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인 독립 사회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사춘기
“애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말을 잘 안 듣는 게 아니라 표정도, 말투도 달라졌어요. 악을 막 쓰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사춘기라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저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 어쩌면 좋을까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하소연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 말 잘 듣던 아이가 돌변하여 부정적이고 반항적인 아이로 변했다는 것이다.
늘 강조하지만, 사춘기에 대한 부모님의 오해를 먼저 풀어야 한다. 사춘기는 아이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시작이다.
부모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사회생활을 할 또래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지고 이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적인 독립과 사회에서 쓰임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성장시키느라 애를 쓰는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자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대화이다.
한 말을 받아 적어 객관화하는 핀란드의 ‘이야기 대화법’
필자가 찾은 솔루션은 핀란드의 ‘이야기 대화법’이다. ‘이야기 대화법’은 대화의 룰이 분명하다. 한 사람은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은 상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받아 적은 사람이 그 내용을, 말을 한 사람에게 읽어주면서 틀리거나 고칠 부분은 없는지 확인한다. 수정 의견을 물어 고치면 그걸로 대화는 끝이다. 아주 간단하지만, 매우 강력한 효과를 보장한다.
너무 단순해서 실제 해보지 않으면 그 탁월한 효과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사춘기 아이가 갱년기 엄마를 맹비난하고 있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아이의 일방적인 얘기가 참을 수 없지만, 엄마는 이야기 대화법의 룰을 지켜야 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 한다. 그것도 받아 적으려면 경청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떠들던 아이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기 말을 자르지 않고 묵묵히 받아 적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차분해지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엄마도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이의 얘기를 중간에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듣다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구석이 생기는 것이다.
많은 경우, 아이가 다소 흥분한 상태에서 한 대화의 초반부 얘기가 자주 수정된다.
“엄마, 그 말은 너무 지나친 것 같으니까 바꾸는 게 좋겠어요!” 이렇게 서로 끼어들 수 없는 분명한 역할 분담, 감정이 스며들기 어려운 글을 활용한 의사소통 덕분에 막힌 혈관이 뚫리는 느낌을 경험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이야기 대화법’을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글쓰기를 싫어하는 우리 문화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일상에서 이야기 대화법을 능숙하게 활용하기까지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그 효과의 탁월함은 감탄스럽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마음을 글로 정리하는 훈련 ‘행·감·바’
글로 감정을 정리하는 것은 다른 측면에도 도움을 준다. “너 또 왜 그러는데!”라며 감정을 노출하기 전에 현재의 감정에 대해 메모를 해본다.
격한 감정에서 빠져나와 감정을 바라보고 한결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이름하여 ‘행·감·바’. 너의 이런 행동이 나에게 이런 감정을 일으켰고 나의 바람은 이런 것이다,
이렇게 메모해서 아이에게 전달하면 된다. 현장에서 말로 하면 ‘독’이 되지만 나중에 메모로 전달하면 ‘약’이 된다. 사춘기를 참고 견디면 속병이 난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다. 조금 귀찮겠지만 ‘행·감·바’ 메모하기에 익숙해진다면 성숙하고 차분하게 문제 해결에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