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20년 후의 나에게
작성자 김*길 2024-09-06
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어떻게 인사와 시작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 일단 어떤 형태가 됐든 내가 쓴 이 글을 20년 후에 내가 본다면 무척이나 오글거리는 느낌(지금 이 순간에도 오글거리다는 표현이 국어사전 상 맞는 표현인지 찾아보고 손발이 오그라들다는 표현을 변형해서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찾아냄. 본래 오글거리다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음. 이런 습관과 성격이 현재의 내 모습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음.)을 받게 될테지.
여하튼 지금 바쁜 와중에도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는 재미난 경험을 해본다는 것과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상상을 하며 쓰게 되었어.(말끝마다 종결 어미를 어떻게 써야할지도 고민하는 것이 참 우습구만)
올해 내 나이 44살(만 43세). 20년 후면 64살인데 그때의 내 모습은 어떨까? 일단 그때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편지를 쓰기 전 우선해야 될 일인 것 같아. 먼저 나는 정년(만 60세)까지는 일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 물론 사람 일이야 알 수 없으니 그보다 조금 더 일찍 명예퇴직을 하거나 정년이 연장되어 더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겠지. 그래도 만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고 가정을 해볼게. 그럼 우리 두 아들은 그때 21살, 19살이겠지? 첫째 녀석은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거나 군대에 갔거나, 재수 혹은 삼수를 준비하고 있을텐데 웬만하면 삼수까지는 안 시키고 싶어. 둘째 녀석은 고3 수험생이라서 엄청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테고. 내가 너무 늦게 결혼해서 늦게 낳아서 뭔가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대학 등록금까지는 내주고 싶으니 그 동안 열심히 벌고 열심히 모아 놓았을거야. 더 좋은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아들 녀석을 교육비에 투자하느라 많이 모으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등록금까지는 꼭 내주고 싶은 게 나의 마음이야. 준비 잘 해놨겠지? 사랑하는 우리 지은이는 두 녀석이 조금 크고 나서부터 장인어른 매장을 물려받아서 직접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을거야. 힘들지만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있었겠지? 그런 와중에도 나와 아이들 잘 챙기고 집안 살림까지 완벽하게 하고 있었겠지? 종종 짜증내고 투덜거리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니 20년 동안 잘해왔을거야. 내가 64살때는 정년퇴직하고 내가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을 거야. 그동안 지은이가 고생 많이 했으니 내가 직접 더 일하면서 하고 싶었거든.. 아마 지금도 잘하고 있겠지? 장인어른이나 지은이만큼, 아니 그보다 더 열심히 잘하고 있겠지? 아직 연금이 나오지 않으니 교원공제회에 저축한 돈과 개인 가입연금으로 몇 년간 생활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을지 걱정은 되지만 아끼고 알뜰살뜰하게 잘 지내왔을 것이라고 믿어. 물론 지은이가 매장 운영하면서 벌어온 것도 같이 모았을테고, 퇴직 후 내가 계속 운영했을테니 우리 네식구 잘 살고 있었을 거야. 얘기하다 보니 돈 얘기가 우선적이면서 가장 많이 나오네 ^^ 아무래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금전적인 문제였을 것 같아.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지?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 모두 건강하시겠지? 오래오래 잘 살고 계셨으면 좋겠다. 근데 20년 후면 연세가 너무 많으시긴 하겠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지? 원하고 꿈꾸고 바라왔던 모두의 행복을 많이 이루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행복하려고 사는 거니까... 우리 아들 둘 모두 다 착하고 바르게 잘 컸으면 좋겠다.20년 후엔 24살, 22살 이니까 대학생이거나 군대에 있을텐데 멋진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하길 기원할게.
쓰다보니 횡설수설대는 것 같은데 진짜로 모두모두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이제는 진짜로 일해야 될 것 같아. 꼭 희망하는 모든 게 이루어진 미래의 내가 봤으면 좋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