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혈전증’을 잡아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최근 옥스퍼드대학교와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혈전 부작용 간에는 잠재적 연관성이 있다고 밝혀지면서 혈전에 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혈전증은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하지만, 젊은 층에도 노출될 위험이 있는 만큼 평소 ‘혈관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혈전증이 어떤 질환인지 바로 알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
- 글. 유종하(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혈전, 왜 발생할까?
혈관 내에서 피가 굳어지면서 생긴 덩어리를 ‘혈전’이라고 하는데, 혈전은 자연적으로 생기고 없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이 깨져서 몸 안에 혈전이 많이 생기면 혈관을 막게 되고,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전증은 혈전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으로, 인구 1천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혈전증은 느린 혈류, 응고 과다, 혈관 손상의 세 가지 요인 중 하나로 인해 발병하거나 이들 요인이 함께 작용해 혈전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혈전증의 증상에는 숨참, 가슴 통증, 다리 부종, 지속적인 복통 등이 있고, 혈전증의 대표적인 예는 뇌졸중, 심근경색, 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등이 있다. 혈전증은 발생한 장기 위치와 혈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전증은 보통 50세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상당수 환자에게는 뚜렷한 원인이 없이 나타나지만, 선천적으로 혈액의 과다 응고성을 지닌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을 때 발병하는데 이를 ‘유전 혈전증’이라 한다. 임상적으로 유전 혈전증은 50세 이하 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외상, 입원, 수술, 거동 불가능, 임신, 경구 피임약 복용, 암, 감염 등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혈전증을 ‘후천 혈전증’이라고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하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후천 혈전증의 원인 중 하나이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혈전증의 특징
코로나19 백신 관련 혈전증은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혈소판 감소 시에는 출혈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혈소판 감소증이 있으나 출혈보다는 혈전증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일반 혈전과는 달리 기존에 혈전증 발생이 드물었던 부위(뇌정맥동 혹은 내장정맥)에서 관찰되기도 한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의 의심 증상으로는 백신 접종 후 4~28일 이내에 호흡 곤란, 가슴 통증, 다리 부종, 지속적인 심한 복통이나 두통, 시야 흐려짐, 접종 부위가 아닌 곳에 멍이나 출혈성 반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진통제로도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및 얀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져온 혈소판 인자 관련 항체가 혈소판을 활성화시켜 혈소판 수 감소와 혈전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의 발생 확률은 극히 낮고, 부작용의 위험성보다는 백신 접종의 유익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백신 접종 가능 연령대인 경우 혈전증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피하거나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혈전증, 빠른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
혈전증이 의심되면 채혈 검사로 혈액의 과다 응고 상태를 평가하고, 혈전증이 의심되는 원인에 따라 추가 검사(유전 혈전증에서는 유전자 검사,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서는 혈소판 수치 측정 및 혈소판 인자 관련 항체 검사)를 시행한다. 혈관 촬영술, 초음파, CT 등의 영상 검사도 혈전증 진단에 이용된다. 만약 혈전증을 초기에 진단하거나 재빨리 치료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폐색전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혈전증이 의심되면 지체 없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 치료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혈전증 진단을 받으면 혈전의 확산과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인자를 최대한 제거하고, 항응고제나 혈전용해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한편,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의 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
자주 움직이는 생활습관으로 예방하는 혈전증
일상생활에서 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을 잘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 및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통해 혈관 탄력을 유지해야 한다. 가급적 금연, 금주하되 어려울 때는 그 양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온종일 앉아 있거나 입원, 장거리 비행 등 오랜 시간 자세를 바꾸기 힘든 경우에는 미리 스트레칭해두고, 간단한 체조를 자주 하면서 조금이라도 걷도록 한다. 이런 행동은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것으로, 장기간 몸이 굳어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평소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혈전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 밖에 혈전증 가족력이 있거나, 암 과거력, 수술받은 사람, 비만(특히 과도한 복부 지방), 오랫동안 입원하여 움직임이 적은 사람 등은 특히 혈전증 위험성이 높으므로 평소에 주의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