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교사로 살아가며 기뻤던 일, 힘들었던 일, 울었던 일 모두 뒤로 하고 영예로운 퇴직을 한 나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지, 토닥토닥.
아들을 낳고 나서 뒤늦게 가입한 교직원공제회.
왜 더 일찍 가입하지 않았을까 조금 후회도 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후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교직원 공제회에 꼬박꼬박 납입한 덕분에 공무원 연금과 더불어 내 은퇴 후 생활이 여유로워졌으니 만족하지?
재직 시절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만 여행을 다닐 수 있어서, 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쉬움이 많았지. 물론, 남편과 가족이 이해해 주고 도와 주어서 방학 동안 20일 안팎의 여행도 여러 번 가능했다는 것을 알아. 이제 퇴직했고 시간이 많으니, 봄에 벚꽃 피는 일본에도 가고,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는 스위스에도 가고 내가 좋아하는 중앙 아시아 키르기스공화국 여행도 마음껏 가자. 남편도 그 동안 직장 생활 하느라 여행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했으니, 내가 공부를 많이 해서 남편과 같이 자유여행을 가서 우즈베키스탄 한 달 살이도 하고, 외국에서 외국으로 육로 이동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자. 포르투갈, 폴란드 등 아직은 사람 사이의 정이 남아 있는 유럽 지역 여행도 쉬엄 쉬엄 하고 우리 아들 장가 가서 손자 손녀 낳거든 아들 바쁠 때 돌봐 주기도 하면서 아름답게 늙어 가자.
그 동안 사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