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토양의 특성이나 날씨,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그저 땅에 심어놓기만 하면 어디서든 알아서 잘
자라는 호박은 그 성질이 둥글넓적한 모양새와도 꼭 닮았다. 특히 호박 넝쿨은 길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대범하게 자라는데, 이 넝쿨이 여기저기 줄기를 뻗어 큰 호박 덩이를 감싸고 있는
모습에서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이라는 표현이 생겼다.
모난 데 없이 큼직하게 잘 자란 늙은 호박은 보관 방법도 어렵지 않아 오랫동안 실온에 두고 먹을 수
있어,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옛 시절엔 중요한 식량이기도 했다. 늙은 호박의 정식 명칭은
청둥호박이다. 둥글납작한 모양 때문에 더러 맷돌호박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보통 호박꽃이 활짝
피었을 시기를 기준으로 40~50일 이후부터 수확해 먹는다. 황색이나 주황색을 띠고, 성인 남성이
두 팔을 벌려야 겨우 잡을 만큼 크고 단단해졌다면 달고 잘 익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늙은 호박은 익을수록 당분 함량이 높아져 단맛이 늘어난다. 그러나 단호박에 비해 단맛이 강하지
않고 비교적 은은한 편이며, 구수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동시에 머금고 있어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게다가 늙은 호박의 당분은 체내 흡수가 잘 되고,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지 않아 위장이
약한 사람들도 죽으로 쑤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또 미네랄과 비타민, 칼륨, 식이섬유, 베타카로틴, 무기질 그리고 수분이 많아 당 성분에 취약한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몸속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 성분은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에도 효과가 탁월하며, 늙은 호박의 식이섬유는 장 건강을 돕고,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백내장 예방 등 눈 건강에 효과적이다.
늙은 호박은 중심 부분에 있는 호박씨를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호박씨 주변에
수분기가 많아 자칫 곰팡이가 필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박씨를 완벽하게 제거한 후 알맞은 크기로
썰어 소분해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해 두면 된다.
늙은 호박이 지닌 부드러운 질감과 단맛은 의외로 디저트나 토스트, 샌드위치와 같은 서양 음식과
잘 어울린다.
첫 번째로 소개할 요리는 호박 크로켓이다. 바삭하게 튀긴 늙은 호박 크로켓은 고구마보다 부드럽고,
단호박보다 담백하다. 크로켓을 맛있게 만들려면 반죽 농도를 적당히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밀가루를 한 번에 다 사용하지 말고 조금씩 농도를 조절하며 넣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는 씹을수록 달콤한 늙은 호박 파운드케이크다. 늙은 호박이 송송 박힌 호박
파운드케이크는 커피나 홍차, 녹차와도 잘 어울린다. 여유로운 주말 오후, 따뜻한 차 한 잔과
곁들여 먹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 재료 | 늙은 호박 500g, 양파·피망 1/4개씩, 달걀 2개, 피자 치즈 1/2컵, 밀가루 1/4컵, 빵가루 2컵, 소금·후춧가루·덧입힐 밀가루 약간씩, 튀김용 기름 적당량 |
• 재료 | 늙은 호박 200g, 버터 100g, 설탕 150g, 달걀 3개, 밀가루(중력분) 230g, 베이킹파우더 4g, 생크림 60g, 설탕 조림 재료 늙은 호박 200g, 설탕 2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