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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침반

기발한 질문과 호기심이 있는
체육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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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서 질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보통 체육 시간에는 실기 중심의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움직임과 관련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팬데믹은 체육 수업이 좀 더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인문·사회·문화·예술 등 다른 영역과 스포츠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제시하고, 영역을 넘나드는 질문에 답을 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최진환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교사

『쫌 이상한 체육 시간』의 저자이며, 현직 체육 교사로 육상과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다. 교사로 일하며 북한학박사학위를 받았고, 최근 스포츠와 평화라는 주제에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체육 시간에는 어떤 질문을 던지면 좋을까

체육이라는 키워드 안에는 호기심과 의문을 가져볼 만한 이슈가 매우 많다. 질문이 있는 체육 시간을 생각하게 된 것은 남북 현대사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부터인데, 중·고등학교 때 한 운동이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되었고, 새로운 통찰도 얻게 되었다. 이는 학생들에게 스포츠를 통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질문이 있는 체육 시간에는 어떤 화두를 던지면 좋을까. 올림픽 시즌에 맞춰 함께 나눠보고 싶은 화두 한 가지를 소개한다.

“… 각급 학교에 육상부, 체조부, 사격부(중학 이상)를 의무적으로 설치 운영토록 했다. 74년부터 각 시도에 체육학교 1개교씩을 개설, 특기자를 선발·양성하고, 각급 체육 교과 시간 배당을 육상 30%, 체조 30%, 사격 40%로 조정하고…”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가 추진하려고 한 학교체육 정책의 내용이다. 여기서 이상한 점이 보인다. 왜 사격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교과 시간 중 40%나 가르치라고 했을까. 당시 학교 현장에는 군사교육을 여러 형태로 실시했다. 체력장에 수류탄 던지기가 포함되어 있었고, 고등학교 교련 시간에도 기초 군사교육을 했다. 그런데 왜 ‘사격’이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내용이다.

저 때 왜 저런 정책이 나왔을까?
화두를 던지고 의문점과 호기심을 갖도록 유도하며 인과관계를 짚어나갈 수 있다.

이 같은 교육 정책이 나온 배경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북한의 이호준 선수가 50m 소총 복사(伏射)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부터 꾸준히 올림픽에 참가했음에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북한이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우리보다 먼저 금메달을 따면서 우리 정부와 체육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요즘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당시만 해도 정부는 체육 교과를 남북 체제 대결의 도구로 여겼다. 당시 사격을 ‘안보 스포츠’라고 표현하며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터라 사격 종목에서 북한에 밀렸다는 것은 하루빨리 이를 만회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엘리트(전문) 체육 정책이 시작됐다.
실제로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획기적인 변화가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 병역 특혜를 주는 제도와 평생 연금을 주는 정책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종목에서 양정모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이 국가 주도로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던 체육 정책의 첫 결과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금메달을 땄다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많은 운동선수와 예비 선수에게는 올림픽 금메달 하나면 인생이 역전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에게 군면제 혜택과 월 12만 원의 연금 그리고 1억 원 상당의 상금을 준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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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국가 주도의 강력한 엘리트 체육 정책의 기틀이 잡히면서 한국 스포츠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도 드러났다. 지금까지도 학교 현장에 남아 있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논쟁, 학원 스포츠 비리와 폭력, 성적 지상주의 등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스포츠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2021년에 개최된 2020년 도쿄올림픽 높이뛰기 종목 우상혁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그의 밝은 표정과 도전을 즐기는 모습은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이렇듯 스포츠의 역사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은 대중 인식의 변화와 문화적 흐름도 깨달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한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한체육회(KOC)에 문제를 제기했고, KOC는 상금을 선수의 가족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1976년 동아일보)

특정한 계기와 연관되는 주제 정하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소감문을 받아보는 수업을 진행한다.

체육을 키워드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 시의적절한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참가의 목적, 국위 선양일까? 개인의 성취와 발전일까?”를 주제로 한 글을 읽어본 뒤 자기 생각을 말해 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발표하면서 올림픽에 관한 생각을 확장해 나간다.
거창한 교수-학습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체육 시간에 하나의 읽기 자료를 제공하고, 선생님이 던진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잘 몰랐던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고, 그것을 통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다양한 생각을 주고받을 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 체육을 좀 더 재밌고,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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