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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22 Vol.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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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상 수상자 인터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낭독은 ‘몸’으로 읽는 행위다. 눈으로 활자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입으로 목소리를 내고 귀로 그 소리를 듣는 신체 감각이다. 김미숙 교사는 시 낭송과 구비문학 구연 등 소리를 도구로 한 국어 수업으로 아이들의 감수성과 자신감을 꾸준히 일깨워 왔다. 스스로 배우는 수업으로 ‘살아있는’ 교실을 만들고 여러 독서 모임을 이끌며 책을 통한 배움에도 앞장섰다. 예술이 꽃피는 배움의 길에 그가 서 있다.

박현채 / 사진 이용기

학생들의 마음을 시(詩) 낭송으로 듣는다

그날을 떠올리면 김미숙 교사는 아직도 가슴이 뛴다. 지난해 시 낭송 반 모집 포스터를 처음 붙일 때만 해도 학생들의 반응은 아주 미미했다. 사람들 앞에서 시를 읊는다는 걸 매우 쑥스러운 일로 여긴 것이다. 그랬던 아이들이 한 해가 저물 무렵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시 낭송 발표 무대에 섰다. 소리로 발화되는 시(詩)가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아름답게 물들이는지 그 공간의 모두가 동시에 느끼는 순간이었다.
“발표회가 끝나고 제가 아이들에게 말했어요. 이렇게 눈부신 경험을 하게 해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요. 그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학생은 수업 시간에 줄곧 엎드려 자던 아이였어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였는데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시를 낭송한 거예요.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던 아이가 시 낭송으로 변화되는 걸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어요.”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서는 경험이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으로 이어지는 걸 톡톡히 경험한 셈이다. 시 낭송이 아이들의 변화를 이끄는 이유는 또 있다. 시 자체의 아름다움이 정서를 순화시키는 데다 소리 내어 읽고 외우는 행위가 몸의 감각을 일깨워 감수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까닭이다. 그는 ‘소리’를 접목한 국어 수업의 장점을 깨닫고 시 낭송을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것을 계획했다. 그 스스로 먼저 배워 시 낭송가 인증서를 획득했고 지금은 그 분야 전문가로 당당히 활동 중이다. 2020년에는 학습연구년제 교사로 선발돼 시 낭송 연구에 집중했다. 1년간의 그 연구가 현재의 수업에 더 풍부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구비 문학의 한 장르인 설화를 구연 방식으로 구현해 보는 것도 ‘소리’를 도구로 하는 수업 중 하나예요. 설화를 가르친 후 지역의 전설을 창작하게 하고 그 이야기를 청중에게 들려주게 하는 식이죠. 책을 읽은 다음 전기수(傳奇叟)가 되어그 내용을 들려주게 하기도 하고요. 제가 개발한 수업들을 일선 학교에 보급하려고 노력해요. 더불어 성장해야 진정 행복해지더라고요.”

살아있는 배움, 그 속에서 함께하는 성장과 희망

그는 이른바 ‘늦깎이’ 교사다. ‘86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으로 젊은 날을 보내고, 2001년 서른여덟의 나이로 교직에 들어섰다. 대안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대안학교 교사 양성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공교육 안에서 대안 교육을 실천해볼 희망을 품고 있었다. 첫 학교에서부터 학생자치문화 활성화와 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힘을 쏟은 것은 그 때문이다. 떡을 나눠 먹는 ‘열림식’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고 모든 의사 결정은 학급 회의를 열어 학생들이 스스로 하게 했다. 인터넷 카페에 교단 일기를 올리며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를 그렇게 만들어갔다.
“2010년 교사 연수로 일본 ‘배움의 공동체’ 탐방을 가면서 교사로서의 전환점을 맞았어요. 수업 속에서 행복해하는 그곳 학생들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자 미래의 희망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가르침 대신 ‘배움’이 중심이 되는 수업을 그때 꿈꾸게 됐어요.”
이후 ‘살아있는’ 수업에 매진했다. 가령 ‘보고서’에 관한 단원을 배우면 각자 설문지를 작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그 내용을 분석해 직접 보고서를 쓰게 했다. ‘사제동행’이라도 하고 오면 인상 깊었던 순간을 글로 쓰되 교과서에서 배운 표현법을 활용해 작성하라는 숙제를 내 주기도 했다. 모둠별 수업일기 쓰기, 나의 자서전 쓰기, 부모님 인터뷰해 전기문 작성하기, 학교 기자 되어 뉴스 보도하기……. 살아있는 수업을 차례로 해 나가자 아이들의 수업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그런 식의 수업을 진행하려면 교사가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그 과정에서 교사도 크게 성장합니다.”
독서 교육 활성화에도 앞장섰다. 2009년 책 읽기 교육을 시작한 그는 2014년 옥구중학교에서 ‘책으로 만드는 세상’이란 동아리를 만들어 활발히 활동했다. 2017년엔 그 동아리를 ‘학생 맞춤형’으로 전환해 7개의 북 클럽(독서모임)을 동시에 운영하기도 했다. 책 속에서 길을 찾으며 따로 또 같이 발전해 왔다.
“청소년기는 한 사람을 성인으로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잖아요. 그 길목에 제가 서 있다고 생각하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해요.”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그가 그 사실을 증명해 준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