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의 런던
‘호주 멜버른 한 달 살기’
볼거리 많은 도시 여행을 좋아한다면, 커피를 사랑한다면, 대자연이 주는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호주 멜버른에 머물러 보는 건 어떨까. 유서 깊은 건축물, 현대화된 빌딩, 높은 문화 수준, 세련된 레스토랑, 개성 있는 카페, 초록빛 풍성한 공원이 어우러진 멜버른에서는 한 달이라는 귀한 휴식시간을 다양한 경험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 글_사진. 김영미(여행작가)
과거와 현재, 문화와 자연의 세련된 만남
호주 남동부에 위치한 멜버른은 호주 제2의 도시다. 1851년 멜버른 근처 밸러랫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유럽풍 건축물이 들어서고, 유럽의 문화와 예술, 생활 양식이 자연스럽게 흡수됐다. 가장 호주 다운 도시이면서도 ‘남반구의 런던’이라 불리는 멜버른은 그래서 더욱 낭만적이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양식의 우아한 건물들과 현대적인 빌딩 사이로 트램이 경쾌하게 가로지른다. 그라피티*로 가득한 골목부터 갤러리, 미술관, 공연장까지 도시 곳곳에서 호주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 등 근교 여행지도 풍성하다. 멜버른은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기관(EIU)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안전하고, 편리하고, 다채롭게 한 달 살기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목적지다.
* 그라피티 : 벽이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
도시 근교에서 여유롭게 머물기
멜버른의 장점은 모든 것이 도심 주변에 모여 있다는 것. 도심과 가깝고 안전한 사우스뱅크, 무료 트램 존에 속하는 한적한 신도시 도클랜드, 멜버른 박물관과 커다란 공원이 있는 칼튼 등 도심 주변 지역에 머물면 숙소비를 다소 아끼면서 여유롭고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나 한인 커뮤니티에서 구하는 경우가 많으며, 호텔 또는 아파트·콘도를 살펴보고 예산과 맞는 곳을 선택할 수도 있다. 숙소를 구할 때는 시내로부터의 거리, 주변 교통 및 트램 정류장, 슈퍼마켓, 도서관, 공원 등 생활 편의성을 꼭 살펴봐야 한다.
멜버른의 주요 교통 수단은 버스와 트램이다. 특히 트램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190여 개의 정류장을 통해 멜버른 시내와 근교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교통수단이다. 도심 일부 구간에서 트램을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프리 트램 존이 운영되어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의 도시 탐험을 돕는다. 택시를 타야할 때는 우버(Uber)와 디디(DiDi)를 주로 이용하는데, 디디는 멜버른에 특화된 택시로 우버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 ‘미사거리’라고 불리는 그라피티 골목, 호시어 레인
- 멜버른의 낭만과 여유로운 휴식을 책임지는 야라강
서울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 물가
지난 6월,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머서(MERCER)가 발표한 ‘전 세계 주재원 생계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9개 도시 가운데 서울이 11위, 시드니는 31위, 멜버른이 59위를 차지했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한국보다 비싸게 느껴지지만, 패스트푸드점이나 슈퍼마켓의 물가는 한국보다 저렴하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해먹을 경우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 집 렌트 비용을 제외하면, 생활비는 한국에서와 비슷하게 들 것이다.
커피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도시
멜버른은 호주에서 손꼽히는 식도락의 도시다. 3,000여 개의 레스토랑이 전 세계 미식가를 유혹한다. 특히 커피가 유명하다. 멜버른은 호주식 카페 문화의 원산지이자 하루 300만 잔 이상의 커피가 소비되는 도시다. CNN, 허핑턴포스트, BBC 등 여러 매체에서 세계 최고의 커피 도시 중 하나로 앞다퉈 소개됐다. 대표적인 카페 거리는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Degraves Street)이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은 노천 카페가 약 200m 가량 이어진다. 노천 테이블에서 호주식 커피 ‘롱블랙(Long Black)’을 마시며 카페 문화를 경험해 보자. 커피 애호가라면 멜버른 곳곳에 위치한 개성 있는 커피숍을 탐험하는 카페 투어도 놓치지 말 것.
신선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땐 장바구니를 들고 ‘멜버른의 부엌’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을 찾아 맛있는 쇼핑을 즐겨 보자. 1859년 문을 연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와인, 수산물, 고기류, 꿀, 치즈 등 각종 식자재는 물론 의류, 잡화, 기념품까지 모두 취급한다.
신선한 식자재와 다양한 종류의 호주 와인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 퀸 빅토리아 마켓
-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 카페 거리
골목 탐험하고, 도서관과 공원에서 힐링하고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다는 건 멜버른 한 달 살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멜버른 시내 관광은 1854년 개장한 플린더스 스트리트 기차역에서 시작해 보자. 고풍스러운 노란색 기차역 앞으로 트램이 지나는 풍경은 멜버른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플린더스 역에서 교차로를 건너면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세인트폴 성당과 멜버른의 현대를 상징하는 건물과 각종 예술 이벤트로 가득한 페더레이션 광장이 위치한다. 멜버른 도심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다. 2004년 방영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과 임수정이 함께 앉아있던 그라피티 골목 호시어 레인, 1869년 문을 연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아케이드 중 하나인 로열 아케이드 등 풍성한 볼거리를 취향껏 탐험할 수 있다. 시내 곳곳에서 버스킹이 펼쳐져 걷기 여행에 재미를 더한다.
현지인처럼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가까운 도서관과 정원으로 향해보자. 아름다운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빅토리아주 주립 도서관은 여행과 일상 사이에 쉼표를 찍기 좋다. 멜버른은 녹지가 많기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정원의 도시’다. 매년 160만 명 이상의 방문자들이 찾는 거대한 정원 로열 보타닉 가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왕립 전시관이 있는 칼튼 정원 등 아름다운 공원에서 즐기는 피크닉은 그 어떤 관광보다 진한 여운을 남길지도 모른다. 해 질 녘에는 멜버른 시내를 관통하는 야라강(Yara River)을 따라 걸어보자.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물들이 줄지어 멜버른 특유의 낭만적인 경관을 완성한다.
오감으로 느끼는 대자연의 위대함
멜버른 근교 여행은 한 달 살기의 추억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곳’ 중 하나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멜버른 근교 여행의 백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을 달려, 남극해 위로 우뚝 서 있는 12사도상을 마주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힌다. 파도와 바람이 수만 년 동안 빚어낸 광대한 대자연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헬기를 타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장관을 내려다보는 경험도 놓치기 아쉽다.
세인트 킬다 비치는 멜버른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다. 도시의 마천루를 바라보며 해변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어 특별하다.
필립 섬은 펭귄 퍼레이드로 유명하다. 해 질 무렵 작고 귀여운 펭귄들이 자신들이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신비로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1900년 단데농 산맥에 지어진 퍼핑 빌리증기기관차를 타고 원시림 속을 달리며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흥미롭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60여 개의 와이너리가 모여있는 야라 밸리에서 즐기는 와인 투어도 놓치지 말자.
-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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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여행 팁!
• 숙소를 정할 때는 조리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자. 특히 호주산 소고기는 가격이 저렴하기에 숙소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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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버른에서 머물면서 다른 도시로 여행하고 싶을 땐 호주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면 비용도 저렴하고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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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 통행이 한국과 반대(좌측통행)이므로 길을 건널 때는 차량 통행에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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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의 치안은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뒷골목이나 환락가 주변은 항상 조심하고, 현금은 많이 소지하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