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그리운 선생님께...
작성자 배*영 2024-05-03
35년 전 고2 담임 선생님이신 장○○ 선생님께, 아득한 그리움을 담아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감사 편지를 올립니다.
선생님 저 배○○인데 기억하시는지요? 오래 전 갓 발령을 받고 여기 저기 수소문 끝에 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한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는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ㅠㅠ 학교 다닐 때 공부는 꽤 잘했지만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라 크게 눈에 띄지 않았거든요. 당시 우리 반은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놀기도 잘 해서 모든 선생님께서 칭찬하시는 그런 멋진 반이었잖아요. 제가 교사가 되고 보니 그런 완벽한 반을 맡으면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학교 갈 맛이 나는데 선생님께서도 그러셨을 거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결혼하셔서 잘 사신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 소식도 벌써 25년이 넘은 아득한 옛날 일이니 지금쯤 선생님께서는 할머니가 되어 있으실 거 같습니다. 상상은 안 가지만ㅋㅋ 몸에 딱 맞는 원피스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복도를 걸어 다니시는 모습이 참 당당해 보였습니다. 저는 편한 게 좋아 항상 헐렁한 옷을 입고 수업을 하는데 어떻게 그런 높은 구두에 세련된 정장을 입으시고도 흐트러진 모습 하나 없이 수업을 하셨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할 정도입니다. 요즘도 그렇게 다니시는지요? 궁금한 게 많습니다. 저도 이제 오십이 넘어 조만간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퇴직하면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또한 가장 아름다웠던 여고 시절에 대한 추억을 선생님 만나 수다로 풀고 싶네요.ㅋㅋ 공부는 잘 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 힘들어하던 제게 선생님께서는 시험기간이면 불러서 상담도 해 주시고 자율학습 시간에 슬쩍 오셔서 어깨도 토닥거려 주시며 알게 모르게 많은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그런 격려가 제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아마 그 덕분에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렇게 선생님 뒤를 이어 교사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학생 때는 시간이 안 가 미칠 것 같았는데 이젠 너무 잘 가 탈입니다ㅠㅠ 엊그제가 2024년 1월이었던 거 같은데 벌써 5월이네요. 행사 많고 기념일 많은 5월,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시고 조만간 직접 얼굴 보면서 인사드릴 기회가 오길 기원해 봅니다. 참, 저랑 1,2등을 다투던 이○○ 아시죠? (그 친구는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라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지금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데 조만간 학회일로 한국 온다고 합니다. 만나면 선생님 얘기 꼭 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평온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