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고3 때 담임선생님께
작성자 서*영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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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항상 유쾌하셨고 영어를 가르치셨는데 항상 재미있게 수업을 하셨습니다. 늘 긍정적인 에너지로 저희를 대하셨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아 저희 또한 늘 긍정적으로 학교 생활에 임하고 학급 분위기 또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고3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담임선생님을 잘 만나 복을 많이 받은 반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모두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했던 시절이었는데 야간자율학습을 할 때면 최귀종 선생님께서는 조성모의 ‘다짐’을 틀어주시곤 했습니다. 음악을 참 좋아하셨던 선생님이셔서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하는 날에도 특별하게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틀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는 결근을 하셨는데 어디 아프셔서 결근을 하셨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최귀종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가수 이미자의 콘서트를 보러 가시려고 결근을 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좋아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환경미화를 해야 하는 기간 저희 교실은 선생님께서 가져오신 십자수 액자로 교실이 꾸며졌습니다. 가져오신 십자수 액자는 모두 선생님께서 직접 해 오신 십자수였습니다. 남자 선생님이셨지만 언제나 다정다감하고 섬세하셨던 그 점이 저희가 힘든 고3 시절을 지나가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엄마와 함께 담임선생님께 대학입시 상담을 하러 갔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수능 성적이 나오던 날 저희 엄마께서 원하시던 성적을 받아오지 못했던 저에게 식음을 전폐하시고 속상해 하셔서 좌절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던 저에게 최귀종 선생님께서는 저와 엄마에게 삶의 목표를 심어주셨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과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저에게 성신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진학을 권유하셨고, 선생님의 끈질긴 권유에 의해 엄마 또한 저를 응원해주시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셨습니다.
아무 비전도 없었던 저에게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셨던 최귀종 선생님 덕분에 저는 지금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 되어 올해로 18년 동안 교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닥친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시고 여기저기 알아봐주셨던 선생님의 노력과 수고에 늘 감사해하며 하루하루 선생님의 길을 저 또한 걷고 있습니다. 제가 성신여자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했을 때 받았던 메일을 아직도 저는 간직하고 있습니다. 별명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레뜨’를 따서 어느 날 ‘레뜨’에게 온 메일을 가끔씩 꺼내 보며 그 날의 감동을 떠올리곤 합니다.
저의 대학 합격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해주시고 저의 앞날을 응원해주셨던 최귀종 선생님 덕분에 힘든 대학시절도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제자를 믿고 응원해주셨던 선생님의 모습에 저 또한 제가 맡은 제자는 누구보다도 그 제자를 믿어주고 응원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35년 동안의 교사 생활을 어설펐다 표현하시는 최귀종 선생님, 그리고 어릴 적 꿈을 이루시고 늦깎이 가수가 되신 최귀종 선생님, 끝까지 ‘선영 제자’라고 부르시며 제자의 앞날이 꽃길이 되길 바라시는 저의 은사님, 최귀종 선생님. 지금 저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역할 때문에 잠시 교단을 떠나 육아휴직 중에 있지만 가끔 그 역할의 무게에 지쳐 쓰러지려고 할 때, 잠시 선생님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저에게 힘을 주셨던 고3 생활을 떠올리며 다시금 힘을 얻곤 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