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부치지 못한 편지
작성자 심*근 2024-05-05
방멸록 샘플
정상규 선생님! 세월은 누구도 그대로 두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 처럼 세상은 많은 것을 받아주고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1960년대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녔던 세대이니 지금의 가치로는 이해되지 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얼마전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늦게 들었습니다. 배고픈 시절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옥수수 죽을 끓여 허기를 달래 주셨고, 집에서 장작을 들고와 난로불을 피우며 공부를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들이 40리를 걸어 백양사로 수학여행을 갔던 추억입니다. 돈이 없으니 우리들은 쌀을 두되씩 들고가 비용으로 절집에 지불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두해쯤 지나 저는 부산으로 가출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전주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내의와 은수저를 준비하여 스승의날 찾아 뵌 것이 엇그제 같은데 속절없는 세월은 저는 70대 노인으로 변하게 했습니다. 저도 선생님의 뒤를 이어 고등학교에서 30년, 대학에서 8년 근무하고 은퇴했습니다. 전북순창군쌍치면 고향 가는 길에 선생님 묘소를 찾아뵙겠습니다. 2024년5월5일 제자 심재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