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넌 할 수 있는 녀석이야~^^
작성자 박*현 2024-05-02
방멸록 샘플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혈기왕성하던 그 시절 내게는 정말 잊지 못할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누군가는 왜 그 선생님을 좋아하냐? 너무 무섭지 않느냐? 등등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나에겐 특별한 추억이 하나 있었다.~ 중학교 시절 나름 공부를 제법 한 덕에 읍내 학교를 떠나 도회지 학교로 진학을 하고 싶었지만 그 시절 대부분 가정이 그렇듯 가정 형편이 좋지 못했던 나는 꿈을 접어야 했고 읍내에 있는 인문계 고등 학교를 제법 괜찮은 성적으로 입학을 했다. 그런데 친구가 좋고, 노는 것이 너무 재밌었던 나는 일명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가면 학교를 요리 조리 피해 지금으로 말하면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가 갈 행동들을 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성적은 여지없이 곤두박질~ 1학년 말에는 정말 형편없는 성적을 받았고 나 자신도 나에게 많은 실망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2학년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가장 무섭기로 소문났던 육뻥(국어 선생님이신데 뻥이 유난히 심하셨던 기억) 선생님 반이 됐고 3월 한 달 내내 실시되던 학생 면담 시간에 선생님은 나에게 업드려 뻗치라는 이야기를 하셨고 사랑의 매를 전해 주셨다. 왜 그러세요? 라고 물어볼 세도 없이 내 엉덩이는 붉게 달아 올랐고~ 그런 후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내 성적을 먼저 확인하셨고 한 학년 위인 사촌형을 통해 나에 대한 정보를 이미 파악하신 후 였다. 그러고는 " 넌 할 수 있는 녀석이야" 란 말씀을 해주셨다. 1년을 방황하며 나는 내가 그런 존재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내 마음은 울컥했고, 눈물은 보이기 싫어서 그냥 얼굴만 떨구고 있었다. 그런 선생님은 아프지 않은지 물어보셨고 당신이 겪어던 여러 일들을 말씀해 주셨다.~ 그런 선생님을 보며 나도 다시 한 번 해봐야지란 생각을 갖게 됐고 공부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1년이란 공백을 채워 나가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아침 일찍 출근 하시는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 제일 먼저 학교에 와서 불을 켜고 공부를 시작했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도 선생님이 계신 날을 제일 늦게까지 남아 선생님의 눈 도장을 찍어가며 공부를 했다. 그렇게 성적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고 새로운 학년의 시작 고 3 담임은 어떤분이 되실까 너무 걱정을 했는데. 고등학교 마직막 해에도 육뻥 선생님이 담임을 맡아 주셨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전교 꼴찌에 사고 뭉치들이 모여 있어서 아무도 맡겠다는 분이 안 계셔서 밀려서 맡게 되셨다고 하셨지만 난 알았다. 선생님께서 일부러 1년 더 맡아 보겠다고 자진 선택하셨다는 것을~ 나는 그런 선생님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리고 선생님과의 2년의 시간을 거치며 내 삶의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가정 형편은 여전히 좋아지질 않았고 나는 빨리 기술을 배워 가정에 도움을 드리고 싶어 공전을 선택했는데 선생님께서는 교대란 곳이 있는데 학비도 싸고 장학금도 주고 괜찮으니 한번 도전해 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생전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교직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고.. 지금은 정년 퇴임을 하셨지만 가끔은 선생님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그 시절을 함께 기억하는 선생님의 나름 괜찮은 제자가 됐다. 아직도 선생님 앞에만 서면 나는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 꿈이 넘치는 학생으로 서 있는 나를 마주 대하곤 한다. 선생님은 지금도 말씀하신다. " 너는 정말 능력이 많은 녀석이야~ 조금만 더 좋은 생각을 했더라면 서울대도 갔을걸" ㅎㅎ 나이 50인 제자에게 이런 멋진 농담을 던지는 스승이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래서 나는 나의 길이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어느 곳에서 나 같은 제자를 만날지 모르기에 나는 오늘도 학생들의 가슴에 희망 하나를 쏘아 올리려 한다. 늘 감사했고 사랑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