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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22 Vol.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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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트렌드 경제


지표로 알아보는 하반기 국내외 경기추세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경제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연율(연간으로 환산한 변화율) 기준으로 발표한다. 이 수치가 올해 1분기 -1.6%에 이어 2분기에도 -0.9%를 기록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두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즉 역성장을 기록하면 ‘기술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라 부른다. 지표상으로 미국은 기술적 경기침체에 돌입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실질적 침체는 이보다 다소 늦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 고점 또는 경기 저점 식별 등 공식적 경기 판단은 통계청에서 한다. 비슷하게 미국 경제의 침체 여부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라는 기구에서 사후에 판단한다. 이때 단순히 두 분기 연속 역성장했는지 여부보다 소득·소비·투자·실업률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이를 기반으로 NBER은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미국 경제의 실제 침체 시기가 올해 하반기 이후일 것으로 전망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관해 이야기하는 「제로 이코노미」라는 책을 발간했다.

높은 인플레와 이를 잡으려는 고금리의 줄다리기

미국은 통화 긴축의 원인이 되는 높은 인플레와 함께 높아진 금리 부담이 경기침체의 주요인이라고 진단한다. 미국의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9.1%까지 높아졌다.
지난 4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임금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근래처럼 물가가 임금보다 더 많이 오르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은 도리어 줄어들게 된다. 고물가가 실질소득을 줄여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물가를 잡으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악영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의 정책 금리는 올해 말까지 3.5% 이상 수준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즉 모기지 금리 상승은 미국 가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주가 하락, 주택 가격 상승세 둔화는 자산 가격 측면에서 소비 위축 요인이 될 것이다. 풀린 돈, 즉 유동성이 줄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도 위축된다.

올 하반기부터 예측되는 순한 맛 경기 침체

미국 비영리 민간 경제연구기관 컨퍼런스보드(The Conference Board, CB)는 최근 미국에서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준의 통화 긴축과 미국 경제의 침체는 금융 여건 악화와 글로벌 수요 악화를 일으켜 전 세계가 침체를 체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침체를 전망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nvestment Bank, IB)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노무라 증권, 독일의 도이체방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미국 경제 침체를 메인 시나리오로 채택하고 침체 도래 시기도 앞당겼다.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침체 강도는 과거에 비해 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기침체가 마일드(mild)하고 얕을(shallow)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로는 우선 과거 침체기에 비해 소비자와 금융기관들의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을 꼽는다.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지급된 대규모 정부 보조금, 셧다운과 록다운으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미국 가계의 저축액과 현금 보유액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따라서 미국 가계는 경기가 어려워지더라도 상당 기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은행들을 감독하는 미 연준은 미국 금융기관들이 꾸준히 재무구조를 강화한 결과,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자본 건전성이 크게 악화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침체가 확산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작은 것이다. 미국의 고용 상황이 여전히 오름세이고, 주택 공실률이 낮아 주택 가격 급락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미국의 경기 하방 위험을 완화하는 요인들이다.

복합 위기 가능성을 품고 있는 한국 경제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4% 수준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은 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복합 위기’라 부를 만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이후 전 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했지만, 금리인상 속도 면에서 미국에 미치지 못해 최근 0.5%P의 빅 스텝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당한 폭의 국내외 금리 역전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도 이탈하는 추세다. 크게 오른 국제 에너지 및 곡물 가격에 원화 가치 하락이 맞물리면서 수입 물가 상승이 인플레 압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한편, 지난해와 비교해 중국 수출을 중심으로 올해 수출 실적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주요 수입품의 국제가격이 오르면서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급증해 무역수지는 올해 상반기 103억 달러(약 13조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등 향후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수출 증가율은 올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올해는 지난해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 실적의 둔화가 예상되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 이를 상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물가와 고금리 부담이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 어렵게 만들고, 임금·원자재 가격·대출 이자 등 전방위적으로 비용이 오르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정부 재정의 경우, 인플레 자극에 대한 부담으로 재정지출 확대보다는 감세 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과 재정지출 준칙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내용 역시 최근 발표했다. 세금을 적게 거두면서 적게 쓰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공공 부문보다는 기업 투자, 가계 소비 등 민간 부문을 통해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소비·투자·수출이 위축되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