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의 신개념 수업
‘블렌디드 러닝’
- 글. 김회수(전남대학교 사범대학교 학장)
BLENDED LEARNING
디지털 공학기술과 교육의 블렌딩으로 변화할 교육
그동안 비대면으로 교육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는 온라인 동영상 수업과 화상수업을 병행했다. 종전에 교실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대면으로 수업하고, 실험·실습하던 상황 과 비교하면 비대면 수업이 불편하고 부족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학생은 스스로 자신의 학습을 관리하고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 학습 부담이 더 커졌다. 학교에서 대면으로 하던 생활지도는 더욱 어려웠을 테다.
그런데 학생과 교사가 이러한 비대면 수업을 지속하는 동안 디지털 공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적 도구와 콘텐츠가 마련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추세에 따라 실험·실습을 요하지 않는 일부 교과에서는 디지털 공학기술을 이용해서 대면수업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업이 가능하게 됐다. 예컨대, 동영상 콘텐츠로 수업이 대체되는 경험을 학생들이 갖게 됐다. 대부분 IT 기술에 능숙한 Z세대 학생들에게는 극히 일부분의 수업을 제외하면 학교에 가지 않고 비대면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디지털 공학기술이라는 도구를 학습의 주요 도구로 새롭게 사용하게 되면서 학습도구에 대한 학습자들의 생각이 ‘오프라인 도구(교과서, 칠판, 교육자료, 교실 등)’에서 ‘온라인 도구(인터넷 등의 정보통신기술과 연결된 컴퓨터, 휴대폰 등)’로 옮겨가게 되었고, 이들은 이미 학습과 놀이를 위해 디지털 공학기술과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코로나 종식’으로는 부서지지 않을 네트워크를 말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까지 우리는 주로 학습과 교육을 위해서 오프라인 도구를 이용했고, 선택적으로 온라인 도구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대면 교육 경험으로 생각이 바뀐 학생(또는 교사까지), 디지털 공학기술과 강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이는 학생에게는 이제 오프라인 도구가 선택지로 물러나고, 온라인 도구가 필수 학습·교육도구로 고려될 것이다.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온·오프라인의 결합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보다 의미 있는 교육을 위해서 오프라인 도구와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는 블렌디드 러닝(혼합학습)이 논의되고 권장됐다. 물론 이때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 도구와 활동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구축한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오게 됐다. 당연히 이들은 온라인 도구를 더 선호할 것이고, 이를 허용하지 않는 교실 상황은 학생들에게 불편하고 흥미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디지털 공학기술과 맺은 활동 네트워크를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학교, 이러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교육이 필수로 다가왔다.
이제 학생, 교사와 디지털 공학기술 간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수업을 포함한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신개념 블렌디드 러닝’이 필요하다. 즉, 학생을 물리적 공간인 교실에 다시 묶으려고 하지 말고, 신개념 블렌디드 교육이 일어나는 공간을 사이버 공간까지로 확대해야 한다. 또는 사이버 공간에서 주로 학습활동이 이루어지고, 물리적 교실에서는 보충활동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즉, 학습이 이루어지는 모든 온·오프라인의 공간을 ‘교실’로 볼 수 있고,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은 새로운 의미의 ‘학교’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현실세계에서 학습하고 적응해야 한다면
블렌디드 세상에서 경험하고,
해석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살아가도록 학생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또 교사들이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지원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블렌디드 러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인트
현재와 미래는 온라인으로 모든 수업을 해야 하거나 블렌디드 러닝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블렌디드 러닝의 효과가 긍정적이라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이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어떻게 하면 블렌디드 러닝을 잘 설계·시행해서 학생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첫째, 적합한 정보기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블렌디드 러닝은 교사 주도의 수업에서, 학생에게 학습주도권을 상당 부분 부여하는 수업이다. 학생이 학습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탐색하고, 과제 해결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여 진행하는 등 일련의 활동이 단절되지 않고, 오프라인 학교와 온라인 공간을 제약 없이 넘나들 수 있는 정보기반 구조가 구축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생과 외부 멘토 등 간의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실시간 화상회의 시스템뿐만 아니라, 비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디지털 도서관 자료를 포함한 각종 학습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통신 공학기술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둘째, 블렌디드 러닝을 위한 안전하고 협력적인 소셜미디어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중·고등학생의 학습지원 공간으로써나 학습공동체 공간으로써 소셜 미디어는 여러 가지 우려할 수 있는 요소(사이버 폭력이나 음란물 노출 등)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관계자들이 안전하게 온라인 학습공동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공동체의 개발·운영이 필요하다.
셋째, 학생에게 대면 수업으로만 가르칠 수 있었던 교육내용 대신에 블렌디드 러닝으로 학습 가능한 교육목표와 내용으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개편해야 한다. 지식이나 정보를 기억하도록 가르치는 것에서 벗어나 온라인 세계와 연결하여 정보를 탐색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물질이나 현상에 대해서만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교육활동도 이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계속 증가하는 정보와 지식의 세계, 지식과 정보의 공유 세계를 살아가는 만큼, 스스로 업데이트하며 유연하고 독립적이지만 모든 것을 하나로 묶을 수도 있는 특성을 지닌 온라인 세상을 교육과정과 연결하거나 그 자체를 교과서로 정의하고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넷째, 블렌디드 학습에 대한 교사의 시범과 도움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정보통신 공학기술과 단단한 연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학생이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어떻게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활동을 연결하여 학습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평가·수정하는지, 자신의 학습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먼저 시범을 보여주고, 학생이 따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생의 자기주도적 블렌디드 러닝 능력에 맞추어 시범과 조력을 조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섯째, 이제 우리는 ‘자기주도적 블렌디드 러닝’을 시범하고, 교육할 능력이 있는가를 점검하며 교사 교육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사 교육에서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강화를 강조했지만, 그것은 오프라인 교실 수업 을 중추로 하고, 온라인 수업을 보조 활동으로 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었다. 사이버 공간이 주요 삶의 공간은 아닐지라도 현실세계에서 학습하고 적응해야 한다면 블렌디드 세상에서 경험하고, 해석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살아가도록 학생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또 교사들이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지원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