼 수 있는 먹거리

말레이시아 전통음식은 낯선 향신료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조금 입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짬뽕과 비슷한 말레이시아 전통 요리 ‘락사’는 꼭 맛보기를 추천한다. 아울러 우리나라 팥빙수와 비슷한 최고의 디저트 ‘첸돌’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생각날 만큼 맛있다. 간 얼음에 코코넛 밀크와 달고나 향이 나는 흑설탕시럽을 뿌리고 쫀득쫀득한 연두색 젤리가 얹어져 나오는데, 원화로 1,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말레이시아에는 고유의 커피 브랜드인 ‘올드타운 화이트 커피’가 유명한데, 약간은 진한 듯하면서 달콤한 맛으로, 카야 잼을 바른 토스트와 함께 마시면 찰떡궁합을 이룬다.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데 한 번쯤은 들러서 말레이시아 고유의 커피 맛을 즐겨볼 만하다. 그 밖에 잘란알로 야시장의 해산물 전문점 ‘웡아와(Wong AhWah)’도 맛집으로 추천한다.

  • 미드 밸리 메가 몰
  • B.I.G. 쇼핑몰에서 쇼핑하기
  • 잘란알로 야시장
영어공부와 여행, 두 마리 토끼 잡기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달 살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유치원·국제학교·학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어공부’와 ‘여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환경이다. ‘한 달 동안 영어를 배운다면 얼마나 배울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한달간 말레이시아에 다녀온 후,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아이의 영어 학원 선생님은 그동안 입 밖으로 영어를 한마디도 꺼내지 않던 아이가 스스로 입을 떼기 시작했다고 놀라워했다. 영어를 ‘학습’이 아닌 ‘생활’로 경험하며 비로소 얻게 된 감사한 결과였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숙소에는 대부분 실외 수영장이 있다. 유치원과 학교를 마치고 온 아이들은,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가방과 옷을 벗어 던지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수영장으로 직행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한낮의 무더위를 잊은 채 매일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왼쪽)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 영어캠프 마지막 날, 반 친구들과 함께 (오른쪽)쿠알라룸푸르 국제유치원 수업시간
일상의 여유, 주말의 재미를 만끽하다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하면서 평일에 유치원·학교에 다니며 수영을 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일상의 여유를 즐겼다면, 주말에는 주요 관광지를 다녔다. 그중 쿠알라룸푸르를 상징하는 최고의 관광 명소이자 야경이 멋진 ‘트윈타워’와 ‘KLCC 공원’은 필수 코스다. KLCC 공원은 트윈타워 바로 옆에 있으며 대형 놀이터, 무료 야외 수영장, 분수대 등이 있어 아이들에겐 놀이 천국이다. KLCC 공원에서는 매일 밤 8시면 화려한 빛을 내뿜는 음악 분수 쇼가 열리는데,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분수 쇼는 행복 그 자체다.
열대우림의 온갖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보타닉 가든과 테마 공원인 새 공원도 추천한다. 특히 새 공원에서는 여기저기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걸어 다니는 온갖 종류의 새들을 바로 옆에서 보고 만질 수 있어 더욱 좋다. 또한 앞에서 소개한 잘란알로 야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종류의 열대 과일과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으며, 야시장의 입구 한쪽에는 저렴한 비용에 피로를 풀 수 있는 발마사지 숍이 모여 있어서 편하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272개의 계단을 올라야 갈 수 있는 바투동굴도 가볼 만하다. 계단의 끝에는 1891년에 세워진 힌두사원이 있으며, 동굴의 내부에는 다양한 형상을 한 힌두신들의 상이 모셔져 있다. 무엇보다 높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여기저기서 돌아다니는 야생 원숭이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그 밖에 유아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즐길 수 있는 대형 실내놀이터인 슈퍼파크, KLCC 아쿠아리아, 말레이시아의 옛 도시 말라카, 시원한 산꼭대기에 만든 관광지인 겐팅 하이랜드와 친스위사원도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말레이시아는 일상 속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이다. 특히 자녀와 한 달 살기를 계획한다면, 말레이시아에서의 한 달 살기를 통해 보다 넓고 유연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 보타닉 가든
  • 보타닉 가든
tip 한 달 살기 비용 절감은 이렇게!
에어아시아 프로모션 이용하기 에어아시아 항공사에서는 연중 약 일주일가량의 프로모션을 몇 차례 진행한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 프로모션 기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 기간에 항공권을 예매하면 1인당 편도 약 8만 원대라는 놀라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 장기 숙박 할인받기 에어비앤비에는 주 단위, 월 단위 등 장기 숙박 할인을 하는 호스트가 있다. 만약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할 경우, 관심 있는 집이 이러한 할인을 하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보통 에어비앤비에서 검색하면 1박에 얼마인지만 보이는데, ‘예약하기’ 버튼까지 누르면 장기 숙박 할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숙박하려는 집이 월 단위 할인을 제공하는 곳인데 29일만 머무를 예정인 경우, 29일 이용에는 1박 비용을 29일 동안 모두 받고, 30일 이용에는 장기 숙박 할인 공제가 적용되어 30일을 이용하는 비용이 오히려 29일을 이용하는 비용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 이럴때는 실제 29일을 이용할 예정이라고 하더라도 30일 이용으로 예약을 하면 비용을 훨씬 더 절약할 수 있다.
쇼핑몰에서 여행객 할인 쿠폰 이용하기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 안내데스크에 가서 여행객들을 위한 할인권을 달라고 요청하면 즉석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일부 품목에 대해 보통 5~10% 정도 할인이 되는데, 한 달 동안 모으면 꽤 많이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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